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서묵상일기 207 - "괜찮아. 잘 몰라도 돼"

2025. 1. 17. 04:45묵상하는말씀/누가복음서묵상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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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복음서 9:43b~45   사람들이 모두 예수께서 하신 모든 일을 보고, 놀라서 감탄하고 있을 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이 말을 귀담아 들어라. 인자는 사람들의 손으로 넘어갈 것이다." 그러나 제자들은 이 말씀을 깨닫지 못하였다. 그들이 그 말씀을 이해하지 못하도록 그 뜻이 숨겨져 있었다. 또한 그들은 그 말씀에 관하여 그에게 묻기조차 두려워하였다.


좋은 아침입니다. 한 주간을 마무리하는 금요일 아침이네요. 여러분의 발걸음이 가볍기를 기도합니다.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고 기분 좋게 일주일을 마무리하는 아름다운 시간 되길 빕니다.

 

말씀이 참 어려운 것 같아도 곱씹어 보면 참 명확한 것 같기도 합니다. 내용이 중구난방처럼 이리 튀고 저리 튀는 것 같아도 맥락은 일정하죠. 오늘 본문은 다시금 예수께서 자신의 수난, 그러니까 십자가 사건에 대해 예고하시죠. 이미 이 예고는 앞서 베드로의 거룩한 고백 이후 한 차례 등장했었습니다. 그런데 누가복음에는 안 나와 있지만 다른 복음서에는 베드로가 그 십자가 사건이 무엇인지 모르고 노발대발하는 바람에 '사탄아 물러가라'는 말까지 들어야 했죠. 그리고는 변화산 사건이 일어납니다. 

 

그때 하늘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는지 기억하시나요? 

 

"이는 내 아들이요, 내가 택한 자다.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이 본문을 묵상할 때 우리는 그런 나눔을 했죠. 좋은 일이 있어서 좋은 곳이 아니라 주님이 함께 하셔서 좋은 곳이라고요. 이 음성은 기적이 일어나고 황홀한 일들이 벌어지는 곳이 아니라 주님이 계시는 곳, 주님이 가시는 곳, 그곳이 가장 좋고 의미 있는 곳이라는 말씀을 하시는 것이죠. 그리고 할 수 없다고, 안 될 거라고 머뭇거리는 제자들의 이야기를 거쳐 오늘 본문에 다시 등장합니다. 그의 말을 들으라고 하신 말씀이 이 말씀이죠. 

 

그런데 여전히 제자들이 알아먹지를 못합니다. 그래요. 수십 년을 교회를 다녀도 늘 은혜만 갈구하고 조금만 어려워도 세상 끝난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우리들이나 제자들이나 매한가지입니다. 오히려 이런 제자들을 보면 위로가 되기도 하죠.

 

이렇게 반복되는 제자들의 몰이해에 대해 주님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앞선 뇌전증 아들 이야기에서는 책망을 거침없이 하셨던 주님이었기에 더욱 반응이 궁금한데요. 본문은 예수님의 뜻밖의 반응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깨닫지 못하는 제자들을 책망하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자들이 그 말씀을 깨닫지 못하도록 주님께서 숨기셨다고 기록하고 있죠. 

 

이게 무슨 뜻일까요? 일부러 못 알아듣게 하셨다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요? 이런 본문은 누가복음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이죠. 일단 본문의 뜻은 달라지지 않는 것 같아요. 제자들이 알아들지 못했다는 것은 명확합니다. 그리고 한번 더 그 부분을 강조하는데요. 깨닫지 못한 이유가 있어요. 그게 마지막 구절입니다. 제자들은 말씀에 대해 묻기조차 두려워했다고 했습니다. 우리도 가끔 그렇죠. 진짜 그렇게 될까 봐 확인을 안 할 때가 있죠. 정답을 듣지 않으려고 할 때가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하고 싶지 않은 거죠. 우리가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대부분 몰라서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그 내면에는 하기 싫어서가 더 적확한 대답이죠. 깨닫고 싶지 않은 것이란 뜻입니다. 

 

그럼에도 누가는 이를 이해하지 못하도록 숨겨져 있다고 표현하죠. 마치 깨닫지 못하는 이유가 우리가 아니라 주님에게 있는 것처럼 비치기도 합니다. 오해하기 충분하죠. 남탓하기 좋아하는 우리에게는 변명거리처럼 들립니다. 그래서 이런 표현이 과연 맞나 싶기도 하죠. 누가는 정말 내 탓이 아니라 주님 탓이라고 돌리는 것일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잘 모를 때는 아무 생각을 하지 않고 그저 말씀을 여러 번 읽는 것을 제가 추천한 적이 있죠? 한동안 여러 번 이 부분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뭔가 끈적거리는 감동이 밀려왔어요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괜찮아. 잘 몰라도 돼. 이해가 잘 되지 않아도 괜찮아. 깨닫지 못하는 너를 탓하지 마. 네가 알지 못해도, 네가 깨닫지 못해도 나의 사랑은 사라지지 않을 테니까. 그러니까 잘 안 돼도 기다리렴, 이해가 잘 되지 않아도 기다려봐, 다 깨닫지 못해도 믿고 인내해 보렴, 언젠간 반드시 나의 마음과 사랑을 알게 될 날이 올 거야~'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그런데 그런 마음이 제게 강렬하게 임하더라고요. 내가 잘 못해도, 내가 잘 못 알아들어도, 내가 지혜가 부족하고 깨닫는 능력이 모자라도, 그래도 주님의 사랑은 영원하고, 그래도 주님의 은혜는 무궁할 것임을 믿습니다. 우리가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언젠가 반드시 그분의 섭리를 맛보게 될 날이 올 것이라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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