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라묵상17] 그리스도인은 연약해서 더욱 강한 사람입니다(스8:23)

1. 에스라의 금식선포는 여러 의미가 있습니다.
그 중 주님의 도우심과 함께하심을 바라고 기대하며 주님께 간구하는 의미가 가장 큽니다. 
우리들도 어떤 큰 일을 앞두고 주님께 간절히 간구하며 금식할 때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지도자로써 큰 사명을 가지고 가는 발걸음이 가볍지 않았을 것입니다.
또한 하나님의 도우시는 역사가 없이는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음을 잘 아는 에스라는 더욱 그랬을 것입니다.

2. 우리는 성경의 인물들을 보면서 그들의 성품을 온전히 알아차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성경의 기록과 사건들을 대하는 모습 등을 통해 그들의 성품을 유추할 뿐입니다.
그래서 인물됨을 판단하는 문제는 정확할 수는 없지만 성경에서 인물의 반응과 그들의 모습은 우리의 영적성장에 지대한영향을 주기에 성경의 인물들을 연구하는 것은 필수 불가결한 일입니다.
물론 에스라 또한 그의 인물됨을 알아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에 대해 성경은 그리 많이 할애하여 설명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3. 에스라가 유대백성들의 귀환 책임자로 임명될 때 그의 인물됨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기록은 딱 한 줄입니다.
스7:10의 "율법을 연구하여 준행하며 율례와 규례를 이스라엘에게 가르치기로 결심한 자" 그것입니다.
이것으로 보아 그는 매우 철저한 사람이고 성실한 사람이며 심지가 굳은 사람임을 알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보통 공부를 잘 하는 사람은 좀 지독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의지도 강해야 하고, 때론 고집스러울 정도로 고지식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지요.
저는 에스라가 매우 강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그 성격을 유추해볼 때 뭔가 대범하고 하면 하는 성격인 듯 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아하와강가에서 금식을 선포하는 장면에서 저는 또 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순전히 느낌입니다.
이 묵상이 강해가 아니기에 말씀을 읽는 가운데 주님이 주시는 느낌을 나누고 싶습니다.
그것은 에스라가 참으로 겁이 많고 두려움이 많은, 한 마디로 연약한 사람이었을 것 같다는 것입니다.

4. 에스라는 귀환자들을 데리고 일단 바벨론을 나와 서북쪽 아하와강가에서 삼일동안 머물렀습니다.
이런 까닭은 귀환자들을 확인하며 전열을 가다듬겠다는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 때 레위자손이 없음을 알고 그들을 보충하여 전열에 합류시키는 일을 하기도 했으니까요.
그러나 더 중요한 사실은 그가 바벨론에서 나오기는 했지만 본격적인 광야의 여행길에 앞써 몰려오는 두려움과 무게감에 대한 정리가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군대도 없이 적은 인원에 살림살이는 많고, 아닥사스다에게 받은 성전의 물건들과 연약한 어린이들이 많은 그들 일행을 바라보면 겁이 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5. 우리는 어떤 일을 사명으로 행하기 이전에 여러 영적인 공격을 받습니다.
어쩌면 그런 공격들 앞에서 큰소리치며 나를 따르라고 하는 것이 멋져보일지 모릅니다.
사람들은 이런 이들을 용기있는 지도자로 추앙하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잡히시기 전 당신의 수난을 예고하실 때 큰 소리쳤던 베드로는 결과적으로 허풍이 되고 말았던 것을 우리는 압니다.
영적으로 겸비한 자들은 자신의 힘으로는 어려움을 이길 수 없음을 아는 자들입니다.
자신의 감정이나, 힘, 용기나 권세로 영적인 싸움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 때 연약하게 자신의 나약함을 고하고 그 분 앞에 엎드려 도우심을 구하는 자가 진정한 지도자입니다.

6. "내가 할 수 있어"라는 것은 이 땅의 표어이지 영적 표어는 아닙니다.
에스라는 두렵고 떨리는 마음에, 흔들리는 믿음에 금식으로 반응하며 하나님께 구합니다.
영적인 싸움은 자기 암시나 최면으로 이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직 그분께 엎드릴 때 그 분이 함께하셔야 이기는 것입니다.
에스라의 연약함, 그의 눈물과 두려움, 그리고 떨림이 곧 하나님께 향한 기도가 되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연약합니다.
십자가도 연약합니다.
어떠한 역습도, 방어도 없는 연약함 자체입니다.
그러나 연약해서 오히려 강합니다.
연약함이 곧 그분을 부르는 나팔소리이기 때문입니다.
연약해서 오히려 강한 사람, 그들이 그리스도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