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묵상하는말씀/사무엘서묵상일기

사무엘서묵상일기181 - 나쁜 생각에 시간을 주지 마세요.

반응형

삼하 13:20   다말의 오라버니 압살롬이 다말을 보고 물었다. "네 오라비 암논이 너를 건드렸지? 얘야, 암논도 네 오라비이니, 지금은 아무 말도 입 밖에 내지 말아라. 이 일로 너무 근심하지 말아라." 그리하여 다말은 그의 오라버니 압살롬의 집에서 처량하게 지냈다.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자행한 암논의 일은 각각 두 사람에게 전달되었습니다. 다말의 친 오라비 압살롬과 그리고 다윗에게죠. 그리고 오늘 본문 20절과 21절에는 또한 각각 그들의 반응을 기록하고 있죠. 신기하게도 두 사람 모두 함구에 가까운 무반응으로 일관합니다. 암논에 대한 일의 심각성은 다 인지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아무도 이 일을 공론화하지 않습니다. 분명 두 사람은 똑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정작 그 뒷면의 모습은 전혀 다른 반응임을 우리는 쉽게 눈치챌 수 있어요. 저는 이 장면이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두 반응을 잘라 두 번에 나눠 묵상해 보려고 합니다.

 

먼저 압살롬의 반응입니다. 그는 누이 다말이 그의 집으로 찾아왔을 때 직감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는 오히려 누이 다말에게 입단속을 시킵니다. 아마도 다말이 압살롬을 찾아온 이유가 있었을 거예요. 그들은 한 배에서 태어난 남매입니다. 두 사람만이 같은 엄마를 두었으니 가장 가까운 사이였음은 분명합니다. 그러니까 다말은 오라비 압살롬을 믿고 찾아온 것이죠. 위로를 받고자 했을까요? 아니면 자신의 한을 풀어 주길 바랬을까요? 어떤 마음이든 그녀는 지금 오라비 압살롬의 돌봄이 필요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압살롬은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입단속을 시키죠. 성폭력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여러 가지 2차 가해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이 바로 입단속입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하죠. 마치 '너가 떠들면 너만 손해다'라는 식의 이런 반응은 피해자에게 더 큰 절망감을 안겨 주죠. 다말도 그 절망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본문은 그녀가 처량하게 지냈다고 적고 있는 것이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압살롬은 왜 그런 반응을 보였을까요? 암논이 형이어서 무서웠을까요? 혹은 아버지 다윗이 애정 하는 아들이어서? 아니면 장차  왕위를 계승할 미래권력이어서 두려웠을까요? 일면 그런 측면도 있을 거예요. 그런데 우리는 압살롬의 성정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성경을 가까이 접한 분이라면 압살롬이 이후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아실 거예요. 그는 두려움에 사건을 묻어둔 것이 아닙니다. 그는 오히려 칼을 간 것이죠. 그의 침묵은 복수를 키우는 힘이었습니다. 그의 잠잠함은 치밀한 계획과 음모의 폭풍 전야와 같은 시간이죠. 이어지는 구절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인데요. 아마도 압살롬은 아버지 다윗까지 죽일 요량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까 누이 다말에 대한 복수심은 단순히 복수를 넘어 시간이 지날수록 눈덩이처럼 더 커져 반역의 자리에까지 이른 셈이죠.

 

우리 안에 죄는 이렇게 자랍니다. 우리 안에 분노를 해결하지 못하면 그 분노는 스스로 조절할 수 없을 만큼 커지죠. 처음에는 내가 주장하던 가벼운 죄가 가만히 두면 나중에는 나를 주장하는 주인이 되어서 나를 지배합니다. 아무리 작은 분노여도 가만히 두면 커다란 불길이 되어서 나를 태울만큼 주체할 수 없게 됩니다. 이게 죄의 힘이죠. 그래서 내 안에 들어온 죄는 빨리 털어내야 합니다. 이미 말씀드린 대로 우리 안에 들어오는 죄는 막을 수가 없습니다. 떨어지는 비를 그치게 할 수 없듯이, 불어오는 광풍을 막을 수 없듯이 쏟아지는 죄의 생각을 우리는 없앨 힘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들어온 죄를 털어버리는 일은 우리의 일이죠. 머리 위를 나는 새를 막을 수는 없어도 그 새가 내 머리 위에 둥지를 트는 것은 막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일이니까요. 그래서 성경은 우리에게 분노를 다음날까지 지속시키지 말라고 우리에게 말씀하셨는지도 몰라요.

 

차라리 화를 내세요. 그리고 관계를 회복하세요. 오히려 내 속의 분노를 가만히 두어서 키우지 마세요.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감정은 배설물과 같아서 때때로 배설해야 한다고요. 가만히 두면 독이 된다고 말입니다. 그렇듯 죄는 해결 중심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가만히 놔두면 안 됩니다. 지금은 내가 조절할 수 있을 것 같은 감정이지만 가만히 두면 나중에는 내가 조절할 수 없는 감정이 되어 버려요.  그렇게 나쁜 감정은 나를 통째로 삼켜버리는 힘이 있습니다. 죄는 그렇게 자랍니다. 자라기 전에, 커지기 전에, 감당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 전에, 내 안에 썩어 독이 되기 전에 해결해야 합니다. 나쁜 생각은 머리를 흔들어서라도 떨쳐 버려야 합니다. 나쁜 말은 침을 뱉어서라도 끊어내야 해요. 나쁜 생각에 시간을 주지 마세요. 나쁜 감정에 기회를 주지 마세요. 나쁜 말과 행동을 가만히 두지 마세요. 시간을 먹고 자란 나쁜 생각과 감정은 언젠가 나를 삼킬 거대한 괴물로 다가옵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