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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하는말씀/욥기묵상

키리에 키리에 엘레이손

2014.5.14. 욥기묵상

키리에 키리에 엘레이손(욥9장)





지난 부활주일,
영아세례식이 있었습니다.
이제 갓 태어난 아이의 머리에 손을 얹고
주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축복의 기도를 했는데요.
주체할 수 없는 눈물 때문에
말을 하기 힘들 지경이었습니다.

물론 이유는 복잡합니다.
유독 그날 세례받는 이들은
모두 목회자 가정의 자녀들이었는데요.
목회자 가정에서 자란 저로써는
그 아이들에게 이미 주어진
은혜와 축복뿐 아니라
울타리와 견뎌야할 아픔들이
떠올랐기 때문인지도 모르죠.

부모의 도움 없이,
부모의 수고 없이,
누군가의 섬김 없이,
자랄 수 있는 아이는 없습니다.

태어나면 모든 것을 누군가 해줍니다.
그날,
엄마와 아빠 품에서
잠들어 있는 아이를 보면서
마치 하나님께서 나를 돌보시지 않으면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이
새삼스레 몰려왔습니다.

어느 덧 자라서
마치 내가 혼자 자란 것처럼 굴면서
하나님께 따지고,
하나님과 선악의 논쟁을 하며,
하나님과 가치판단의 투쟁을 하는
내 자신이 참 초라해 보였습니다.

어린 아이가 부모 품에 거하며
그들의 도우심으로 자람을 알듯이,
그것이 효의 근본이듯이,
가장 아름다운 신학은
내가 뭔가를 주장하기 이전에
하나님의 자비하심을 인정하는 것이고,

하나님의 불쌍히 여김을 받는 존재라는 사실을 아는데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주여, 길을 잃은 저희게 자비를 베푸소서
주여, 비진리에 목숨을 거는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주여, 생명의 존귀함을 모르는 저희를 용서하소서
주여, 당신의 자녀인 저희를 기억하소서

저희를 구하소서.
사명을 귀먼 이 죄인과,
사랑을 잃은 이 공동체와
이익에 취한 이 민족과,
진리에 눈먼 이 교회를 구원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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