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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하는말씀/골로새서묵상일기

골로새서묵상일기 36 - “진짜를 제대로 알아야 가짜가 보입니다”

골로새서 3:9~10   서로 거짓말을 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옛사람을 그 행실과 함께 벗어버리고, 새 사람을 입으십시오. 이 새 사람은 자기를 창조하신 분의 형상을 따라 끊임없이 새로워져서, 참 지식에 이르게 됩니다.


“진짜를 제대로 알아야 가짜가 보입니다”

 

이 말은 세계 최고의 위폐 감별 전문가로 알려진 서태석 씨의 말입니다. 우리나라 1세대 위폐 감별사로 일했던 그는 날이 갈수록 발전하는 위폐의 기술력을 따라갈 수가 없다고 말했어요. 본래 도둑 한 사람을 열 명의 경찰이 잡기 힘든 법이죠. 진폐보다 더 진폐 같은 슈퍼노트를 구별해 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위폐 감별의 최고 권위자가 된 이유를 그는 위폐에서 찾지 않았다고 하죠. 그가 주목한 것은 위폐의 연구가 아니라 진폐의 연구였다고 해요. 위폐를 아무리 연구해봐야 위폐는 나날이 새로워지기에 그 위폐를 다 연구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가 연구한 것은 진폐였다는 거죠. 진폐를 알면 위폐를 구분할 수 있다는 거예요.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의 문제, 즉 죄에 대해 몰두합니다. 자신의 잘못을 곱씹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죠. 그런데 한 가지 착각하는 점이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죄인이라는 점을 주님께서 상기시키시는 이유는 우리가 더럽고 추잡한 사람이라는 것을 각인시키시는 것이 아니시라는 점입니다. 그분의 의도는 우리가 죄에서 의로, 어둠에서 빛으로 변화된 존재라는 것을 알려주시는 용도로 죄를 사용하고 계시다는 것을 잊는 것 같아요. 회개라는 것은 신앙인에게 있어서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회개의 본 뜻이 죄를 고백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확한 뜻은 돌아서는 것을 의미하죠. 죄를 고백하는 이유는 이제 죄가 아니라 의로 돌아서겠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서 중점은 죄가 아닌 의로움이죠.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위폐보다 진폐를 더 연구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바울은 골로새 교인들에게 땅의 것을 버리라고 말했습니다. 구체적인 요소까지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잘 안 돼요. 어둡고 침침한 삶은 좋아하는 사람은 없어요. 분노로 하루를 지내고 싶은 사람도 없죠. 나도 모르게 어둠이 찾아오고, 수많은 사람과 시간이 나를 분노로 내모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 나에게서 펼쳐지죠. 이를 바울은 잘 알았던 모양입니다. 로마서에서 그는, '선을 행하려는 의지는 있으나, 그것이 잘 안 된다'라고 고백하죠. 그러면서 자신을 '곤고한 사람'이라고까지 표현합니다. 로마서 7장에서 이렇게 암울하게 자신을 토로하던 바울은 로마서 8장에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활기차게 이야기하는데요. 자신의 죄성, 반복되는 악순환, 늘 똑같은 회개와 고백으로 지쳐있던 그는 갑자기 이렇게 외치죠.

 

롬 8:1   그러므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사람들은 정죄를 받지 않습니다.

 

조금 전까지 죄로 눌려 헤어 나오지 못하는 초라한 자신의 모습에 전전긍긍하던 바울이 확 바뀝니다. 죄의 문제를 해결한 것일까요? 천만에요. 그의 죄성은 여전하고, 그의 곤고함은 떠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는 옛사람을 버리는 방식, 땅의 것을 생각하지 않는 방법을 터득하죠. 그것은 땅의 것을 버리려고 노력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죠.

 

롬 8:2   그것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성령의 법이 당신을 죄와 죽음의 법에서 해방하여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죄와 죽음의 법을 해방시켜주는 것은 죄와 죽음을 떠나서가 아니라 성령의 법에 묶여서 가능하다는 그의 고백이었어요. 다시 말하면 죄를 묵상해서 죄를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죄는 여전하지만 죄를 묵상하지 않고 이제 의를 묵상하는 것으로 죄를 해결한다는 뜻입니다. 위폐를 연구해서 위폐를 가려내는 것이 아니라 진폐를 앎으로 위폐를 버리는 것과 같은 이치죠. 그런 의미로 오늘 본문은 바울의 죄에 대한 해결책이 나옵니다. 땅의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 '음행과 더러움과 정욕과 악한 욕망과 탐욕'을 죽일 수 있는 방법, '분노와 격분과 악의와 훼방과 여러분의 입에서 나오는 부끄러운 말'을 버릴 수 있는 방법, 그것은 옛사람을 묵상하는 것이 아니라 새사람을 묵상하며 사는 것이라고요.

 

오늘도 새로운 하루가 주어졌습니다. 어제의 일들이 아직 머리에 남아 계시죠? 어떤 것이든 무엇이든, 오늘은 새로운 하루임을 인정하고 새롭게 주어질 기회들을 생각하며 이 아침을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하루를 묵상하면 어제의 하루는 떠날 거예요. 기쁨을 묵상하면 슬픔이 자리할 곳은 없을 거예요. 용서를 묵상하면 분노할 타이밍은 사라질 겁니다. 위폐가 아니라 진폐를 갖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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