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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하는말씀/요나서묵상

요나01 - 믿는다는 것은 모든 사회와 현상과 상황에 깊은 관심을 갖는 것입니다. 요나 1:1-7

‘어차피 당신들의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 그러니 빨리 포기하라.’
‘당신들이 하는 말은 다 알고 있다. 그러니 조용히 기다려라.’
‘현실 문제에 신경 쓰지 말고 공부나 해라.’

이 말은 3.1 운동 당시 불길처럼 일어난 독립운동을 향해 이완용이 한 말입니다.
그의 말은 한마디로 나라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너희는 신경 쓰지 말라는 것이죠.

이 말이 무서운 것은
이것이 태초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우리를 향한 도전이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면 에덴동산에서 첫 사람에게 다가온 유혹이 이런 것이었죠.
'너희가 하나님처럼 될 것이다'라는 말은
이제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 자신의 뜻대로 인생을 살려는 의도였습니다.
'먹음직하고 탐스러운 시선'은
하나님이 주신 사명보다 나의 현실에 더 집중하는 데 사용되었죠.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는 하나님의 뜻,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소망보다
우리의 처지가 더 중요하게 다가오죠.

예배의 정의에 대해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예배는 주님께 경배하는, 즉 그분 앞에 엎드리는 것이죠.
주님께 엎드린다 함은 굴복을 말하는 것입니다.
나의 생각과 뜻을 꺾고 주님의 생각과 뜻을 품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예배를 통해 우리는 그의 나라와 의가 이 땅에 이루어지기를 꿈꾸고 결단하게 되죠.
그런데 여러분의 예배는 어떤가요?
그분의 생각과 꿈이 여러분을 굴복시키는 예배입니까?
혹시 나의 현실, 나의 처지, 나의 꿈이 관철되기 위해
마치 굿을 하듯(거친 표현을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하지는 않습니까?
마치 이런 소리가 우리를 지배하는 것 같지는 않으신가요?
"어차피 너희가 나선다고 뭐가 바뀌지는 않는다. 그냥 가만히 있어라. 너의 먹고살거나 걱정하며 기도하고 빌어라."

오늘 본문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주님께서 아밋대의 아들 요나에게 말씀하셨다."
그 말씀은 다음과 같습니다.
"너는 어서 저 큰 성읍 니느웨로 가서, 그 성읍에 대고 외쳐라."
잘 아시다시피 니느웨는 요나의 입장에서 보면 적국입니다.
그런데 주님은 요나에게 니느웨로 가라는 말씀을 하신 것이죠.
그 이유가 니느웨의 죄악 때문이랍니다.
그 죄악이라 함은, 교만이 하늘을 찌르고, 폭력과 잔인함이 극에 달했으며,
극도의 이기심이 만연한 사회라는 뜻입니다.
그런 도시를 향해 가서 변화를 시키라는 말씀이 요나에게 임한 것입니다.

어쩌면 요나가 듣기에 전혀 수긍이 가지 않는 말씀 인지도 모릅니다.
요나가 책임져야 할 조국도 아니고,
게다가 늘 괴롭히고 위협이 되는 원수 같은 나라였으니까요.
오히려 차라리 그렇게 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잘됐다고 박수를 치면 쳤지, 그곳에 가서 죄악을 회개하게 하라니
어처구니가 없을 수도 있었을 테지요.
그래서 아마도 요나는 하나님의 말씀을 피해 도망갔는지도 몰라요.

사랑하는 여러분,
20세기 최고의 신학자로 불리는 칼 바르트는 그리스도인들을 향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한 손에는 성경을, 한 손에는 신문을 들라"
이 말은 이 땅의 그리스도인은, 이 사회에 침묵하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나 혼자만 영성을 추구하지 말라는 말씀이죠.
그의 제자 가운데 유명한 신학자인 하워드 요더는 더 나아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믿는다는 것은 모든 사회와 현상과 상황에 깊은 관심을 갖는 것이다"라고요.

영성은 개인의 것이 아닙니다.
나의 영성은 하나님의 것이죠.
내가 영성이 깊어져야 하는 이유는 하나님이 쓰셔야 하기 때문입니다.
마치 요나처럼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기 위해 영성이 필요한 것입니다.
우리의 영성은 하나님의 공의를 전달하는 통로입니다.
우리의 영성은 하나님의 나라를 실현하는 도구죠.
우리의 영성이 이 땅에 복음을 심고, 우리의 영성이 이웃을 사랑하게 합니다.
그래서 영성은 지극히 사회적이고, 지극히 공익적이어야 합니다.

오늘도 여러분의 영성이 여러분 삶의 자리에서 사용되기를 기도합니다.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를 멈추지 마시고요.
이웃을 향한 관심을 끊지 마세요.
끊임없이 이 사회를 향해 외치는 영성이 되세요.
이 사회가 아무리 험악해져도 기도하기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우리 이웃이 아무리 교만해도 사랑하기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이 나라가 아무리 이기심에 들끓어 자기만 아는 세상이어도,
그래도 더불어 함께 걷는 것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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