하나님께 십자가는, 내 이름을 당신의 손바닥에 새기신 사건이고, 나에게 십자가는 그분의 말씀을 마음과 입술에 새긴 사건입니다.(신30:14)

하나님께 십자가는, 내 이름을 당신의 손바닥에 새기신 사건이고, 나에게 십자가는 그분의 말씀을 마음과 입술에 새긴 사건입니다.(신30:14)

1.
저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을 받아 본 사람들이 부럽습니다.
제겐 할아버지 할머니의 흔적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평안도에 사셨던 할아버지 할머니는 이미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셨고,
외가쪽 할아버지 할머니도 제 어린 시절에 돌아가셨기 때문입니다.

2.
그래도 제게 유일한 외할아버지의 기억이 있습니다.
할아버지의 곰방대입니다.
시골 농부셨던 할아버지는 당시 교회를 다니고 계셨지만 늘 곰방대에 담배를 피셨습니다.
요즘은 보기 드문 화로와 곰방대가 할아버지 방에 있었습니다.
초가집, 한지방문, 화로, 곰방대, 다락...
그런 기억들입니다.

3.
제게 이런 것들이 그곳에서 살았거나 많이 가보았기 때문에 기억나는 것이 아닙니다.
제 기억엔 딱 한 번의 기억밖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리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느냐 하면 한 사건 때문입니다.
네다섯 살 한창 장난꾸러기 시절인 제가 할아버지 앞에서 놀다 그만 그 곰방대에 무릎이 데이고 말았습니다.
지금도 그 상흔은 무릎에 동그랗게 남아있습니다.
그 상처 하나로 제겐 그 상황이 마치 필름 돌리듯 정확히 기억납니다.

4.
하나님은 우리에게 이렇게 약속하셨습니다.
"보아라, 예루살렘아, 내가 네 이름을 내 손바닥에 새겼고, 네 성벽을 늘 지켜보고 있다."(사49:16)

5.
결코 잊지 않으시겠다는 약속입니다.
새긴다는 의미는 그저 쓴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돌판에 음각을 내어 파듯 손바닥을 후벼파 새긴다는 의미입니다.

6.
하나님은 그 약속을 십자가로 지키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손바닥을 대못으로 파셔서 우리의 이름을 그 속에 새기셨습니다.
하나님에게 십자가란 우리의 이름을 손바닥에 새기신 사건입니다.

7.
지금 우리는 사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사순절의 의미는 "나에게 십자가사건은 어떤 의미인가?"를 묵상하는 기간입니다.
여러분에게 십자가는 어떤 의미입니까?
아니 여러분에게 십자가 사건은 어떤 변화입니까?

8.
제 무릎에는 할아버지와의 지울 수 없는 흔적이 있습니다.
그 흔적은 사라졌다 나타났다 하는 흔적이 아닙니다.
늘 동행하는 흔적입니다.

9.
하나님께 십자가는 그의 손바닥에 상처를 낸 사건입니다.
그 상처로 우리를 기억하십니다.
그 상처로 우리의 이름을 기억하십니다.
그 상처로 우리의 아픔을 기억하십니다.

10.
오늘 본문에서 나에게 십자가의 의미를 읽습니다.
하나님께서 손바닥에 이름을 새기듯이
내 입술과 마음에 말씀을 새기는 것이 나의 십자가라고 말입니다.

11.
십자가는 그저 바라보는 것이 아닙니다.
십자가는 그저 만지는 것이 아닙니다.
십자가는 형상이 아닙니다.
십자가는 내 입술과 마음에 말씀을 새기는 상흔입니다.

12.
2013년 여러분의 십자가가 살아나길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