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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하는말씀/예레미야묵상

예레미야서묵상 89 - “꼴찌도 가치있는 것이라고 하셨어요.” 예레미야 36:1-19

아들 상민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쯤 일입니다. 교회에서 상민이를 담당하는 주일학교 선생님을 만났는데요. 이런 이야기를 전해 주더라고요. 주일학교에서 분반별로 성가 경연대회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선생님은 열의를 가지고 아이들에게 1등을 하자고 독려했나 봐요. 그때 상민이가 선생님께 이러더랍니다. “선생님, 우리 아빠가 1등도 좋지만 꼴찌도 가치 있는 것이라고 하셨어요.” 선생님은 그 말을 듣고 놀랐데요. 일단 초등학교 1학년짜리가 ‘가치’라는 말을 쓰는 것에 놀랐고, 또 꼴찌도 괜찮다는 생각에 놀랐다는 겁니다. 아마도 제가 아이들에게 그런 말을 했던 모양입니다. 지금 같아서는 그런 말 하지 말 걸 그랬다 싶어요. 그래서 그런지 상민이가 1등에 그리 목말라하지 않는 것 같거든요.^^ 아무튼 그 이야기를 듣고 껄껄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 본문에서 하나님은 예레미야에게 새로운 지시를 하시죠. 그동안의 말씀을 기록하라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말씀하셨던 경고와 소망에 대한 글을 남겨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하신 것입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하나님의 말씀이 모든 이들이 알게 되기를 소원하신 것이죠. 여기에는 하나님의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습니다. 그것은 가능한 한 모든 이들에게 말씀이 전파되기를 바라시는 소망입니다. 이유는, 누구 한 사람이라도 그 말씀 앞에 돌이켜 구원을 얻게 되기를 바라셨기 때문일 거예요. 

이 명령에 예레미야는 바룩을 시켜 두루마리를 만듭니다. 그리고 그는 그 말씀을 예레미야를 대신해 낭독하죠. 바룩은 예레미야의 제자였습니다. 지난 주일, 저는 종교개혁이 마틴 루터 혼자의 일이 아니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의 성과에는 수많은 사람의 열정과 죽음이 담겨있다고요. 예레미야의 사역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그의 사역을 돕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룩이 그렇고, 또 그마랴가 그렇습니다. 아마도 당시에 예레미야를 돕는 것은 반정부 운동을 하는 것과 같았을지 모릅니다. 예레미야가 갇혔듯이 그들도 갇히고 매 맞고, 혹은 죽을지도 모르죠. 사실 예레미야는 이름도 있고, 명색이 유명 선지자여서 쉽게 어떻게 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를 따르는 자들은 오히려 처벌이 쉬웠을 거예요. 정적을 제거하는 방법에는 수족을 먼저 자르는 것이 순서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바룩은 예레미야를 대신하여 일을 합니다. 그마랴는 자신의 자리를 빌려주고요. 어두운 시절, 소망과 뜻을 가지고 동참하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미가야도 그렇고, 여후디도 그렇죠.

성경에는 많은 동역자들이 등장합니다. 모세의 팔을 들어주었던 아론과 훌이 있습니다. 초대교회는 바울이 세운 교회가 아닙니다. 바울의 발자취에 교회의 깃발을 꽂았던 사람들이 따로 있었습니다. 어찌 보면 성경은 주연보다 조연의 삶을 더 강조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꼴찌가 있기에 1등이 있듯이, 주연도 조연의 활약으로 더 빛나죠. 많은 이들이 주연으로 살기 원하지만, 하나님께는 주연과 조연이 따로 있지 않습니다. 하나님에겐 1등도 사랑하는 자녀고, 꼴찌도 생명의 자녀입니다. 위대한 일을 이룬 사람도 자녀고, 작은 일에 충성한 이도 사랑하는 자녀죠. 훌륭한 사람만을 위해 십자가의 구원을 이루신 것이 아닙니다. 비록 작은 자여도, 심지어 죄인까지도 위해서 지신 십자가시죠. 왜냐하면 그 모든 이들을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주연만 하나님이 기뻐하시지 않아요. 조연의 삶도 기뻐하십니다. 세상은 주연에게 모든 관심을 쏟지만 하나님은 그가 무슨 역할을 하든, 얼마나 큰 결과를 내든 상관없이 ‘자녀’라는 하나의 존재로 기뻐하시고 사랑하십니다. 그렇게 역사가 만들어지는 겁니다. 이름도, 빛도 없이 맡은바 자신의 자리에서 작은 일에, 옳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이들을 통해 역사가 이루어지죠. 오늘도 우리에게 주어진 그 작은 일, 조연으로 삶을 사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아무리 작아도, 엑스트라여도 하나님은 우리를 기억하시고, 우리의 이름을 아십니다. 오늘 우리가 하는 작은 일이 하나님께서 가장 기뻐하시는 일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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