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8. 14. 06:56ㆍ묵상하는말씀/사사기묵상
모처럼 어제는 기드온을 통해 시원한 말을 들었습니다.
"오직 주님께서 여러분을 다스리실 것입니다."
소위 기드온은 이스라엘에게 아이돌이 되었죠.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칭송하고 우러러보았습니다.
국민적인 영웅이 된 거죠.
그런 대접을 받으면 우쭐할 수밖에 없습니다.
많은 이들이 왕이 되어달라고 매달릴 정도였으니까요.
그럼에도 위와 같은 말을 했으니 대단하죠.
그런데 딱 하루뿐이었습니다.
오늘 본문을 읽으면서 어제 읽은 기드온의 외침이 상쇄되는 기분이 드네요.
오늘 본문에서는 기드온의 태도에 대한 2가지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먼저 이야기는 기드온이 금으로 에봇을 만들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에봇이라는 것은 제사장의 옷입니다.
그러니까 기드온은 왕이 되어 달라는 백성들의 요구에
자신은 제사장으로 족하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여요.
그러나 문제는 그 과정입니다.
그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서 금을 모으죠.
그런데 그 금이 어디서 나왔냐 하면,
미디안 사람들의 귀걸이에서 나왔어요.
미디안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전부 금으로 만든 귀걸이를 했던 모양이에요.
그러니까 이스라엘 군대는 미디안을 치면서 그들의 귀걸이를 자기 주머니에 넣었다는 거죠.
한두 개가 아닌 모양입니다.
기드온도 그 사실을 알았던 듯, 그중에 하나씩 내놓으라고 하죠.
마치 금 모으기처럼 말입니다.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전쟁에 무슨 정신으로, 게다가 전쟁은 적은 인원만 투입이 되었는데,
어찌 이스라엘 백성들 주머니에는 금 귀걸이들이 있었을까요?
아무튼, 기드온은 그것으로 에봇을 만들죠.
무려 20kg짜리 옷입니다.
단번에 아시겠지만 이 옷은 입으려고 만든 옷이 아니죠.
보여주려고 만든 옷입니다.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보여주려고요.
에봇은 제사장의 상징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에봇이라고 해도 그것이 자기를 드러내는 교만이라면 우상이 되죠.
출애굽 과정에서도 이스라엘은 금을 모은 경험이 있습니다.
그리고 송아지 형상을 만들죠.
그들은 그것이 하나님이라고 우겼습니다.
제 아무리 좋은 의미를 붙인다고 해도 보여주려고, 드러내려고, 과시하려고 하는 것은 욕망의 표현일 뿐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 에봇을 마치 우상처럼 섬기죠.
하나님이 아니라 기드온을 섬기는 것입니다.
지도자들이나 사역자들은 조심해야 해요.
그들을 통해 하나님은 일하십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능력도 주시고, 재능도 주시죠.
그들의 수고를 통해 많은 일들이 감당되고, 또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죠.
많은 이들이 칭찬하고, 또 환호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일을 인정하고, 그들의 결과를 높이 평가하죠.
그렇다고 그것이 그들의 권세가 될 수는 없습니다.
‘이것은 내가 한 일들이야!’
‘누구도 못해, 이 일은…’
‘나 아니었어 봐, 누가 이 일을 하겠어?’
그 순간, 그 사역은 우상이 됩니다.
지도자, 사역자들, 혹은 헌신을 하는 이들에게 몰려오는 유혹이 있어요.
나의 하는 일을 조금씩 과시하고 싶어 하는 유혹이죠.
누군가 알아줬으면 좋겠고, 많은 사람들이 알아봤으면 좋겠다고 여기죠.
그때, 우리는 무리수를 두기 시작하죠.
말로, 혹은 행동으로 자신의 바운더리를 형성합니다.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게 못을 박죠.
성가대 자리를 넘보지 못하게,
심지어 청소도 할 수 없게 만들죠.
‘매주 할 것 아니면 하지도 마!’
‘이건 교회 물건(사실은 자신의 물건)이니 건들지 마!’
연이어서 기드온의 속내를 알 수 있는 두 번째 이야기가 오늘 본문에 나옵니다.
그가 70명의 아들을 두었다는 이야기죠.
물론 수많은 아내를 두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일단 70명의 아들을 두었다는 말이 의미심장합니다.
성경에 70명의 아들을 거느린 또 다른 인물이 등장하죠.
바로 그 악명 높았던 아합 왕입니다.
이 말은 기드온이 말은 그렇지 않았지만 왕처럼 살았다는 것을 의미하는지도 모르겠네요.
게다가 세겜에 첩까지 두었데요.
아내가 많았는데도 첩까지 두었다면, 그것은 솔로몬이나 할 수 있는 짓이죠.
여기에 종지부를 찍을 만한 일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 세겜의 첩에게서 낳은 아들의 이름이 ‘아비멜렉’이라는 거죠.
‘아비멜렉’이란 이름의 풀이를 하자면, “나의 아버지는 왕이시다”라는 뜻입니다.
이쯤 되면, 기드온의 속내를 알 수 있을까요?
사랑하는 여러분,
수고의 수고는 다하고, 일의 일은 다하면서 욕먹는 사람이 있어요.
많은 고생을 했는데 대접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죠.
그들은 아무도 나서지 않는 일에 홀로 나서서 혼자 일 다하는 사람들이죠.
교회에도 그런 분들 계세요.
다른 사람들은 다 그냥 가는데 끝까지 남아서 뒷정리를 다 하고 가는 분들요.
맛나게 먹고 남은 더럽고 냄새나는 음식물을 다 치우고,
무거운 의자와 책상들을 깨끗이 정리하고,
여기저기 흘린 바닥을 일일이 닦는 수고를 다하죠.
그분들이 없으면 정말 어쩔 뻔했을 정도로 귀한 손길들이에요.
그런데 그렇게 해 놓고는 자신이 한 일을 자랑하고, 하지 않는 이들을 욕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이 청소는 내가 해 놓은 거야!’
‘니가 안 한 일을 내가 했다구!’
그렇게 자신의 사역을 교만으로 드러내는 순간, 그 수고의 진정성을 아침 안개 사라지듯 쉽게 없어지죠.
오히려 갖은 수고를 하고도 욕을 먹습니다.
귀한 헌신이, 말 한마디로, 속내에 숨긴 교만 하나로 헌신짝 버려지듯 삽시간에 버려지죠.
하나님의 사명으로 시작했다면 그 첫 마음을 지키세요.
그 일을 내가 한 일이 아니라 하나님이 하신 일이니까요.
주님을 위해 한 일이라면 그 첫 태도를 지키세요.
도우려고 시작한 일이면, 돕는 일에 만족하고,
누군가를 대신해서 한 일이면, 대신할 수 있음에 감사하세요.
내가 했다고 자랑도,
남이 안 했다고 비난도 하지 마세요.
오히려 남이 안 했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잖아요.
오히려 나를 사용하셔서 감사한 일이잖아요.
그런데 처음 마음을 잃으면, 우리는 쉽게 변질됩니다.
시작할 때 그 마음을 잊지 마세요.
헌신할 때 그 태도를 잊지 마세요.
부르심 받았을 때 가졌던 심령을 잊지 마세요.
그렇게 우리는 일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쓰임 받음에 기뻐하고, 땀을 흘릴 수 있음에 행복한 사람이길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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