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서묵상일기 267 - 하나님 나라는 혼자 빛나지 않습니다.

2025. 4. 7. 05:00묵상하는말씀/누가복음서묵상일기

반응형

누가복음서 13:18~19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하나님 나라는 무엇과 같은가? 그것을 무엇에다가 비길까? 그것은 겨자씨의 다음 경우와 같다. 어떤 사람이 겨자씨를 가져다가 자기 정원에 심었더니, 자라서 나무가 되어, 공중의 새들이 그 가지에 깃들였다.”


좋은 아침입니다. 이번 주는 나도, 우리나라도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하는 한 주 되길 기도합니다. 어려움이 있고, 아픔이 있지만 그래도 역사는 조금씩 진보합니다. 우리의 삶도 조금씩 주님께로 가까이, 성장하는 하루하루 될 줄 믿습니다. 그 믿음으로 오늘도 힘차게 출발하시죠.

 

어제 주일공동체예배에서 우리는 이 본문을 묵상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이 본문을 묵상하는 이유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이 본문을 바라볼 필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예수님은 오늘 본문을 질문으로 시작하시죠.

 

"하나님 나라는 무엇과 같은가? 그것을 무엇에다가 비길까?"

 

그런데 이 질문이 하나가 아닙니다. 질문이 두 개입니다. 눈치채셨나요? 하나는 '하나님 나라가 무엇과 같을까?'이고, 다른 하나는 '하나님 나라를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까?'입니다. 다시 말하면 첫 번째는 '하나님 나라의 특징'을 설명하시려는 것이고, 두 번째는 '하나님 나라를 이루면 어떤 결과가 오는지'를 알려주시려는 거죠. 이 두 부분은 오늘과 내일 다시금 묵상해 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 질문, “하나님 나라가 무엇과 같을까?”에 대해 예수님은 겨자씨 비유를 드십니다. '겨자씨를 가져다가 자기 정원에 심었더니, 자라서 나무가 되어, 공중의 새들이 그 가지에 깃들였다.'는 내용이죠. 이미 어제, 유대의 겨자나무는 웅장한 백향목이나, 열매가 주렁주렁 달리는 포도나무와 같지 않다고 말씀드렸죠. 가지도 굵지 않고, 우뚝 솟은 나무도 아닙니다. 심지어 어떤 이는 겨자나무를 잡초라고 부를 만큼 초라합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이 소박한 식물을 들어 하나님 나라를 설명하십니다. 왜일까요? 그 이유로 저는 한 가지 겨자나무의 특징을 꼽고 싶습니다. 그것은 겨자나무가 군락을 이루며 자라는 식물이라는 점이죠. 씨앗 하나가 흙 속에 뿌리를 내리고 나면 곧 주변으로 번져가며 수많은 겨자나무가 함께 자라납니다. 그것이 겨자나무의 특징이죠.

 

오늘 본문에서 새가 그 가지에 '깃든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이를 두고 우리는 아름드리나무 위에 새집을 짓고 움트는 모습을 상상하게 되는데요. '깃든다'는 표현은 이와는 조금 다릅니다. 이는 나무가 웅장하고 큰 것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 아니라 겨자나무와 새들이 함께 어울리는 것을 표현한 말이죠. 그래서 헬라어 원어를 직역하면 '새의 소굴'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죠.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는 ‘혼자서 우뚝 빛나는 세계’가 아니라  ‘더불어 함께 자라고, 깃들고, 살아가는 세계’라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혼자 잘 사는 법’을 끊임없이 가르칩니다. 물론 개인의 성장은 중요해요. 하지만 하나님 나라의 언어는 '혼자 잘났다'가 아니라 '함께 자랐다'입니다. 겨자씨 하나가 자라서 나무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나무에 '누군가가 깃들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내가 자란 그 자리에, 다른 이들이 쉼을 얻을 수 있느냐,  함께할 수 있느냐, 그게 바로 하나님 나라의 본질이기 때문이죠.

예수님의 겨자씨 비유는 단지 ‘성장’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 나라의 확장성과 공동체적 성격, 그리고 포용성을 드러냅니다. 하나님 나라는 나만 잘 믿는 신앙이 아니라, 타인이 함께 쉬고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 되는 신앙이에요. 하나님 나라를 사모한다면, 우리도 혼자만 자라는 믿음이 아니라, 누군가를 깃들게 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나뿐만 아니라 내 주위, 내 공동체, 내 삶의 터전에 속한 이들을 위해서 중보기도하는 거죠. 남이 잘 되기를 바라고, 나와 함께 내 이웃도 행복하기를 염원하는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는 결코 혼자서 빛나는 세계가 아닙니다. 함께 자라고, 함께 머물고, 함께 살아가는 나라입니다. 내가 신앙 안에서 잘 자라고 있다면, 이제는 이렇게 물어봐야 합니다.

“누군가 내 곁에서 깃들고 있는가?”  
“내 가지엔, 어떤 새들이 쉬고 있는가?”

겨자씨는 작지만, 그 안에는 함께하는 세계가 담겨 있죠. 하나님 나라는, 언제나 함께 자라는 나라입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