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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하는말씀/고린도전서묵상

고린도전서 137 - 나는 세상에 생기를 불어넣는 사람입니다.

고린도전서 16:15~18   형제자매 여러분, 나는 여러분에게 권합니다. 여러분이 아는 바와 같이, 스데바나의 가정은 아가야에서 맺은 첫 열매요, 성도들을 섬기는 일에 몸을 바친 가정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도 이런 사람들에게 순종하십시오. 그리고 또 그들과 더불어 일하며 함께 수고하는 각 사람에게 순종하십시오. 나는 스데바나와 브드나도와 아가이고가 온 것을 기뻐합니다. 그것은, 여러분을 만나지 못해서 생긴 아쉬움을, 이 사람들이 채워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 사람들은 나의 마음과 여러분의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여러분은 이런 사람들을 알아주어야 합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연일 높은 습도와 무더위로 힘든 날들이 이어지지만 그래도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한 바람이 창을 통해 들어옵니다. 그러고 보니 8월도 중반을 넘어가고 있네요. 세월의 흐름에는 장사가 없습니다. 이렇게 가을은 점점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죠. 이 무더위가 언제 가실까? 걱정했던 일들이 무색할 만큼 어김없이 정해진 시간이 다가오고 새로운 계절이 눈앞에서 우리를 맞이합니다. 옛 것은 지나가고 새로운 것이 늘 우리 앞에 놓입니다. 그 옛 것을 걱정하는 힘으로 오히려 새로운 것을 기대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지혜일지 몰라요. 오늘도 어제의 걱정에 오늘을 대입하지 말고 새로운 오늘에 기대하며 출발하는 우리 되기를 바랍니다.

 

아마도 바울에게 와서 고린도 교회의 현황을 전해 준 사람은 스데바나와 브드나도, 그리고 아가이고였던 것 같죠? 그들에 대한 면밀한 정보는 부족합니다. 그들은 다만 이 편지에만 등장하기 때문이죠. 그래도 언급된 바에 따르면 그들은 고린도 교회가 세워지는데 중추적인 인물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사도행전 17장에 보면 바울이 아테네에서 복음을 전하는 장면이 나오죠. 그 아테네가 바로 아가야 지역입니다. 그곳에서 바울은 그리스 철학자들과 격렬한 논쟁을 벌였던 것으로 보이죠. 그리스의 중심부에서 철학 쫌 한다는 이들과의 논쟁이니만큼 치열했을 것으로 보여요. 그런데 그곳에서 바울을 따르는 무리들이 생겼던 거죠. 오늘 언급된 이들이 그들 아닌가 추측해 봅니다. 

 

그런데 이들이 참 귀해요. 바울은 편지에서 이들을 따르고 순종하라고 말하죠. 물론 지도자들이었으니 그렇게 권면하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바울이 그들에게 권위를 부여하고 지도자로 세우며 다른 이들에게 따르도록 요청하는 이유는 따로 있는 것 같아요. 그것을 바울은 이렇게 설명하죠.

 

"이 사람들은 나의 마음과 여러분의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다는 의미가 정확히는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얼핏 하나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실 때 불어넣으셨던 생기가 생각나죠? 이 생기는 사람을 살리고 생기가 돌도록 만드는 것임은 분명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들을 만나면 왠지 기분이 좋아지고 생기가 돌았던 겁니다. 말을 하다 보면 벅찬 희망이 차오르고, 이 세상이 살만하다는 느낌을 받았을지도 모르죠. 어쩌면 고린도 교회는 당시 초대교회 가운데 가장 타락하고 위험한 교회였을지도 모릅니다. 다 쓸어 버리고 새로 만드는 것이 더 현명하다 느낄 만큼 더럽혀져 있었는지도 몰라요. 그런데 바울은 그들에게서 나쁜 것보다, 문제와 분노보다 가능성 있는 것, 좋은 것, 그리고 새로워질 수 있는 희망을 바라보고 다독이며 편지를 씁니다. 그것은 바울의 인격과 영성에서 나오는 것임에 틀림없지만 그런 인격과 영성을 끌어내는 데 오늘 언급된 사람들이 일조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 같아요.

 

혹시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생기가 돌게 하는 사람일까요? 교제하고 대화를 나누는 중에 그들의 마음에 벅찬 감격과 살고 싶은 욕망과 또 미래에 대한 기대가 끓어 넘치게 만드는 사람일까요? 아니면 한숨이 나오게 하고, 더 지치고 고민이 가득하며 더 깊은 동굴로 빠져들게 만드는 사람일까요? 말만 하면 늘 부정적이고 나쁜 것을 보며 지적하고 꼬집고 기를 죽이는 사람은 아닐까요? 그것도 '사랑해서'라는 이유를 내세우고 '위한다'는 명분으로 말이죠.

 

이왕 교제를 한다면 다른 이들에게 생기가 돌게 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에게 맡긴 사람들에게 손을 내민다면 걱정과 염려, 근심과 부정을 전염하기보다 기대와 희망, 살만한 세상을 노래했으면 좋겠어요. 괜찮다고 말해주고, 지금 잘하고 있다고 권면하며, 아직 시간이 있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너는 충분하다고, 다 잘될 거라고 말해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나를 통해 살만한 세상을 꿈꾸게 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오늘도 나를 통해 생기가 도는 자리를 만드시기 바랍니다. 나를 통해 일할 맛 나고, 나를 통해 용기가 솟는 시간들이기를, 내 주변 되기를, 내 삶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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