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 7:6~10 예수께서 그들과 함께 가셨다. 예수께서 백부장의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이르렀을 때에, 백부장은 친구들을 보내어, 예수께 이렇게 아뢰게 하였다. "주님, 더 수고하실 것 없습니다. 저는 주님을 내 집에 모셔들일 만한 자격이 없습니다. 그래서 내가 주님께로 나아올 엄두도 못 냈습니다. 그저 말씀만 하셔서, 내 종을 낫게 해 주십시오. 나도 상관을 모시는 사람이고, 내 밑에도 병사들이 있어서, 내가 이 사람더러 가라고 하면 가고, 저 사람더러 오라고 하면 옵니다. 또 내 종더러 이것을 하라고 하면 합니다." 예수께서 이 말을 들으시고, 그를 놀랍게 여기시어, 돌아서서, 자기를 따라오는 무리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이스라엘 사람 가운데서는, 아직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다." 심부름 왔던 사람들이 집에 돌아가서 보니, 종은 나아 있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어제는 날이 너무 좋더라고요. 따스한 햇살에 선선한 바람, 그리고 흐린 듯 느낌 있는 분위기까지, 가을을 느끼기에 충분한 하루였습니다. 어느새 울긋불긋 단풍 든 풍경이 보였습니다. 하루아침에 그렇게 되지는 않았겠죠. 그동안 밖을 내다볼 여유가 없어서 못 봤나 봅니다. 오늘 잠깐이라도 우리에게 보여주시려고 하나님께서 그리신 가을의 풍경을 만끽해 보시면 어떨까요? 여러분의 마음에도 맑고 밝은 총천연색 기쁨이 충만하시길 빕니다.
유대 장로들의 부탁을 받고 예수께서는 이제 백부장을 만나러 갑니다. 그렇게 그의 집에 도착할 즈음에 백부장의 친구들이 먼저 나와 예수님을 맞이합니다. 그런데 그의 친구들은 예수께 뜻밖의 말을 전하죠. 백부장의 말을 대신해 이렇게 전합니다.
"주님, 더 수고하실 것 없습니다. 저는 주님을 내 집에 모셔들일 만한 자격이 없습니다. 그래서 내가 주님께로 나아올 엄두도 못 냈습니다."
이미 우리는 백부장을 향해 주님이 하신 말씀을 기억하죠. 그를 향해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다.'라고까지 칭찬하신 것을 말이죠. 그렇다면 우리의 관심사는 하나입니다. 그 백부장의 믿음이 무엇인가?라는 데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말 하나하나가 우리의 이목을 끌죠.
그가 처음 꺼내든 말은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느끼는 여러 의미는 이런 것이죠. 첫째는, 자신은 예수님을 오라 가라 할 자격이 없음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이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이죠. 어찌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오라 가라 하겠습니까? 그러니까 그의 인식 속에는 자신의 낮아짐이 깔려 있는 것이죠. 로마의 백부장이라는 위치를 생각할 때, 더 나아가 예수님의 사회적 신분이 백부장에게는 피지배자들 중에도 천한 신분에 속한 존재임을 감안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그의 겸손은 이후 '말씀만 하시면'이라는 구절을 통해 더 묵상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두 번째는 아마도 유대인의 문화를 존중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미 우리는 이전 구절에서 그가 유대인들을 피지배자가 아닌 동료로, 이웃으로, 친구로 삼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요. 그런 배려와 사랑에는 공부가 한몫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백부장은 유대인들의 문화를 잘 알았다는 것이죠. 유대인의 문화 가운데 이방인의 집에 들어가는 것에 대한 금기가 있음을 알았기에 그는 예수님의 방문을 막아섰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그의 깊은 배려는 우리의 상상이상이었던 것으로 보이죠.
여기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남을 배려하거나 사랑할 때 그저 우리 기분만으로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는 거죠. 그의 상황, 상태나 역사 등을 알아야 우리는 온전한 사랑과 배려를 베풀 수 있는 것입니다. 가끔 우리는 기분 내키는 대로 사랑하려고 하죠. 우리가 사랑한다고 하면 남이야 어찌 되었든 다 내 사랑을 받아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하는 사랑이 오히려 상처가 되고 이기심이 되기 십상이죠.
백부장의 고백에 대해 제가 묵상한 또 다른 의미가 하나 더 있습니다. 오늘 저는 이 부분이 가장 강하게 다가왔어요. 그는 자신이 주님께 나올 엄두도 못 냈다고 하죠. 이 부분에서 저는 떠오른 제 경험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책을 읽었는데요.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라고요. 소위 책이 재미없었던 거죠. 그러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저는 가장 먼저 책을 잘못 샀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그다음으로는 저자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졌어요. 무슨 글을 이렇게 엉터리로 쓰냐 싶었죠. 그리고 멀찍이 두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다시 그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왠 걸요. 저는 그 책에 빠져 들었습니다. 문장 하나하나가 저의 가슴을 치는 귀한 말씀들로 채워지더라고요. 심지어 왜 내가 이제야 이 책을 읽게 되었지? 싶더라고요. 그때 문득 이전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재미없고, 글을 못쓰는 저자를 책망했던 제 모습이 떠올랐어요. 그리고 그때 느낀 점이 있습니다.
'재미없었던 것이 저자 때문이 아니고 나 때문일 수도 있구나!'
'글을 못 쓴 것이 아니라 내가 글을 못 이해했던 것이구나!'
주님께 나올 엄두도 못난다는 백부장의 말은 단순한 겸손이 아닙니다. 그것은 전적으로 주님을 의지하는 순종의 겸손이죠. 어쩌면 이는 결과까지도 주님께 맡기고 주님이 하시는 일이라면 내가 생각하는 결과를 떠나 모든 것이 옳은 것임을 선포하는 절대적 순종의 표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시 여러분들은 이런 절대적 순종을 해 보신 적 있으십니까? 혹시 주님이 하시는 말씀, 주님이 내리신 결론보다 내 생각과 결론, 내가 바라는 것이 더 중요하지는 않으셨나요? 내가 틀렸다보다 주님이 틀렸다고 대들면서 주님을 대면하신 적은 없으신가요? 비록 나의 생각과는 달라도 주님이 하신 일은 모두 나에게 최선이고 최고임을 믿는 순종을 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오늘 하루, 나의 생각보다 나의 뜻보다 더욱 귀하고 놀라우신 주님을 묵상하는 우리 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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