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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하는말씀/누가복음서묵상일기

누가복음서묵상일기 134 - 누군가 나에게 대접해 주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나의 사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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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복음 6:31   너희는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여라.


좋은 아침입니다. 가을이 익어갑니다. 흐리지만 그래서 오히려 정취가 풍기는 이번 주네요. 누군가는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쓴다고 했는데 어제 하늘이 딱 그렇더라고요. 이 아침에 저도 사랑하는 우리 공동체 가족들에게 일일이 편지를 쓰고 싶습니다. 사랑한다고, 수고한다고, 잘하고 있다고, 조금만 더 힘내라고 말이죠.

 

오늘 본문은 아주 유명한 구절이죠. 소위 황금룰(Golden rule)이라고 불리는 구절입니다. 이는 기원후 3세기 경에 로마의 황제 세베루스 알렉산데르가 이 구절을 황금으로 궁전 벽에 써 붙인 데서 유래되었다고 하더라고요. 그가 왜 이 구절을 중요하게 생각했는지는 정확히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세베루스 알렉산데르가 로마 황제로서는 드물게 매우 합리적이고 겸손한 사람이었다는 것으로 보아서는 아마도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한 예로 그는 자신이 통치하며 군림한 제국에서 늘 원로원이나 귀족들에게 '치하하다'거나 '칭찬하다'는 등의 윗사람이 아랫사람 대하 듯한 표현보다는 '고맙다' '감사하다' 등의 단어를 주로 사용했다고 하죠. 그렇게 신하들에게 회의가 끝나면 늘 했던 말이 기록에 남아 있습니다.

 

"공화국은 그대에게 늘 감사하노라.(gratis tibi agit res publica.)"

 

오늘 본문을 황금률이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하게 실버룰(Silver rule)이라고 불리는 격언들도 있는데요. 그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네가 싫어하는 일은 아무에게도 하지 마라.' - 토빗기 4장 15절

'내게 고통스러운 것을 타인에게 강요하지 말라.' 마하바라타 113 8절

'내가 원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행하지 말라 (己所不欲 勿施於人)' 공자, 논어 안연편 및 위령공편

'내게 해로운 것으로 남에게 상처 주지 말라.' 우다나품

'나를 위하는 만큼 남을 위하지 않는 자는 신앙인이 아니다.' 사히흐 무슬림 1장 72절

'네가 싫어하는 것은 남에게도 하지 말라. 이것이 모든 토라이며, 그 나머지는 이에 대한 주석일 뿐이다.'  탈무드

 

비록 오늘 본문은 '좋은 것을 하라'는 긍정적인 메시지인 반면, 다른 격언들은 '싫은 것은 하지 말라'는 부정적인 뉘앙스인 것을 제외하면 가히 황금룰이 맞다고 여겨질 정도로 모든 종교의 경전이나 격언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중요한 말씀이라는 뜻이죠.

 

그렇다면 왜 이 말씀이 중요한 것일까요? 이 말씀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다름 아닌 '공감'입니다. 나와 남을 구분하지 않는 것, 타인도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 우리는 모두 동일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우리가 인간다운 삶을 사는 데 가장 기초라는 것을 알려주시는 말씀인 겁니다. 

 

역지사지라는 말이 있죠. 처지를 바꿔서 생각해 볼 수 있다면 우리는 다른 삶을 살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 역지사지는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죠. 그분은 우리를 이해하시고 우리에 공감하시고자 하늘 보좌를 버리시고 우리와 같이 되셔서 우리의 죄를 지고 십자가에 달리사 우리로 하여금 새롭고 산길을 걷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주님이 우리에게 손수 보여주신 첫 번째 메시지는 바로 '공감'인 겁니다.

 

누군가 나에게 대접해 주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나의 사역입니다. 누군가 나에게 위로해 주기 바란다면 그것은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죠. 누군가 나를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면 지금 내가 누군가를 이해해야 하는 때입니다. 남을 낫게 여기면 내가 나아집니다. 남을 위하여 낮아지면 내가 높아지고요. 남을 사랑하면 내가 사랑받습니다. 공감은 능력입니다. 이해하면 이해받고, 사랑하면 사랑받고, 축복하면 축복이 임하는 능력이에요. 오늘 우리 마음에 황금처럼 귀하게 공감의 능력이 아로새겨지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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