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서묵상일기 264 - 살아 있음이 가장 큰 열매입니다.
2025. 4. 3. 05:00ㆍ묵상하는말씀/누가복음서묵상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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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복음서 13:6~9 예수께서는 이런 비유를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자기 포도원에다가 무화과나무를 한 그루 심었는데, 그 나무에서 열매를 얻을까 하고 왔으나, 찾지 못하였다. 그래서 그는 포도원지기에게 말하였다. '보아라, 내가 세 해나 이 무화과나무에서 열매를 얻을까 하고 왔으나, 열매를 본 적이 없다. 찍어 버려라. 무엇 때문에 땅만 버리게 하겠느냐?' 그러자 포도원지기가 그에게 말하였다. '주인님, 올해만 그냥 두십시오. 그동안에 내가 그 둘레를 파고 거름을 주겠습니다. 그렇게 하면, 다음 철에 열매를 맺을지도 모릅니다. 그때에 가서도 열매를 맺지 못하면, 찍어 버리십시오.'"
좋은 아침입니다. 힘들고 답답해도, 그래도 우리는 조금씩 진보합니다. 마음처럼 확 바뀌지 않아도, 그래도 우리는 어제보다 조금 나은 오늘을 살아요. 그래서 한결 기분이 좋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이 아침을 여는 여러분 되시길 빕니다.
오늘 본문을 이해하려면 예수님께서 하신 비유의 구성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주요 구성은 3가지인데요. 포도원 주인과 포도원지기, 그리고 포도나무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이해하실지 모르겠는데요. 저는 이렇게 비유하고 싶습니다. 포도원 주인은 하나님으로, 포도나무는 우리의 이웃(우리), 그리고 포도원지기는 먼저 믿은 우리(예수 그리스도)라고 말이죠.
이런 구성에 동의하신다면 이제는 여기서 생길지도 모르는 오해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 오해는 포도원 주인이 포도나무를 찍어 버리려는 모습이죠. 이것을 보며 우리가, '하나님은 믿지 않는 자들, 열매 없는 자들에게 가차 없으시다'는 정의를 내린다면 그것은 이 비유를 오해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건 포도원 주인이 포도원지기에게 넌지시 던지는 질문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이런 거죠. 제가 어릴 적에 밥을 잘 안 먹었던 모양입니다. 그때 아버지는 제 앞에서 맛난 것을 꺼내 들고는 이렇게 말하셨죠. '이거 되게 맛있겠다. 내가 다 먹어버려야지?' 이게 어떤 의미인지 아시겠죠? 저는 오늘 본문이 그렇게 들렸습니다. 다시 말해, 오늘 본문은, 우리가 이웃과 세상을 향해 어떤 태도를 갖기를 원하시는지 주님이 알려주시는 거죠. 그런 의도를 파악하고 오늘 본문을 묵상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것에 길들여져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당연히 값어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죠. 배운 만큼, 경험한 만큼, 시간과 돈을 들인 만큼 마땅한 결과를 얻어야 한다고 말이죠. 그래서 곧잘 이런 말을 합니다. '나잇값을 좀 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쓸모없는 존재 취급받기 십상이죠. 이는 교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만큼 믿었으면, 집사나 권사씩이나 되었으면 뭐라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죠. 그렇게 열매 없는 믿음을 평가하고 판단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지금, 선과 악, 성공과 실패, 열매의 유무로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에게 파문을 던집니다. 그런 시선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 아래'에서 사는 시선이라고 말이죠. 이미 묵상한 바대로 복음은 우리에게 생명나무 아래서 살라고 말씀합니다. 오늘 본문의 포도원지기처럼 우리도 생명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이길 바라시죠.
오늘 포도원지기의 관점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포도나무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점이에요. 많은 이들이 결과로 생명을 판단하지만, 포도원지기는 생명으로 열매를 판단합니다. 아직 열매는 없지만 그 나무가 살아있는 한 열매의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판단을 하는 거죠. 저는 이것이 곧 하나님의 시선이라고 믿습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현재의 결과’로 판단하지 않으시고, ‘미래의 가능성’으로 바라보시는 분이기 때문이죠. 우리가 살아 있는 한 그분의 기대는 결코 꺾이는 법이 없습니다.
이재철목사님의 책 [비전의 사람]에 보면 나가오 마끼라는 일본 목사님에 대한 예화가 나옵니다. 1900년대 초, 신학교를 졸업한 나가오 목사는 일본의 작은 소도시 가나자와에서 텐트를 치고 개척 목회를 시작했다고 하죠. 그렇게 아내와 아이만으로 시작한 교회는 6개월이 지나고, 1년이 지나도 여전히 교인은 아내와 자신의 갓난아이뿐이었다고 합니다. 그 시간은 훌쩍 5년이 넘도록 단 한 사람의 교인도 만들지 못한, 그렇고 그런 목회자였다고 해요. 그러다 어느 날, 허름한 옷차림의 젊은 청년 하나가 교회에 왔다고 하죠. 5년 만에 처음으로 새로운 사람을 만난 나가오 목사님은 그 청년을 극진히 대접했답니다. 그런데 왠 걸요? 그 청년은 교회에서 피를 토하며 쓰러졌답니다. 결핵환자였던 거죠. 당시만 해도 전염성이 강했던 결핵환자를 멀리하기 바빴죠. 그런데 나가오 목사님은 그 청년의 피를 직접 닦아주며 극진히 돌보았다고 합니다. 그 모습에 회심을 한 이 청년은, 후에 일본의 대표적인 사회사업가이자 존경받는 목사가 되는데요. 그가 바로 가가와 도요히코 목사님이었죠. 그는 일본과 중국에서 버려진 아이들을 돌보는 사역을 했습니다. 중국에서는 중국 고아의 아버지로 불릴 정도로 헌신을 다했죠. 일본이 패망 후 중국에 살던 일본 사람들이 위험한 처지에 놓였을 때, 국가 주석이었던 장개석이 국민들에게, '가가와 도요히코 목사님의 헌신적인 희생을 생각해서 일본 사람들을 해치지 말아 달라'라고 성명까지 발표한 일화는 유명합니다.
어쩌면 나가오목사님은 일반적인 시각으로는 실패한 목회자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눈에 그는, 자신의 몫을 충실히 다한, 아름다운 열매의 성공한 사역자였다고 저는 믿어요. 그의 열매는 조금 늦었지만, 그리고 아주 조용했지만, 하나님 나라의 기록에는 너무나도 깊이 맺힌 열매였음에 틀림없기 때문이죠.
지금은 아무 변화가 없어 보여도, 내 안에 생명이 숨 쉬고 있는 한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습니다. 기도는 안 들리는 것 같고, 말씀도 어려워 보이지만, 여전히 주님 앞에 서 있는 내 생명은 자라고 있습니다.
이는 나뿐만이 아닙니다. 내 옆에 있는 이웃도 언젠간 분명히 열매를 맺을 사람입니다. 지금 믿음이 약해 보이는 사람도, 게으르고 변하지 않는 사람 같아 보여도, 생명이 붙어 있는 한, 하나님의 계획과 섭리는 결코 끝나는 법이 없기 때문이죠. 그러니 정죄하지 마세요. 함부로 판단하지 마세요. 나도, 이웃도, 포기하지 마세요. 나를 포기하지 않으시는 주님의 사랑으로 내 이웃을 포기하지 마세요. 오히려 그 둘레를 파고, 거름을 주며, 이웃사랑을 하세요.
살아 있다면, 언젠간 반드시 열매를 맺습니다. 나도, 내 곁에 있는 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나에게도, 내 이웃에게도, 너무 답답해하지 마세요. 너무 재촉하지 마세요. 생명은 반드시 열매를 맺습니다. 살아 있음이 가장 큰 열매입니다.
시편118:17 내가 죽지 않고 살아서, 주님께서 하신 일을 선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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