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 17. 07:18ㆍ묵상하는말씀/요한복음묵상
어릴 적 두 살 터울의 누님과 자주 다퉜습니다. 나이가 엇비슷하니 그러기도 했지만 또 늘 붙어 다녀서 그러기도 했죠. 그런데 다툼이라는 것이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주로 아빠 무릎에 서로 앉겠다고 싸우고, 뭐 하나 더 먹겠다고 싸우는 식이었죠. 그런데 언제나 그 다툼의 해결자는 우리가 아니라 아버지였어요. 서로 밀치며 아빠 무릎에 앉을라치면 언제나 해결은 아빠의 무릎에 우리 둘이 다 앉는 것으로 끝이 났고요. 서로 먹는 것으로 싸울 때는 아버지의 것을 우리에게 주시는 것으로 일단락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다툼에서 해결되는 법은 없었어요. 왜냐하면 우리의 생각은 거기까지였으니까요. 매번 아버지의 해결은 차원이 달랐습니다. 마치 어둠을 이기는 빛처럼 말이죠.
어둠이 어둠과 싸워 어둠을 이기지 못합니다. 마치 욕심이 욕심과 싸워 욕심을 이기지 못하듯이 말이죠. 이는 사람의 생각이 사람의 생각과 싸워 사람의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언제나 하나님의 해결은 차원이 다른 것이었습니다. 나를 벗어나야 그 차원을 볼 수 있는 것이었죠. 그렇게 예수님은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차원이 다른 분으로 말이죠.
언제나 우리는 우리 안에 갇혀있습니다. 우리의 판단, 우리의 생각, 우리의 경험, 우리의 느낌과 감정, 그것이 전부입니다. 그리고 그 바탕으로 다른 것과 싸우죠. 그렇게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우리는 멈추지 않습니다. 그렇게 세상을 바꾸려고 하죠. 세상이 달라지지 않는 이유는 그 싸움이 아무리 치열해도 그저 어둠과 어둠이 싸우는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바뀌어도 그저 어둠이고, 승리해도 그저 어둠인 싸움일 뿐이죠. 어둠으로 어둠을 이기지 못합니다.
빛이 어둠을 이긴다는 것은 차원의 문제이지 성질의 문제가 아닙니다. 빛이라는 성질이 어둠이라는 성질을 이기는 것이 아닙니다. 빛과 어둠은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어둠이 빛을 결코 이길 수 없는 것은 이미 빛과 어둠이 같은 차원이 아니라는 뜻이죠. 우리가 어릴 적의 일들을 지금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왜 그랬을까?’ 인지도 모릅니다. 그때 그 어리석었던 결정들,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 다 지나고 나면 참 쓸데없고, 불필요한 헛수고를 했다는 생각이 들죠. 이것은 자랐다는 증거입니다. 다시 말하면 차원이 달라졌다는 뜻이죠. 빛은 그런 차원의 문제를 우리에게 던져줍니다.
우리가 지금 우리의 문제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차원을 달리해야 가능합니다. 다른 말로 말하면 우리의 차원에서 더 넓은 차원으로 옮겨져야 한다는 거죠. 어제 공동체 예배 찬양에 시선이라는 찬양을 함께 했는데요. 가사가 이렇게 시작되죠. ‘내게로부터 눈을 들어 주를 보기 시작할 때 주의 일을 보겠네, 내 작은 마음 돌이키사 하늘의 꿈꾸게 하네 주님을 볼 때’ 나의 시선에서 주님의 시선으로 차원이 달라져야 나의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빛이 어둠을 이긴다는 것은, 어쩌면 내가 주님의 마음으로 나의 문제를 볼 때 가능한 것이고, 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읽을 때 가능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 조금만 더 넓은 마음을 가지십시다. 주님을 믿는다는 것은 우리가 그분의 마음을 갖는다는 의미죠. 그분의 마음으로 세상을 읽는다는 뜻입니다. 그분의 시선으로 나와 이웃을 보고, 그분의 계획으로 결정과 판단을 한다는 뜻입니다. 내 좁아터진 마음으로 사람들을 정죄하고, 내 편협한 이념으로 세상을 규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내 짧디 짧은 경험으로 스스로를 비하하고, 부정적인 말을 쏟아내고, 이웃을 경쟁자로 삼는 것으로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조금 더 너른 마음으로 오늘을 보세요. 주님의 섭리에 이끌린 오늘을 삼아 오늘이 끝이 아님을, 오늘이 전부가 아님을, 그래서 또 기회 주시고, 회복 주시고, 기대케 하실 소망으로 사는 하루 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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