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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하는말씀/마태복음서묵상

가장 나답게 사는 것이 최고의 믿음입니다.

2013.1.31.묵상(마8:5~13)
가장 나답게 사는 것이 최고의 믿음입니다.



1.
저의 아버님은 목사님이셨습니다.
어릴 적 막내였던 저는 부모님들의 심방대열에 자주 동행하고 했습니다.
막내 혼자 집에 둘 수 없었던 부모님은 저를 데리고 다니셨습니다.
그 때문에 저는 유치원에도 입학하지 못했죠.
부모님과 손잡고 다닌 심방길을 생각하면, 
먼길을 마냥 걸었던 기억과,
다방을 자주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왜 다방엘 가셨는지 알수는 없지만
아마도 다방에서 지역을 책임지시고 계신 구역장님 혹은 장로님들을 만나
심방을 함께 하지 않았을까 추측됩니다.
물론 사람을 만나는 장소가 지금처럼 다양했다면 굳이 다방엘 가지 않았겠지만
당시에는 사람 만나는 곳은 다방이 유일했던 것 같습니다.

2.
다방을 생각하면 커피에 계란 노른자를 띄운 모닝커피(?)가 생각납니다.
생각만해도 느끼할 것 같은데
제 기억에는 그 맛이 환상적이었던 기억뿐입니다.
나중에 크면 이 커피 꼭 만들어 먹어야지 마음을 먹을 정도였으니까요.
물론 나중에 시도를 해 보았지만 그 기억의 맛이 나지는 않았습니다.
부모님과 함께하는 추억의 맛이었겠죠.

3. 
다방엘 가면 카운터에 앉아 계산을 하는 여자분이 계셨습니다.
사람들은 '레지'라고 부르던데 아마도 그것은 '레이디'가 아닐까요?
암튼 저는 그분을 레지언니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나올 때 마다 90도 인사를 했습니다.
무척 당황해 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지만 
저는 그렇게 인사하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이후로 우리교회에서 저는 레지에게도 인사하는 
인사성 좋은 착한 목사아들로 불렸습니다.

4.
세상에는 착한 사람들 많습니다.
소위 착한 기업이라는 사회적기업을 하는 분들을 뵈면 
어떻게 저렇게 착한 생각을 했을까 감탄케 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백부장처럼 말입니다.
백부장이란 고위직의 군인이 한낱 졸병에게 쓰는 관심을 보면 놀랍습니다.
봉사를 다니고,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눈물을 흘리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도 세상에는 많습니다.
생각지 못한 곳에서 헌신과 봉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생각보다 세상에는 착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백부장처럼 말입니다.
저는 예수님께서 백부장을 칭찬하실 때 그의 긍휼함 때문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권력자, 지도자가 하찮은 말단을 긍휼히 여기는 것은 미덕입니다.
무시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그를 위해 자신의 지위까지 내려놓고 그저 목수의 아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것을 보면
그는 겸손하고 사랑이 넘치는 착한 사람이 틀림없습니다.

5.
그러나 조금만 살펴보면 백부장에 대한 나의 생각이 착각임을 알 수 있습니다.
백부장이 '사랑한 하인'이라고 하는 '하인'의 헬라어는 [파이스]입니다.
보통 '종'으로 불리는 단어입니다만 '종'이라 특정짓는 단어는 따로 있습니다.
[둘로스]라는 단어인데, 그 단어는 8:9에 나옵니다.
그러니까 '종'을 뜻하는 단어로 사용한 [돌로스]대신 [파이스]를 쓴 다른 이유가 있겠죠.
[파이스]의 또 다른 뜻은 "어린이", 또는 "아들"입니다.
사랑하는 하인이 하인이나 종이었다면 [파이스]라는 단어대신 [둘로스]를 썼을 테지요.
마8:9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파이스]를 썼다면, 그것은 하인이나 종이 아니라 아들이었다는 뜻입니다.
백부장이 사랑하는 이는 하인이 아니라 "아들"이 되는 셈입니다.

6.
아들을 사랑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아들이 병에 걸렸는데 가만히 있을 아비가 어디 있겠습니까?
아마도 무슨 짓이라고 해서 그 아들을 고치고 싶었을 것입니다.
백부장의 행동은 그런 간절함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행동이 칭찬받을 행동일까요?
당연한 것 아닙니까?
게다가 그런 것이 믿음이라면 보통의 아버지는 다 믿음 있는 것 아닐까요?

7.
저는 이에 대한 신학적인 분석을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오늘 아침, 
이 본문을 통해 주시는 하나님의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정상적인 상황에 정상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믿음이라는 메시지 말입니다.
아버지가 자녀를 사랑하고 애쓰는 것이 정상입니다.
하나님이 주신 환경과 상황을 있는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정상입니다.
하나님이 막으신 에덴동산의 법칙, 그것이 정상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정상을 뒤집으려고 합니다.
나에게 주신 신체에서부터 환경에 이르기까지,
나에게 허락하신 은사에서부터 사명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늘 불만입니다.
가까이 있는 가족을 사랑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되었고,
주위에 허락하신 이들을 받아들이는 일이 지루한 일이 되었습니다.

8.
지극히 정상적인 하나님의 운행을 따르는 것, 그것이 믿음입니다.
아침에 해가 뜨고 저녁에 해가 지는 것을 따르는 것이 믿음입니다.
주신 하루를 귀하게 사는 것, 그것이 믿음입니다.
내 안에 주신 사랑을 펼치는 것, 그것이 믿음입니다.
물 흐르듯 위에서 흐른 사랑을 아래로 흐르게 하는 것, 그것이 믿음입니다.
지극히 일반적이고, 지극히 정상적인 하나님의 운행하심을 따르는 것,
그것이 믿음이겠지요.

9.
나는 하나님의 꿈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은혜는 오늘 내가 가장 나답게 살게 하시기 위해 임하십니다.
나를 가장 나답게 하시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세상은 내가 나답게 살지 못하고, 세상을 따라 살게 합니다.
신앙은 하나님께서 계획하시고 창조하신 나, 
그 나 답게 사는 투쟁과 수고입니다.
정말 가장 나답게 사는 것이 최고의 믿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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