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린도전서 7:29~31 형제자매 여러분, 내가 말하려는 것은 이것입니다. 때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이제부터는 아내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처럼 하고, 우는 사람은 울지 않는 사람처럼 하고, 기쁜 사람은 기쁘지 않은 사람처럼 하고, 무엇을 산 사람은 그것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처럼 하고, 세상을 이용하는 사람은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처럼 하도록 하십시오. 이 세상의 형체는 사라집니다.
오늘 본문에서 바울은 자신의 결혼관이 부정적인 이유에 대해 밝힙니다. '때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이것이 이유였죠. 아시겠지만 이 말은 그의 종말론적 사상관을 드러내는 말입니다. 다시 말하면 이제 예수님께서 다시 오실 날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마치 마지막인 것처럼 살라는 의미가 담긴 것이죠.
바울의 종말론 사상을 간단히 설명하기는 힘듭니다. 제가 가진 실력의 한계도 있지만 바울의 종말론적 신학을 설명하는 데만도 한 학기로 부족하고, 그 해석의 논쟁을 정리한 책만도 수두룩할 정도로 복잡하기 때문이죠. 게다가 고대로부터 전해오는 전통적인 개념과 유대교의 종말 사상까지 혼재했던 시대적인 배경을 고려하면 바울 자신도 갈피를 잡지 못한 듯 보이기 때문이죠. 그래서일까요? 바울의 편지에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되는 종말론 사상이 감지되기도 합니다. 아무튼 우리는 이 아침에 신학적 논쟁이나 머리 복잡한 이야기를 나누려는 것은 아니니 잠시 접어두고요. 오늘 주어진 말씀에 국한하여 묵상하고 삶의 적용을 꿈꿔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읽을 수 있는 바울의 종말론적 사상은 현실의 삶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해야 합니다. 그의 비혼 주의가 현실을 부정하거나 현재의 삶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죠. 그의 주장을 들어보면 그렇습니다. 때가 가까웠음을 주장한 그는 이렇게 말하죠. 아내 있는 자는 없는 자처럼, 우는 자는 울지 않는 자처럼, 웃는 자는 웃지 않는 자처럼, 가진 자는 안 가진 자처럼, 못 가진 자는 가진 자처럼 살라고 말하죠.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를 이야기입니다. 이게 무슨 소리일까요? 이는 나의 현재 삶을 부정하라는 소리가 아닙니다. 오로지 지금 나의 삶에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이야기죠. 가졌다고 좋아하지도, 못 가졌다고 실망하지도 말라는 말이죠. 왜요? 우리가 가는 길은 구원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가졌어도, 못 가졌어도 우리가 도착할 곳은 똑같습니다. 많아도 적어도, 커도 작아도 우리가 받을 은혜는 같고, 우리에게 열린 문은 같기 때문이죠. 우리가 얻어야 할 것은 오로지 주님의 은혜뿐이기 때문입니다.
한파가 몰려와 매우 춥습니다. 오늘도 영하권을 맴돌며 춥네요. 현재 기온 -9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이제 2월도 다 지나가고 봄이 오는 3월이 코 앞입니다. 늦추위인 셈이죠. 우리는 이미 압니다. 아무리 동장군이 늦바람을 피워도 따스한 봄이 우리 앞에 온다는 사실을 말이죠. 그 길은 아무리 방해를 해도, 아무리 붙잡으려 해도 묵묵히 뚜벅뚜벅 다가올 겁니다. 그것이 하나님이 세우신 시간의 법칙이니까요. 이는 부자든 가난한 자든 동일하게 주시는 은혜입니다. 유식하든 무식하든, 뭔가를 이루었든 그렇지 않든, 모든 이들에게 부으시는 축복이죠. 그것을 안다면 우리는 아등바등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종말론이 아무리 복잡해도 결국 하나님의 때는 오겠죠.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그 복잡한 예상과 방법이 아니고, 다가올 봄이 오듯 주님이 오실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언제 오는가? 어떻게 오는가? 따지며 맞다 틀리다를 아무리 논해도 그런 이론들이 주님의 재림을 앞당길 수도, 앞당기지도 못하겠죠. 그러니 우리는 복잡한 이론이 아닌 믿음을 갖자고요. 조금은 단순하게, 조금은 단촐하게 인생을 살자고요. 이게 좋니 저게 좋니 따지기보다 그냥 어느 것이든 오늘은 운동을 하자고요. 니가 어땠니 내가 어땠니 잘잘못을 가리기보다 그냥 오늘은 사랑하자고요. 다 사랑하려다 싸우는 것 아닌가요? '오늘은 또 무슨 나를 괴롭히는 일들이 벌어질까?' '저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면 어떡하지?' '나 이러다 망하면 어떡해?'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일들을 고민하고 괴로워하며 오늘을 두려워하는 자신에게 이런 말을 던져보세요. 그래도 오늘은 가고, 그래도 오늘은 수많은 날의 하루뿐이라고요. 아무도 나에게 관심 없습니다. 다 자기들 살기 바빠요. 나를 괴롭히려고 인생을 사는 사람은 없구요. 나를 망가뜨리려고 애쓰며 인생을 소진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오직 나뿐입니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너무 일희일비하지 마세요. 모든 것을 이기려 하지 마세요. 내가 이겨도, 내가 져도, 내가 슬퍼도, 기뻐도, 주님의 시간은 정확하게 흐르고, 반드시 옵니다. 자잘한 것들 때문에 중요한 것을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조금은 단순하게, 조금은 미련하게 좀 더 먼 곳을 바라보세요. 좀 더 큰 것을 붙잡으세요. 좀 더 높은 곳을 꿈꾸세요. 그러면 그리도 나를 괴롭히던 그 작은 것들은 너그러이 견딜만할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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