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서 1:38 마리아가 말하였다. "보십시오, 나는 주님의 여종입니다. 당신의 말씀대로 나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떠나갔다.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은 투표날이네요. 저는 사전투표를 이미 했습니다. 혹시 못하신 분들은 오늘 꼭 하시길 바랍니다. 정치적인 의도에서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 우리에게 주어진 권리이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주님의 은혜와 축복은 값없이 거저 주어지는 것이지만 거기에는 우리의 반응과 응답이 필요하죠. 그것은 우리가 해야 할 당연한 권리를 행사하는 일입니다. 믿음이 우리의 응답이자 권리죠. 좋은 길, 좋은 꿈을 위해 우리의 믿음이 필요하듯이 좋은 삶, 좋은 나라를 위해서도 반드시 우리의 투표가 필요합니다.
두 번째 마리아의 반응이 나옵니다. 이미 첫 번째 반응에서 마리아의 대담함을 엿볼 수 있었는데요. 처녀가 아이를 갖는다는 예언에 대해 자신에 대한 모욕적인 감정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불가능이 없으신 하나님에 대해 초점을 맞추었다는 것을 묵상한 바 있습니다. 오늘 본문은 그 반응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입증해 줍니다. 지금 마리아에게 일어나는 일은 단순한 예언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죠. 아무리 위대한 예언이라고 해도 마리아 본인에게는 그저 기뻐할 수만은 없는 복잡한 문제가 있습니다. 이것이 특별히 여성이기에 더욱 직감적으로 거부감이 올 수 있는 문제죠.
그런데 마리아는 그 예언에 대해 이렇게 대답하죠.
"보십시오, 나는 주님의 여종입니다. 당신의 말씀대로 나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저는 오늘 본문에서 '여종'이라는 말이 눈에 띄었습니다. '여자 하인'이라는 뜻이죠. 교회 내에서는 종이라는 말에 익숙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이것이 좀 불편을 줄 수 있는 단어죠. 조금 풀어서 말한다면 '순종하는 자녀'라고 말하는 것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제가 주목한 것은 이 '여종'이라는 말에 두 가지 개별적인 존재가 있다는 거죠. '여자'라는 것과 '종'이라는 것이 그것입니다. 제 눈에 이 단어가 들어온 이유는 그녀가 자신이 아닌 하나님 중심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 예언은 마리아 자신에게 치명적인 문제를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그것을 모를 리가 없는 마리아죠. 그것도 극도로 예민한 문제를 건드리는 것입니다. 이 예언에는 법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법 이상의 힘을 가진 윤리도덕적 문제를 품고 있죠. 생물학적 처형뿐 아니라 사회적 죽음에까지 이를 수 있는 문제입니다. 그런데 그녀는 그 미묘하고 예민한 문제보다 자신이 주님의 자녀임을 더 우선하고 있다는 것이죠.
요즘 우리 사회에는 첨예한 대립들이 있습니다. 세대 간의 대립, 지역 간의 대립, 이념과 사상의 대립, 거기에 성별의 대립도 있습니다. 소위 양성평등의 문제가 첨예하죠. 참 조심스러운 문제입니다. 그런데 조금 용기를 내서 말씀드립니다. 우리는 남자, 혹은 여자이기 이전에 사람입니다. 성별이전에 생명이죠. 그 생명의 존중을 잃으면 성별의 차이는 무의미할지도 모릅니다. 사람이기를 포기하고 주어지는 성별이 없듯이 서로가 같은 생명이고 존중받아야 할 존재라는 사실을 잃으면 성별의 다툼 또한 생명력을 잃는다는 사실입니다. 다름은 틀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같은 뿌리임을 안다면 다름은 서로 상호 보완과 협력의 단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죠.
지금 마리아는 자신의 성별보다 더 중요한 것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 뿌리를 말이죠. 그것이 '종'입니다. 말을 바꾸어 말하면 '자녀'죠. 그러니까 그녀는 자신이 여자이기 이전에 사람이고, 사람이기 이전에 주님의 자녀라는 사실을 고백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얼마나 위대한 고백입니까?
나는 나이기 이전에 주님의 자녀입니다. 나 이전에 주님께서 지으신 주님의 피조물이고, 주님의 자녀입니다. 나의 인생이전에 주님의 계획을 품은 창조물이죠. 그래서 주님의 창조 계획에 따라 사는 삶이 가장 아름답고 편한 삶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이 순종이죠. 오늘도 우리의 삶 속에 주님의 계획하심이 드러나고 이루어지는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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