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레미야서묵상 64 - 끈질김은 올바로 사용될 때 인내가 되지만 잘못 사용하면 고집이 됩니다. 예레미야 25:1~14

오늘 본문은 지금까지 읽은 예레미야서를 정리하는 성격의 글입니다. 예레미야를 통해 선포된 하나님의 말씀과 이 말씀을 대하는 이스라엘의 모습이 어떠했는지가 한눈에 보입니다. 그 모든 것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4절 말씀과도 같습니다.

4    주님께서는 여러분에게 주님의 종 예언자들을 보내시되 꾸준히 보내셨으나, 여러분은 예언자의 말도 듣지 않았습니다. 여러분들은 들으려 하지도 않았고, 귀를 기울이지도 않았습니다.

여기서 저의 눈에 띄는 대목이 있는데요. 그것은 예레미야가 그 사역을 23년 동안이나 지속해 오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23년 동안 어떤 일을 해왔다면 그것은 장인이라 불릴만한 년수입니다. 게다가 그 일이 늘 어려움에 부딪히고, 반대를 무릅쓴 일이라면 그야말로 대단한 인내심과 끈기가 필요하죠.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이 있는데요. 일 년에 한 번씩만 선포해도 23번이었고, 한 달에 한 번씩 선포했어도 276번입니다. 저 같으면 열 번쯤 거절당하면 포기할성싶은데요. 그는 23년간 거절당하는 일을 반복했지만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너무 대단해 보입니다. 그의 끈질김에서 믿음이 보이고, 그의 인내에서 소망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생각이 떠올랐는데요. 그의 끈질긴 사역에 감탄하고 있자 하니 그의 끈질김을 이끌어낸 또 다른 끈질김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네요. 23년 동안 그렇게 하나님의 말씀과 경고, 엘로우 카드를 받고도 꿈쩍하지 않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잔소리를 들으면 귀찮아서라도 꿈틀할 만도 한데 요동도 않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어떤 면에서는 예레미야의 끈질김보다 더한 끈질김입니다.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예요. 이런 끈질김이라면 정말 대단한 재능처럼 여겨질 만하죠.

우리에게 힘이 없어서 믿음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에게 재능이 없어서 나누지 못하는 것도 아니죠. 우리에게 능력이 없어서 사역하지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스라엘에게 예레미야보다 더한 끈질김이 있듯이 우리에게도 충분한 능력, 충분한 재능들이 다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그 능력을 엉뚱한 곳에 사용한다는 것이 함정이죠. 예레미야는 자신의 끈질긴 재능을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데 사용합니다. 이스라엘도 예레미야에 못지않은 끈질김이 있는데요. 그런데 그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거부하는 데 그 재능을 쓰죠. 말을 잘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언변의 능력은 정말 귀중한 자산입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도 갚는다잖아요. 그런데 어떤 이들은 그 재능으로 사람들의 기를 세워지고, 격려하는 데 사용하는가 하면 어떤 이는 반대로 사람들의 기를 꺾고 죽이는데 그 재능을 사용하죠. 

우리에게도 예레미야를 능가하는 믿음이 있어요. 그런데 그 믿음이 하나님을 향한 것이 아니라 나를 향한 것이어서 문제죠. 우리에게 믿음이 없다고요? 천만에요. 그 믿음이 너무 넘쳐서 우리는 하나님을 바라보지 못하는 겁니다. 우리에게도 예레미야를 능가하는 끈질김이 있어요. 그런데 그 끈질김이 주님의 말씀을 듣는 것이 아니라 안 듣는 것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예요. 귀를 닫고, 마음을 닫아 주님을 멀리하는데 얼마나 끈질긴지 몰라요. 우리에게 믿음, 소망, 사랑 다 있어요. 주님이 주신 성품들입니다. 믿음이 작아 하나님 따르지 못하는 것이 아니에요. 소망이 없거나 사랑이 내 마음에 없어 잘못되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것을 믿고, 다른 것에 소망을 품기 때문에 잘못되는 겁니다. 가짜에 심취해서 진짜를 못 보는 거죠. 나를 너무 사랑해서 남을 사랑하지 못하는 것이지 사랑이 없기 때문이 아닙니다. 나의 안에 있는 끈질김을 하나님께 사용하세요. 만들어진 전자제품들은 각자의 쓰임새가 있습니다. 드라이기는 머리를 말리는 데 사용하는 것이지 옷을 말리는 데 사용하는 것이 아니죠. 반대로 건조기는 옷을 말리는 데 사용해야지 머리 말리는 데 사용하면 안 돼요. 우리에게 주신 믿음, 인내, 소망, 사랑은 주님의 통로로 사용해야 합니다. 끈질김은 올바로 사용될 때 인내가 되지만 잘못 사용하면 고집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