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하 12:13a 그때에 다윗이 나단에게 자백하였다. "내가 주님께 죄를 지었습니다."
이제야 다윗은 자신의 죄를 인정합니다. 아마도 그렇게 적나라하게 자신의 죄가 드러날 때까지 그는 자신이 죄를 짓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모를까? 싶으시겠지만 사실 죄가 그래요. 직접 그 안에 빠진 사람들은 너무나도 자명하고 확실한 죄임에도 그 죄를 자각하지 못하죠. 우리가 죄에 빠지는 이유가 그렇습니다. 죄를 죄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남이 하면 분명히 죄이지만 자신이 하면 죄가 아니라 타당한 이유가 있는 합리적 행동이 되어 버립니다. 일명 내로남불이죠. 남이 할 때는 그리 욕하더니 자신이 할 때는 뻔뻔스럽게 합니다. 자신은 남과 다르다고 여기면서 말이죠. 그게 죄의 영향력이에요.
문득 여기서 다윗의 단면을 봅니다. 우리는 다윗의 범죄 현장에 있었어요. 말도 안 되는 일을 버젓이 행하는 그를 보며 혀를 찼죠. 다윗도 어쩔 수 없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남의 일 불구경하듯 할 일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우리도 남이 보면 내가 다윗 보듯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죠. 더 웃기는 일은 그걸 우리 스스로는 모를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 뿐, 좋고 이쁘고 탐나는 것에 눈이 돌아가는 것은 매 한 가지죠. 어떻게 해서라고 갖고 싶고, 영혼을 팔아서라도 내 것을 만들고 싶은 욕망은 결코 다윗에 뒤지지 않습니다. 다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다고 우리는 아무도 모를 줄 알죠.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제부터입니다. 내 안의 문제를 알았어요. 내 잘못이 드러났습니다. 감추고 싶었던 치부가 드러나고 죄가 낱낱이 밝혀졌어요. 그다음 우리의 행동은 어떨까요? 오늘 본문은 아주 간단하고 군더더기 없습니다. 죄를 밝히는 나단 선지자와 그것을 인정하고 무릎을 꿇는 다윗의 모습이 등장하죠. 아주 자연스럽고 또한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우리도 그럴까요? 누군가 나의 잘못을 지적하면 순순히 인정합니까? 누군가 내 죄를 밝히면 순순히 회개하고 돌이키나요? 나의 태도, 나의 습관, 나의 경향성을 지적하는 소리에 우리는 순순히 삶을 바꿉니까? 여러분은 잘 모르겠고 저를 돌아보니 그렇지 못하더라고요. 뭐가 그리 말이 많은지 변명에, 반항에, 어느 때는 분노까지 일으키며 저항하는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나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뭐가 그리 어려운지 연신 붉으락푸르락 합리화하는 모습이 늘 일상이에요. 심지어 그렇게 따끔한 지적을 당하면 그 사람은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아 하는 적반하장이 제게 있습니다. 거기에 이르니 다윗이 존경스러워 보이더라고요. 죄를 인정하고 자신을 돌이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인간의 결단인지를 사뭇 생각하게 됩니다.
죄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습니다. 죄의 유혹을 이겨낼 힘도 우리에게는 없어요. 그러나 죄를 인정하고 회개하여 돌이킬 수 있는 기회는 있습니다. 그 기회를 주님이 여셨고, 그 기회로 인해 죄는 우리에게서 점점 힘을 잃게 됩니다. 그러니 우리가 애써야 하는 것은 죄를 짓지 않는 문제가 아니라 죄를 인정하고 회개하며 돌아서는 일을 멈추지 않는 데 있는지도 모릅니다. 죄를 안 짓고 싶어도 우리는 그걸 잘 몰라요. 죄가 죄인지 조차 모르는데 어떻게 죄를 안 짓나요? 죄를 짓고도 그게 죄인지도 모르는데 어찌 죄를 피해 갑니까? 죄를 피해 다닌다고 의로워지는 것도 아니에요. 우리를 의롭게 만드는 것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용기입니다. 자신의 길을 바꿀 줄 아는 결단이고요. 죄가 아니라 선을 묵상하고, 나쁜 생각이 아니라 좋은 생각으로 내 머리를 채우는 일입니다.
오늘 나의 감정을 건드리는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어긋난 길을 걷고 있는 나를 향한 주님의 지팡이일지도 모릅니다. 감정을 상한 흥분에 머물지 말고 나를 돌아보게 하는 기회로 여기면 어떨까요? 아픔이 내 몸에 찾아오는 것은 운동을 하지 않는 나를 향한 싸인으로, 가로막힌 길은 나의 삶의 기초를 다시금 다지게 하는 지표로 생각한다면요? 그 모든 것이 협력하여 선을 이루게 하는 오늘이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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