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기묵상48 - 당연한 것은 없습니다. 모두 감사한 것뿐입니다. 신명기 15:12-23

2019. 3. 25. 09:23묵상하는말씀/신명기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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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친구와 식당엘 갔는데요.
서빙을 하는 직원에게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같이 간 친구가 그러더군요.
직원이 서비스를 하는 것은 당연한데 뭘 고마워하냐고 말이죠.
우리가 내는 돈에 직원의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다는 겁니다.

우리는 당연한 것이 많습니다.
수업료를 냈으니 선생이 가르쳐 주는 것은 당연하고,
차비를 냈으니 기사가 운전을 하는 것은 당연하죠.
엄마는 엄마니까 아침밥을 당연히 해 주어야 하고,
친구는 친구니까 당연히 나의 말을 들어주어야 하죠.

아침은 당연히 나에게 와야 하고,
맑은 공기와 시원한 물도 당연히 있어야 합니다.
내가 기도하면 당연히 하나님은 들어주셔야 하고,
내가 생각하면 당연히 세상은 생각한 대로 돌아가야 하죠.
당연한 것이 당연해지지 않을 때 우리에게 분노가 일어나죠.

유대인들 가운데 종이 되는 경우는 대략 이렇습니다.
극도의 빈곤으로 인해 부모의 손에 종으로 팔리게 되었거나,
그 자신이 빚과 가난에 처해 스스로 종이 된 경우,
혹은 죄를 지어 변상의 법을 따를 때 몸으로 변상하기 위해 종이 되는 경우 등입니다.
결국 돈 때문에 팔려오는 셈이죠.
종이라 함은 내가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존재를 뜻하죠.
그러나 오늘 본문에는 우리의 종에 대한 인식을 비껴가는 말씀들이 등장합니다.
일단 6년을 일하고 7년이 되는 해에는 종을 놓아주어야 합니다.
놓아주는 이유가 특이합니다.
그 이유를 18절에는 이렇게 기록하죠.
“그들은 여섯 해 동안 품팔이꾼이 받을 품삯의 두 배는 될 만큼 당신들을 섬겼습니다.”
이 이유가 특이한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종의 섬김은 당연한 것이었기 때문이죠.
그들이 열심히 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들이 뼈 빠지게 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얼마나 일했는지 값어치를 따지지 않죠.
왜냐하면 종이니까요.
종이 일하는 것은 당연하니까요.

오늘 본문에서 말하는 특이점은 또 있습니다.
그들이 7년째 되는 해에 주인을 선택하는 기회가 생깁니다.
6년간 함께 한 주인의 집을 떠나고 싶지 않을 때는 계속 그 집에서 종으로 살겠다고 선언하는 것이죠.
이것이 단순한 것이 아닌 이유는,
졸지에 전세가 역전되어서 주인이 종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종이 주인을 선택하는 상태가 된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종이었지만 주인이 좋아서 남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어디 종으로 살고 싶은 사람이 있겠습니까?
그런데 종으로라도 살겠다고 결정했다면 그 주인이 종에게 어떤 존재였을까요?
종을 종처럼 대하고, 종을 부리는 것이 당연하다 여겼다면
과연 종이 종에서 자유할 기회를 마다하고 주인을 섬기겠다고 했을까요?

더 나아가 말씀은 떠나는 종에게 사례를 하라고 말합니다.
요즘으로 말하면 퇴직금을 주는 것인데요.
그것도 넉넉히 말이죠.
이는 오늘날처럼 법적으로 정해진 것도 아닙니다.
자발적으로 주라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그가 주인을 섬긴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라는 뜻이기도 하죠.

요즘 택배는 신속하다 못해 세밀하죠.
택배가 언제 오는지 미리미리 연락이 옵니다.
도착 후에는 잘 받았는지도 묻는 문자가 오죠.
과잉이다 싶을 만큼 서비스가 좋아졌습니다.
한 번은 물건 배달을 알리는 문자에 답을 해 주었습니다.
“선생님, 매번 배달 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랬더니 장문의 답문이 왔어요.
그런 고맙다는 문자를 처음 받아보았다며 되레 감사하다고 문자가 왔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택배 아저씨의 신속한 배달은 당연하다고 여기는지도 모르죠.
우리는 택배비를 지불했으니까요.
종의 삯을 지불했으니 종의 서비스는 당연하다 여기듯이 말이죠.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니 그들을 함부로 대해도 된다고 여기듯이요.
어떤 가게에서는 직원들의 유니폼을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그 유니폼에는 이렇게 적혀있답니다.
“저도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딸입니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습니다.
아무리 값을 지불했어도, 아무리 법적으로 정해졌어도,
그것으로 마음을 다 살 수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당연한 것이 많으면 감사를 잃습니다.
가족이 함께하는 것이 당연할 때 가족에 대한 감사를 잃고요.
친구의 도움이 당연할 때 친구의 소중함을 잃습니다.

세상 어디에도 당연한 것은 없습니다.
모두 다 감사한 것들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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