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5. 23. 06:53ㆍ묵상하는말씀/고린도전서묵상
고린도전서 13:7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 주며,
좋은 아침입니다. 한 주간이 시작되는 월요일이죠. 오늘은 최고 기온이 30도에 이른다는 예보가 있습니다. 어느덧 우리는 여름의 문턱에 접어들었네요. 이제 더위를 걱정해야 할 때인가요? 추위를 걱정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젠 더위를 걱정하니 참 사람이 간사합니다. 그와 동시에 걱정이 참 부질없다는 생각도 드네요. 이럴 때는 오히려 한때의 더위를 즐기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도 주어진 하루를 즐기며 감사하고 웃으며 보내시기를 빕니다.
이미 지난주, 7절의 말씀을 읽었습니다. 그때는 '모든'이라는 말에 초점을 맞춰 묵상을 나눴죠. 이번 주에는 조금 깊고 다른 묵상으로 함께하고자 합니다. 사랑은 덮어주는 것이라고 하네요. 덮어준다는 말에 대해 우리는 좀 부정적인 느낌을 갖게 됩니다. 마치 있던 일이 없던 일처럼 속이고 눈감아준다는 의미가 부각되기 때문이죠. 왜 그런 의미가 더 먼저 떠오를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덮어주는 것처럼 좋은 말이 없기 때문이죠.
일단 단어의 정리부터 하고 가겠습니다. 우리가 읽은 새번역에는 '덮어준다'라고 되어 있지만 개역 개정본에는 '참는다'는 말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언뜻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두 번역의 차이를 알아내려면 원어의 단어를 찾아보아야겠죠. 이 구절에 쓰인 헬라어 단어를 찾아보니까 [스테게이]더라고요. 이는 [스테고]라는 단어에서 온 것인데요. 이 뜻이 '덮어주다'라는 뜻입니다. 다른 파생어 [스테게]가 지붕이라는 뜻인 걸 참조하면 이해가 쉽겠죠. 그런데 왜 개역 개정본에는 '참는다'라고 번역이 되어 있을까요?
사람들은 '덮어준다'는 의미를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것만큼이나 '참는다'라는 의미 또한 곡해할 때가 있습니다. 화가 나도 참고, 억울해도 참고, 속상해도 참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없었던 일로 덮어준다는 의미와 같은 맥락이죠. 그래서 그럴까요? 사랑을 이렇게 참는 것으로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이상한 짓 해도 사랑하니까 참아주고, 그른 짓을 해도 사랑하니까 덮어주는 것으로 받아들일 때가 있죠.
그러나 [스테고]는 조금 다른 의미입니다. 우산을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비가 올 때 내 몸을 비에 젖지 않도록 우산이 비를 막아줍니다. 덮어주는 것이죠. 그런데 우산은 늘 쓰지 않습니다. 비가 그치면 거두죠. 우산은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비를 막아주는 것 속에는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는 것이 포함되어 있는 거죠. [스테고]가 그렇습니다. 어떤 모습, 어떤 행동, 어떤 모양을 가려주거나 참아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 모습이 변하기를 기다려주는 것이 [스테고]인 거죠. 우리가 왜곡하는 덮어주고 참아주는 것에는 그 기다림이 없습니다. 언제나 늘 그 모양, 그대로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죠. 그러니까 화가 나고 속상한 겁니다. 그런 상태에서 참으려니 스트레스가 되고, 덮어주려니 억울한 거죠.
자동차가 유턴을 합니다. 바로 돌아서면 좋지만 자동차는 큰 원을 그리며 돌죠. 차가 크면 클수록 유턴 반경은 더 커집니다. 우리가 아무리 생각의 변화를 가져도 사람이 변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한 겁니다. 나이가 들고 오랜 시간 동안 큰 짐을 지고 있었다면 더욱 그렇죠. 그 사이에 나오는 작은 행동들, 문제들, 상처의 부스러기들을 덮어주고 참는 이유는, 그가 아름답게 변하고, 잘 되게 인도하실 주님의 섭리를 기다리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이 골목을 돌면 해답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앞에서 멈추지 마세요. 하나님의 시간은 선하게 움직입니다. 우리도 느리지만 언제나 주님께로 조금씩 다가가죠. 그 은혜를 믿고 조금만 기다리세요. 그 기다림이 길수록 주어지는 선물은 큽니다. 오늘도 기다림의 축복이 우리 모두에게 임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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