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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하는말씀/예레미야묵상

예레미야서묵상 90 - 말씀은 태운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예레미야 36:20-32

하나님은 예레미야에게 말씀을 적은 두루마리를 만들게 하시죠. 그리고 그것을 바룩을 통해 읽게 하셨습니다. 그 말씀은 왕에게 일정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자리를 가진 고관들에게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 왕에게도 읽혀지죠. 아마도 고관들은 왕이 듣기 원했던 모양입니다. 어쩌면 대단한 결심을 했던 것이죠. 어차피 왕은 싫어하는 소리라는 것을 알았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무릅쓰고 그 말씀이 왕에게 필요하다고 느꼈던 이유는, 사실 말씀이 자신들에게 찔렸기 때문입니다. 말씀으로 자신들이 충격을 받았고, 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죠. 말씀은 사실 그렇게 전해지는 것입니다. 그저 듣는다고 말씀이 전해지지 않습니다. 내 가슴에 사무쳤고,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기에 자기뿐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전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왕은 채 두루마리를 다 읽기도 전에 그 두루마리를 때워 버립니다. 듣기 싫었기 때문이죠. 듣기 싫은 말을 듣는 것은 어렵습니다. 누구도 좋아할 사람이 없죠. 그래서 말씀 앞에서 우리는 듣기 좋은 말씀만 골라서 들으려고 애쓰기도 합니다. 히브리서의 저자는 말씀을 이렇게 정의했죠.

히 4:12    하나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어서, 어떤 양날 칼보다도 더 날카롭습니다. 그래서, 사람 속을 꿰뚫어 혼과 영을 갈라내고, 관절과 골수를 갈라놓기까지 하며, 마음에 품은 생각과 의도를 밝혀냅니다.

사람 속을 꿰뚫고, 심령을 후벼 파는 말씀이라는 것이죠. 나의 의도를 다 알아 밝혀낸다고 합니다. 말씀은 나의 숨은 의도를 다 드러낸다는 것이죠. 말씀의 비밀이 여기에 있습니다. 나의 숨은 생각과 의도가 옳은 것이면 말씀은 칭찬이 될 것입니다. 반대로 내 숨은 의도가 악한 것이면 또한 말씀은 내 의도에 대한 지적이 되겠죠. 정말 말씀이 칭찬과 격려, 위로와 은혜이길 원한다면 그것은 나의 의도에 따라 결정됩니다. 말씀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변해야 하는 것입니다. 기준은 변하지 않습니다. 말씀은 변하지 않아요. 그 말씀이 내게 격려가 될지, 책망이 될지는 나의 숨은 의도에 있습니다. 

두루마리를 태운 왕은 지금 착각에 빠졌습니다. 그 두루마리를 태우면 없어질 줄 알았기 때문이죠. 이는 우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안 들으면 말씀이 사라지는 줄 압니다. 귀를 막거나 듣지 않으면 나를 향한 말씀이 없는 줄 알아요. 말씀을 듣고도 두려워하지도, 가슴을 치지도 않습니다. 지난 주일에 말씀드렸죠? 듣고도 행하지 않는다고요. 순종에도 유통기한이 있다고요. 미루면 미룰수록 말씀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강경해진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렇게 말씀을 듣고도 행하지 않는 행동은 두루마리를 태우는 왕의 행태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말씀 앞에 겸손해지세요. 저는 오늘 말씀을 읽으면서 또 눈물이 났어요. 왜냐하면 이렇게까지 악한 왕에게 끊임없이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노력(?)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냥 확 벌주시고, 징계하시고, 잘못을 깨달을 때까지 버려두시지 않고, 할 수 있는 한 모든 방법과 모든 수단을 동원하시는 하나님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징그럽게 말 안 듣는 우리를 향해서도 하나님의 이런 노력(?)은 그치지 않을 것을 생각하니 죄송하고 미안하고, 또한 마음이 아파오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분명히 기억하세요. 돌이켰으면 끝날 일이었습니다. 그 말씀에 늦어도 순종했으면 용서함 받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역사를 알죠. 끝끝내 말씀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선포된 대로 멸망했고, 악의 포로가 되어 버렸습니다. 

기회는 충분합니다. 그러나 그 충분에도 마지막은 있습니다. 기회는 선용하는 사람이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충분합니다. 그러나 그 사랑도 응답이 필요합니다. 사랑이 사랑되려면 사랑을 받는 이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말씀이 말씀되게 하는 방법은 내가 말씀이 되는 것입니다. 나의 삶이 말씀대로 실천하는 것입니다. 은혜가 은혜되게 하는 방법은 내가 은혜롭게 사는 것입니다.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어떤 문제 앞에서도, 감사를 찾아내고, 은혜를 발견하는 삶이 은혜이기 때문입니다. 말씀을 태우지 마세요. ‘이것쯤이야!’ 하지 마세요. 내 앞에 놓인 말씀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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