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서 8:11~12 "그 비유의 뜻은 이러하다. 씨는 하나님의 말씀이다. 길가에 떨어진 것들은, 말씀을 듣기는 하였으나, 그 뒤에 악마가 와서, 그들의 마음에서 말씀을 빼앗아 가므로, 믿지 못하고 구원을 받지 못하게 되는 사람들이다.
좋은 아침입니다. 어제는 비바람이 매섭더라고요. 지금은 눈이 온통 덮여 있네요. 오늘 아침 출근길은 난관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우리 안의 즐거운 마음을 방해하지는 못할 거예요. 차가 조금 밀려도 겨울을 맞이하는 환영의 마음으로 오늘을 시작하는 여러분의 맑은 마음을 응원합니다.
지난 주일, 우리는 [씨 뿌리는 자의 비유]를 묵상했죠. 그때 이 비유를 조금 색다르게 해석하며 묵상을 나눈 바 있습니다. 우리를 밭에 비유하여 해석하기보다 오히려 씨 뿌리는 자에 비유하여 지치지 않고 씨 뿌리는 것의 중요성을 나누었죠. 이는 지금까지 이 비유를 해석하는 일반적인 방식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렇게 해석한 이유는 지금 우리가 읽고 있는 본문, 그러니까 [씨 뿌리는 자의 비유]에 대한 해설의 본문이 후대의 첨언일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었죠. 그래서 밭보다는 씨가 중심이고, 어떤 결과보다는 씨를 뿌리는 자체가 귀중한 것임을 나누었던 것입니다.
이제는 초대교회의 상황과 처지에 따른 의도적인 해석일지라도, 그 해석 속에서 주시는 은혜를 나누고자 합니다. 물론 이 비유의 해석에는 모순이 존재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매우 수동적으로 묘사되기 때문이죠. 그 말씀은 우리의 마음에 따라 소멸되기도 하고 말라 없어져 버리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여전히 이 비유의 말씀이 좋은 밭이 되라는 의미의 메시지로 이해하는데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본문이 의미가 있는 것은 우리의 태도와 오류를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당시 초대교회는 확신과 믿음의 공동체였지만 사회적 배경과 정치적 상황은 그들을 불안과 두려움에 휩싸이도록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는 마치 오늘날 우리가, 자유로이 신앙과 믿음을 가질 수 있을지는 몰라도 다양한 사회 문화적 환경은 우리의 시선과 생각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것과 다르지 않았죠. 그러기에 그들의 염려가 담긴 오늘 본문의 해석은 우리에게도 해당되는 문제의식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오늘 본문을 우리는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저는 말씀이 온전히 우리 안에서 빛나게 하지 못하게 하는 우리 안의 문제점을 찾는데 오늘 묵상을 할애하고자 합니다.
오늘 등장하는 밭은 ‘길가‘입니다. 헬라어로 [파라 텐 호돈]이네요. 정확히 번역하면 ’그 길 옆’이라는 뜻이죠. ‘길가‘로 명명된 마음에 대해 오늘 본문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말씀을 듣기는 하였으나, 그 뒤에 악마가 와서, 그들의 마음에서 말씀을 빼앗아갔다.”
여기서 ‘길‘이라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예수께서 당신의 입으로 자신을 정의하신 적이 있습니다.
요한복음서 14:6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거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로 갈 사람이 없다.“
여기에 길이 나오죠. 길가란 그 길, 그러니까 예수님을 알지만 언제나 조금씩 빗나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교회를 다니기는 하는데 늘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고, 믿는다고 하는데 완전히 믿지는 않는, 혹은 말씀은 듣지만 그 말씀대로 살지 않는 이들을 의미하죠. 그런 이들에게는 늘 문제가 도사립니다. 마치 달란트 비유에 등장하는 한 달란트를 맡은 자처럼 말이죠. 그는 맡겨주신 의미를 왜곡하고 불안해 합니다. 자신을 믿고 맡긴 주인의 의도를 곡해하며 주인을 마음이 굳은 사람이라고 말하죠. 달란트 맡긴 의도를 자신에게 해꼬지하여 쫓아내려는 심보로 받아들이는 거죠. 이런 이들은 사랑을 받으면서도 자신의 기분에 따라 왜곡을 일삼죠. 결국 달란트의 주인은 이 종이 가진 것까지 빼앗습니다.
비슷한 것은 진짜가 아닙니다. 아무리 정교해도 비슷한 것은 그저 비슷한 것일뿐이죠. 아무리 길에 가까워도 길가는 길이 아닙니다. 봉사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 중심에 담긴 마음은 흉내내서 될 일이 아니죠. 하나님 나라는 오직 그 길에 서야 가능합니다. 이왕 믿는다면 길가가 아니라 길이 되는 믿음이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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