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서묵상일기 59 - 기본에 충실하세요.

2024. 7. 10. 04:45묵상하는말씀/누가복음서묵상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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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복음 3:12~13   세리들도 세례를 받으러 와서, 그에게 물었다. "선생님,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겠습니까?" 요한은 그들에게 대답하였다. "너희에게 정해 준 것보다 더 받지 말아라."


좋은 아침입니다. 연일 비가 와서 온몸에 꿉꿉함을 견디기가 어렵습니다. 무더위보다 더 어려운 것은 습한 날씨죠. 이렇게 습한 날씨는 불쾌지수를 높이는데 일조를 하기도 합니다. 춥고 덥고 맑고 비 오고 건조하고 습한 모든 상황들은 그래도 다 이유가 있고 쓸모가 있음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상황은 어쩌면 하나도 버릴 것이 없을지도 몰라요. 우리가 감사하게 받으면 말이죠. 오늘도 전쟁터 같은 일터로 향하는 우리 가족들은 황폐한 땅에 씨를 뿌리듯, 싸움의 총구에 꽃을 꽂듯이 감사와 기쁨으로 분위기를 바꾸는 거룩한 주님의 전령이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어제 무리에게 말씀하신 데 이어서 오늘은 세리에게 말씀하는 세례 요한의 메시지를 듣습니다. 세리라 하면 오늘날 세무직 공무원을 뜻하는 말이죠. 세금을 걷기 위해서 일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로마 지배 당시의 세리는 오늘날 세무 공무원과는 많이 다릅니다. 일단 정치적인 상황이 다르죠. 당시는 로마 식민 지배를 당하던 때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세금은 로마에게 속한 것이었죠. 다시 말해 당시 세리로 일하던 사람들은 세금을 거두어서 로마에 바치는 일종의 로마의 앞잡이였던 셈입니다. 게다가 당시 로마의 세수정책은 도급제였는데요. 도급제란 정해진 세금의 액수를 세리로부터 거둬들이는 방식이죠. 그리고 그 외의 수익은 세리 몫으로 돌렸던 것입니다. 그래서 무자비한 세리들은 각종 이유를 달아서 세금을 징수하여 정해진 금액은 로마에 바치고 나머지는 자신의 주머니에 넣는 행위를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세리는 당시 일반 유대인들 사이에서 매국노 취급을 받았습니다. 로마 권력을 뒤에 업고 악랄하게 세금을 갈취해 착복하여 동포를 힘들게 하는 반역자였던 거죠. 심지어 세리는 재판정에서 증인으로 서지도 못했습니다. 세리의 말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기 때문이죠. 한 마디로 세리는 유대인 같으나 유대인이 아닌, 상종하지 못할 존재였던 거죠. 

 

그런 세리에게 세례 요한이 말합니다. 

 

"너희에게 정해 준 것보다 더 받지 말아라."

 

다시금 상기하면 지금 세례 요한은 회개에 대해 말씀하고 있죠. 세리의 질문은 우리가 어떻게 해야 깨끗하게 될 수 있는지, 회개는 무엇인지를 물었던 것이니까. 이에 대한 대답이 바로, 정해 준 것보다 더 받지 말라는 것입니다. 세리를 그만두라는 말씀이 아니고요. 세금을 깎아주라는 말씀도 아닙니다. 그저 정해진 것보다 더 받지 말라고 하시죠. 

 

이 말씀을 여러분은 어떻게 들으시나요? 저는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기본에 충실하라고 말이죠. 더 좋은 일, 더 나은 일, 더 훌륭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일, 나에게 맡겨진 일, 그 본분에 충실하면 된다고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욕심이라는 것이 허락된 것보다 더 많이 가지려 할 때 생기는 것이더라고요. 

 

한때 이런 어리석은 생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힘들게 운동하지 않고 근육이 생기는 방법은 없나?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지 않고 지식이 늘거나 지혜가 생기는 방법은 없을까? 그런데 그런 획기적인 방법은 없더라고요. 반대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하죠? 지나쳐서 좋은 것도 없더라고요. 무엇이든 기본을 할 줄 알면 기적은 거기서 생기는 법입니다. 내가 맡은 바 사명을 다하면 그 위에서 하나님이 일하시기 때문입니다. 

 

어느 광고에 그런 말 있잖아요? '지킬 것은 지킨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지킬 것만 지켜도 세상은 아름답게 돌아갈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본문에 충실하기만 해도 영적인 질서가 유지될지도 몰라요. 오늘도 오버하지 말고, 뭐 너무 잘하려고 하지도 말고, 그렇다고 한눈팔지도 말고 내게 맡겨진 시간, 일들, 그리고 사람들에 충실한 하루를 보내는 우리 되기를 빕니다. 본분에 충실할 때, 기본에 충실할 때, 하나님은 그 위에서 역사하실 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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