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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하는말씀/데살로니가후서

데살로니가후서07 -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 데살로니가후서 2:13-17

제가 인상 깊게 읽은 책 가운데,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유진 피터슨 목사의 책인데요.
다윗에 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영성 이야기를 적고 있죠.

이 책이 처음 저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은
책의 제목이었습니다.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
사뭇 이율배반적으로 보이는 제목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이전에 제가 생각하는 영성이라는 것이
신비하고 거룩한 것이었기 때문이죠.
마치 초현실적이고, 세상과 다른 특별한 것이었기 때문이죠.
일상에서는 누릴 수 없는,
현실에서는 찾을 수 없는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영성이 현실에 뿌리를 박았다니요.
사실, 이 책의 원래 제목은 이것이 아닙니다.
원제목은, Leap over a wall(벽을 뛰어넘어서)입니다.
유진 피터슨목사는 다윗을 통해서
우리가 영성에 대한 그릇된 인식의 벽을 허물도록 요구하죠.

다윗은 우리에게 위대한 왕으로 기억됩니다.
사도행전에 보면 그가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자라는 기록도 있죠.
그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나 그 많은 시련과 어려움 가운데서도 믿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그런 그의 영성을 우리는 부러워하죠.

그런데 저자는 다윗의 인생에서 색다른 것을 발견합니다.
다윗의 이야기에서 우리가 흔히 성경에서 보는
기적과 같은 일들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는 제사장도 아니었고, 선지자도 아니었습니다.
그는 장남도 아니었고, 훤칠하게 잘 생기지도 않았습니다.
그에게는 태몽이 있지도 않았고,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도 않았습니다.
신비한 힘이 솟는 머리카락도 없었고,
기도할 때마다 초현실적인 기적이 일어난 경우도 없었습니다.
유일하게 골리앗과의 대결을 우리는 기적으로 보지만,
사실 그것은 기적과는 먼 이야기입니다.
그의 돌팔매는 십여 년간 목동으로 익힌 기술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하나님의 통치가 임하는 곳은
거룩한 성소나 제사장의 구별된 장소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말이죠.
신비한 경험과 놀라운 권능을 체험하는 것만이 곧 영성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하나님의 나라는 특별할 것 없는 일상 속에 실재한다는 것입니다.

영성은 어떤 신비한 힘을 뜻하지 않습니다.
영성은 인간이 신격화되는 모습도 아니죠.
어쩌면 가장 인간다워지는 모습이 영성일지도 모릅니다.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하시고,
하나님과 함께 살아가도록 만든 그 모습 말입니다.
어떤 창조물보다 강하지고, 뛰어나지도 않지만
그러나 주님과 동행하는 특권을 누리며,
주님의 권세를 힘입어 살아가는 그 모습,
주님과 가까이하며 사는 일상이 곧 영성일지도 모르죠.

영성은 지금껏 우리가 아는 부분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구분된 장소, 거룩한 장소에서,
기도하고, 예배하고, 금식하고, 전도하는 것으로만 세워지는
그런 인식의 벽을 뛰어넘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교회 밖에서,
나의 일상에서,
내가 서 있는 삶의 자리, 삶의 현장에서
또 다른 저자, 필립 얀시의 말처럼,
[뜻밖의 장소에서 만난 하나님]을 경험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영성일지도 모릅니다.

바울은 데살로니가후서 2장을 마무리하면서 그들을 격려합니다.
그들은 삶의 자리에서 주님의 사람으로 살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특별한 장소가 아닌, 회당이나 교회가 아닌,
자신이 살고 있는 자리, 자신이 서는 곳에서
주님의 자녀로 살았던 사람입니다.
특별한 가치로 모인 사람들에게만이 아니라,
현실에서 만난 사람들, 자신의 취향과 성격과 마음과 뜻이 다른,
그저 세상에서 만난 사람들과,
주님의 자녀로, 주님의 제자로 살았던 사람들입니다.
그야말로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의 사람들이죠.
그들에게 바울은 이렇게 말합니다.
“든든히 서서, 우리의 말이나 편지로 배운 전통을 굳게 지키십시오.”
이 말을 다르게 표현하면,
“당신이 서 있는 현실, 삶의 자리에 단단히 서서, 주님의 말씀을 굳게 지키며 사십시오.”
이 말은 현실에 뿌리를 두고, 초현실로 살라는 주문 같습니다.
현실에 현혹되지도 말고,
그렇다고 초현실로 옮겨가지 말고,
오직 세상에서 하늘의 시민으로 살라고요.
그것이 우리 그리스도인의 사명이라고요.

사랑하는 여러분,
여러분의 영성은 이렇게 현실에 뿌리를 둔 영성이기를 빕니다.
여러분의 일상에서 드러나는 영성이길 원합니다.
삶의 자리에서 주님의 자녀이길 원하고,
살아가는 현실에서 거룩한 제자이길 원합니다.
오늘도 여러분의 삶을 사랑하고, 서 있는 자리를 기뻐하세요.
그리고 그 자리에서 영성을 드러내는 그리스도인이시길 빕니다.
오늘도 여전히 여러분들을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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