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수아서 3:5~7 여호수아가 백성에게 말하였다. "당신들은 자신을 성결하게 하시오. 주님께서 내일 당신들 가운데서 놀라운 일을 이루실 것입니다." 여호수아가 제사장들에게 언약궤를 메고 백성보다 앞서 건너가라고 명령하자, 그들은 언약궤를 메고 백성들 앞에서 나아갔다. 주님께서 여호수아에게 말씀하셨다. "바로 오늘부터 내가 너를 모든 이스라엘 사람이 보는 앞에서 위대한 지도자로 세우고, 내가 모세와 함께 있던 것처럼 너와 함께 있다는 사실을 그들이 알게 하겠다.
좋은 아침입니다. 추석 명절 연휴가 시작되었네요. 사랑하는 가족들 모두 풍성한 은혜의 열매들을 고백하고 축복하는 한가위 되시기를 빕니다.
여호수아는 여리고성을 향하고 있습니다. 작던 크던 전쟁의 공포와 부담은 늘 똑같죠. 게다가 지도자로서의 첫 전투는 더욱 그렇습니다. 어쩌면 가나안의 모든 전쟁은 밑그림이 다 그려져 있는 전쟁인지도 몰라요. 결과가 정해져 있는 전쟁일지도 모르죠. 그래서 마음이 놓일 수도 있고, 쉽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첫 스타트가 천혜의 요새라고 불리는 여리고성입니다.
전쟁전야의 두려움과 공포는 당사자만이 겪을 수 있는 것입니다. 무거운 침묵이 흘렀을 거예요. 내일 전쟁터로 향해야 할 남자들은 가족들과 함께 있어도 함께 있는 것 같지 않았을 겁니다. 아마도 그들의 머릿속에는 복잡하고 미묘한 생각과 감정들로 가득했겠죠. 이제 결전의 날이 다가왔습니다. 역시 그날도 어김없이 새벽 일찍 일어난 여호수아는 제일 먼저 제사장들을 부릅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연약궤를 매게 하죠. 그리고 전쟁터로 향하는 군사 행렬 가운데 가장 맨 앞자리에 서게 했습니다.
본디 결전의 날 가장 선두에는 언제나 가장 믿을 만하고, 가장 강력한 전사가 나서는 법이죠. 그 전사가 '나를 따르라'는 고함과 함께 달리면 모든 사람들은 덩달아 용기를 얻어 함성을 지르며 뒤따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여호수아는 그런 장수대신 언약궤를 제일 앞세웠습니다. 언약궤에는 3가지 물품을 들어 있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모세가 시내산에서 받아 온 말씀의 돌판과, 부활의 상징인 아론의 싹 난 지팡이와 그리고 광야에서 주셨던 먹을 것, 만나였죠. 이는 말씀을 믿는 자에게 길을 여시는 주님을 뜻하는 것입니다.
어느 날,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하고 도전하는 자들 앞에 아론은 각 지파의 지팡이를 제단에 놓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아론의 지팡이도 함께 놓았죠. 그리고 다음날이 되자 아론의 지팡이에서 싹이 난 것을 목격했습니다. 거기에는 어떤 경험도, 능력도, 사상도, 이념도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메마른 가지에서 싹을 내시는 주님의 능력만이 빛났죠. 하나님은 그것을 이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죽음에서 생명으로 이끄시는 하나님의 능력, 절망에서 희망으로, 좌절에서 소망을 일으키시는 주님의 권능만이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임을 알려 주시죠. 그렇게 주님의 말씀을 따르는 자만이 부활을 목격합니다. 주님의 말씀을 지키는 자만이 부활을 경험해요.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먹을 것이 없다고 불안해했습니다. 그 불안은 하나님께서 이끄시는 광야의 길마저 의심하게 만들었죠. 그때 하나님이 그들에게 주신 것이 만나입니다. 주님의 길을 걷는 자에게 주님이 주시는 일용할 양식이 있습니다. 주님의 길을 따르는 자들을 결코 굶주리게 하지 않는 하나님이시죠. 주님의 마음으로 사는 이들을 결단코 고아처럼 버려두지 않으시는 주님이심을 선포합니다.
여호수아의 전쟁길에 그 주님의 말씀과 부활의 증표와 입히시고 먹이시는 주님의 손길을 앞세웠다는 것이 의미심장합니다. 우리도 전쟁터와 같은 현실을 살아가죠. 아침마다 전쟁터로 향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삽니다. 거기서 믿을 것이라고는 돈과 권력과 배경과 연줄 정도로 여기며 살죠. 그 가운데 나의 능력이나 실력을 과신하며 살아가는 것이 고작입니다. 어떻게 하면 배경이 있을까?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좋아할까? 어떻게 하면 내 실력이 먹힐까를 고민합니다. 그런 우리에게 오늘 아침 여호수아는 이렇게 외치는 듯해요.
"하나님의 말씀만이 너희를 지킨다"라고 말이죠.
힘들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힘들어서 여러 가지 방법을 찾다 보면 실수할 때가 많죠. 특별히 서두르다가 잘못된 선택을 할 때도 있습니다. 급할수록 중심이 흔들리는 것은 필연적이죠. 힘들 때, 급할 때, 어렵고 무서울 때, 그때 우리는 용기를 내야 합니다. 가장 기본으로 돌아가는 용기말이죠. 기초로 돌아가는 것은 때론 시간을 허비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다시 시작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모든 것이 헝클어진 때에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가장 빠른 것이기도 합니다. 늦었다 외칠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때 다시 시작하면 되니까요.
우리의 믿음이 그렇습니다. 힘들 때, 마음이 어렵고 불안하고 걱정으로 가득할 때, 그때 우리의 기분으로 돌아가는 것이 필요하죠. 바로 그 언약궤 앞에 서는 겁니다. 말씀 앞에 다시 서는 것이고요. 그분이 행하신 일을 다시 기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때 갈망하고 절박할 때 주님의 말씀을 붙들고 묵상하며 은혜받았던 때가 있었죠. 어느덧 뭐가 좀 괜찮아지니 아침 묵상도 잊고 말씀은 더더욱 읽지 않는 내가 되어버립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니 얽히고 쌓인 문제들이 생겨나기 시작하죠.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를 지경에 이를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시 말씀의 자리에 서야 합니다. 그분과의 묵상을 통한 통찰에 나의 길을 물어야 하죠. 그렇게 기본으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기억하세요.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은 후퇴가 아닙니다. 이미 우리는 이전과 다른 기본에 서게 되니까요. 매일 아침 묵상의 자리에 서는 사람은 똑같은 자리가 아닙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훌쩍 자라난 나의 자리에 서게 될 테니까요. 성장은 그렇게 기본으로 돌아가 다시금 시작하는 시간 속에 피어납니다.
가족은 나의 기본입니다. 그 자리가 평안하기를 기도합니다. 그래야 내가 평안하기 때문이죠. 그 자리에서 향기가 나길 원합니다. 그래야 우리도 향기를 발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전의 모든 것들을 다 묻고 기본으로 돌아가 은혜와 축복을 나누는 한가위 보내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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