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서묵상일기 276 - "너라면 어떻게 하겠느냐?"
2025. 4. 23. 05:00ㆍ묵상하는말씀/누가복음서묵상일기
반응형
누가복음서 14:2~6 그런데 예수 앞에 수종병 환자가 한 사람이 있었다. 예수께서 율법교사들과 바리새파 사람들에게 물으셨다. "안식일에 병을 고치는 것이 옳으냐? 옳지 않으냐?" 그들은 잠잠하였다. 예수께서 그 병자를 손으로 잡아서 고쳐 주시고, 돌려보내신 다음에,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가운데서 누가 아들이나 소가 우물에 빠지면 안식일에라도 당장 끌어내지 않겠느냐?" 그들은 이 말씀에 대답할 수 없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도 가슴 따뜻하게, 좋은 마음과 눈으로 삶의 자리를 밝히는 여러분 되시길 빕니다.
오늘 본문은 어제 이미 나눈 말씀인데요. 오늘 다시 한번 묵상하고자 합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어제 묵상은 본문의 직접적인 내용과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묵상을 나눴죠. 오늘은 본문에 충실하여 묵상해 보겠습니다.
예수님은 오늘도 안식일에 병자를 고치십니다. 그 장면을 지켜보는 바리새인들, 그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온갖 모략과 계산이 깔려 있었겠죠. 어쩌면 이런 생각으로 가득했을지도 모릅니다.
“율법에 어긋난다. 안식일에는 일하지 말라 하셨으니 병 고치는 것도 일이다. 예수는 율법을 어긴 자다.”
그 틀 안에서 그들은 이미 답을 정해 놓고 있습니다. 사람이 아파도, 고통 속에 있어도, 오늘은 안식일이니까 ‘기다려야 한다’는 겁니다. 그때 예수님은 이렇게 물으십니다.
“너라면, 네 자식이 우물에 빠졌는데, 오늘이 안식일이라고 해서 그냥 두겠느냐?”
율법은 하나님이 주신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율법의 정신이 아닌 형식과 규칙만을 남겨놓았습니다. 율법의 목적은 사람을 살리는 것이죠. 이 부분을 주님은 분명히 말씀합니다.
마가복음서 2:27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이 아니다."
그러나 바리새인들은 그 목적을 잃어버리고 껍데기만 남긴 채 사람을 정죄하는 도구로 율법을 사용했습니다. 예수님은 율법의 문자보다 사람의 고통을 먼저 보셨습니다. 눈앞의 병든 사람, 그가 겪는 수치와 고통, 그 삶의 절망을 예수님은 깊이 공감하셨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에게 율법은 하나님이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이었기 때문이죠. 하나님의 말씀은 머리로만 분석하는 이론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껴야 하는 ‘사랑의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의미로 덴마크의 철학자이자 신학자인 키에르케고르는 이런 말을 했죠.
"사랑은 옳고 그름을 넘어, 함께 슬퍼하고 어려움을 나누려는 용기에서 드러난다."
신학자 칼 바르트도 이렇게 말하죠.
“하나님의 말씀은 책 속의 법조문이 아니라, 살아계신 하나님의 심장 소리다.”
우리는 남이 고통받는 모습을 볼 때, 너무 쉽게 말합니다.
“자기가 잘못해서 그러지.”
“믿음이 없어서 그러지.”
하지만 그 상황이 내 자녀의 일이라면, 내 부모의 일이라면, 그렇게 쉽게 말할 수는 없을 거예요. 내 아이가 아픈데 내가 주일이니 오늘은 참고 내일 병원에 가자고 말하지는 못할 겁니다. 또 그것을 믿음이 없다고 말할 수도 없죠. 남 일처럼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원리니, 원칙이니를 따지고, 법전을 들이밀죠. 그러나 예수님은 이렇게 물으십니다.
“너라면 어떻게 하겠느냐?”
우리는 신앙을 살아가는 가운데 때로는 머리로 너무 많은 걸 판단하려 합니다. 그런데 진짜 믿음은 사랑을 실천하는 능력입니다.
로마서 13:10 사랑은 이웃에게 해를 입히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사랑은 율법의 완성입니다.
자비와 긍휼, 그건 계산으로 되는 게 아닙니다. 그건 '내가 너의 입장이 된다면'이라는 가정에서 시작되는 마음입니다.
갑자기 생각이 나네요. 프란치스코 교황이 엊그제 돌아가셨습니다. 카톨릭 역사에 기억될만한 교황이었던 분이죠. 제게는 2014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그가 남겼던 말이 인상 깊었는데요. 당시 세월호 사고로 가슴 아파하는 우리나라를 보며 그는 이런 말을 남겼죠.
"고통 앞에서 중립은 없다."
하나님의 말씀은 논리보다 따뜻함이고, 분석보다 포옹입니다. '너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그 물음 앞에, 오늘 우리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답해야 합니다. 역지사지 易地思之, 이것이 사랑의 기초이고, 주님의 말씀을 해석하는 근본입니다.
728x90
반응형
'묵상하는말씀 > 누가복음서묵상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누가복음서묵상일기 281 - "응답하라!" (0) | 2025.04.29 |
---|---|
누가복음서묵상일기 280 - 왜 끼리끼리 만나면 안 되는지 아십니까? (0) | 2025.04.28 |
누가복음서묵상일기 279 -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입니다. (1) | 2025.04.27 |
누가복음서묵상일기 278 - 높아지려 하지 말고, 깊어지려고 하십시오. (0) | 2025.04.25 |
누가복음서묵상일기 277 - 자리를 정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0) | 2025.04.24 |
누가복음서묵상일기 275 - 끈질김이 실력입니다. (0) | 2025.04.22 |
누가복음서묵상일기 274 - "네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0) | 2025.04.21 |
누가복음서묵상일기 273 - 제3일에는 완전하여지리라. (0) | 2025.04.20 |
누가복음서묵상일기 272 - 자신을 쳐서 복종케 하는 자가 이깁니다. (0) | 2025.04.15 |
누가복음서묵상일기 271 - 다 때가 있습니다. (0) | 2025.04.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