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서묵상일기 305 - 사람은 다 똑같습니다.

2025. 5. 27. 05:00묵상하는말씀/누가복음서묵상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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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복음서 17:15~16   그런데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은 자기의 병이 나은 것을 보고, 큰 소리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면서 되돌아와서, 예수의 발 앞에 엎드려 감사를 드렸다. 그런데 그는 사마리아 사람이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도 말씀이 우리를 비추는 거울이 되길 바랍니다. 자기 자신을 비춰보고, 내가 선 자리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돌아보는 진실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합시다. 진짜 변화는 마음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우리는 어제, 사마리아인의 시점에서 이 사건을 바라보았습니다. 비록 지어낸 이야기지만, 저에게는 마치 제 자신이 그곳에 있는 듯한 느낌으로 이 말씀이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그중에서 제 마음에 계속 남아있는 아픔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오늘도 같은 본문으로 묵상하려고 합니다.  

이미 아시겠지만 오늘 본문은 예수님께서 나병 환자 열 명을 고치신 사건의 일부입니다. 열 명의 나병 환자가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똑같이 사회에서 격리되어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당시 나병은, 육체뿐 아니라 관계까지 파괴시키는 병이었습니다. 죄인으로 낙인찍히고 공동체에서 추방되고, 가족과도 생이별을 해야 했으며, 거리에서도 돌에 맞아 쫓겨나는 비극적인 사회적 사형선고였죠.

그런데 성경은 이 열 명 중 한 사람이 사마리아 사람이었다고 굳이 밝히고 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는 나머지 아홉 명이 유대인이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그리고 사마리아인은 유대인들에게 철저히 차별받던 민족이라는 것을 암시하며 그곳에서도 그런 차별이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나병에 걸려 똑같이 사회에서 버림받은 사람들인데, 그들 사이에서도 차별과 편 가르기가 존재했다는 사실은 참으로 가슴 아픈 현실입니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이라는 말처럼, 같은 병으로, 같은 처지에 놓인 이들이라면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해야 할 텐데, 그곳에서도 편을 나누고 누가 잘났는지 따지고 있었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 모습은 낯설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의 현실도 이와 같기 때문입니다. 똑같이 죄인인데, 누가 더 착한 죄인인지, 누가 덜 더러운 죄인인지, 서로 판단하고 저울질하기 때문입니다.

 

로마서 3:23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습니다. 그래서 사람은 하나님의 영광에 못 미치는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죄인입니다. 똑같이 주님의 자비와 긍휼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리석게도 그 죄의 무게를 비교합니다. 내 죄는 합리화하고, 남의 죄는 증폭시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조차 예수님 앞에서 이런 모습을 보였습니다.

마가복음 9:34   제자들은 길에서, 누가 가장 큰 사람이냐 하는 것으로 서로 다투었다.

예수님과 함께 있으면서도, 그들은 ‘누가 더 크냐’는 질문에 집착했습니다. 마치, 똑같이 더러운 똥물을 쓰고도 누가 더 깨끗한지를 놓고 싸우는 것처럼, 똑같이 썩어가는 냄새가 나면서도 누가 더 고귀한지를 놓고 다툽니다. 나의 죄는 작게 여기면서 남의 작은 티끌은 너무나 커 보이고, 나의 악보다 남의 작은 실수는 용서할 수 없는 죽일 일이 되어 버립니다. 기독교인은 죄인 아닙니까? 우리도 용서받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누가 누구를 죄인취급할 수 있겠습니까? 누가 누구를 복음이라는 이름으로 비난하고 저주할 수 있겠습니까? 이것은 웃픈 현실이지만, 동시에 우리의 적나라한 모습이기도 합니다.

신학자 헨리 나우웬(Henri Nouwen)은, [상처 입은 치유자]라는 그의 책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서로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가 다 상처 입은 존재임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똑같이 주님의 사랑과 은혜가 필요한 존재입니다. 우리 모두는 치유가 필요한 존재들이죠.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누군가를 깎아내림으로 나를 세우려는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결국 우리는 모두 똑같습니다. 똑같이 죄인이요, 똑같이 구원이 필요한 존재이며, 똑같이 고난 속에서 주님의 은혜를 갈망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누가 누구를 차별하고,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습니까?

사랑하는 여러분, 오늘 하루 우리는 이 진리를 깊이 묵상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판단하고 비난하기 전에, 먼저 우리 자신의 연약함을 돌아보고 하나님의 긍휼을 구해야 합니다. 나와 너는 다를 바 없는 존재임을 인정하고, 서로를 사랑과 이해로 대할 때 비로소 진정한 평화와 하나 됨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오늘 하루,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다시 보십시오. 그들이 어떤 모습이든, 그들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주님의 사랑이 필요한 존재임을 기억하십시오. 미워하고 비난하는 대신 격려하고 이해하며, 사랑과 일치, 화합을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가십시다.
누군가를 향한 판단을 내려놓고 그 자리에 이해와 긍휼을 채워 넣어 보십시오. 그곳에서 진짜 복음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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