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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하는말씀/누가복음서묵상일기

누가복음서묵상일기 16 - "내가 너를 쓰고자 하는데..."

누가복음서 1:34   마리아가 천사에게 말하였다. "나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겠습니까?"


좋은 아침입니다. 월요일을 시작하는 여러분의 지금 이 아침은 일주일을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시간입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주신 일주일을 맞이하고 기대하는 여러분 되세요. 천국은 침노하는 자의 것이라고 했습니다. 바라고 구하고 사모하는 자에게 은혜가 흐르기 때문이죠. 기대하는 대로, 기쁘게 맞이하는 대로 주어진 시간을 창조하는 여러분 되시길 빕니다.

 

오늘 본문은 아주 단순한 내용이죠. 주의 천사는 마리아에게 예수 탄생에 대한 예언을 전했습니다. 이에 대한 마리아의 반응입니다. 그런데 그 반응이 매우 충격적입니다. 왜냐하면 이 대답은 우리의 예상을 빗나가기 때문이죠. 여러분이 마리아라면 어떤 대답을 하셨을까요? 남자를 알지 못하는 나에게 아이가 생길 것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반응을 하시겠습니까? 아마도 대부분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일 것입니다. 아니, 조금 더 거칠게 이야기하자면 저항을 해야 하죠. 왜냐하면 이건 나를 수렁에 빠뜨리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눈에 뻔한 고난이 도사린 앞날의 이야기기 때문이죠. 이미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당시 처녀가 아이를 갖는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더욱이 정혼한 여인이 순결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 어떤 대접을 받는지 알지 않습니까? 그 옛날이 아닌 오늘날에도 여인에게 그런 이야기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2,000년 전에, 그것도 종교적 관습이 법제화된 유대 사회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그저 죽으라는 말과 다를 바 없는 거죠. 그런 말은 은혜도, 축복도 아닙니다. 그야말로 저주죠. 

 

그런데 마리아의 반응이 너무 단순합니다. 얼핏 보면 저항처럼 들리기도 하죠.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묻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 반문은 저항이 아닙니다. 그녀의 말을 뜯어보면 이렇습니다. 남자를 알지 못한다는 것은 자신만 압니다. 아무리 처녀가 변명을 해도 믿어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죠. 오직 자신만이 압니다. 그래서 묻는 거죠. 그런 내가 아이를 가질 수 있다고요? 그것은 말도 안 되는 상식밖의 일이 아닙니까? 그런데 이런 일이 어떻게 벌어질 수 있나요?라고 묻고 있는 것입니다. 이게 충격인 것이, 우리 같으면 이랬을 것입니다. "왜 하필 난가요?" "나에게 이런 일이 왜 벌어져야 하나요?"

 

어떤 분이 요즘 MZ세대를 풍자하는 이야기를 제게 들려주었습니다. 요즘 MZ세대에는 3가지 '요'가 있데요. 그것은 '이걸요?' '제가요?' '왜요?'라고 하더라고요. 상급자가 일을 시키면 되묻는데요. '이걸요?' 그래서 일의 중요성을 설명해 주면, '제가요?'라고 한답니다. 업무분장의 당위성을 말해주면 어김없이 '왜요?'라는 답이 나온다는 거죠. 이런 태도가 사회생활에서 옳은지 그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의 직장문화가 다 옳은 것도 아니기에 따라 하는 것도, 그렇다고 이런 자기중심적인 태도가 괜찮은 것인지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는 어떻게든 자기 보호와 변호를 생각의 중심에 두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죠. 

 

그런데 마리아의 대답은 다릅니다. 그녀가 묻는 것은 자신의 처지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지금 그녀가 묻는 것은 하나님이 하시는 일에 대한 것을 묻는 거죠. 그러니까 자신의 처지나 상황에 대한 걱정보다 하나님의 전능하심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겁니다. 이 같은 해석의 근거는 곧 나오는 주의 천사의 대답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천사는 대답을 이렇게 하죠.

 

누가복음서 1:37   "하나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

 

오늘 아침에 갑자기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저 추론으로 드리는 말씀입니다. 전통적인 성경 해석이 아님을 먼저 알려드리고 드리는 말씀이니 양해를 바랍니다. 제게 든 생각은 이런 거예요. 많은 사람이 이런 주님의 말씀을 들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거죠. 주의 천사가 찾아와 나에게 말하듯 상상을 초월하는 예언을 주시는 거죠. 그때 우리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하는 생각입니다. 굳이 예를 들자면, 아무 배운 것도 없고 나이도 어리며 가진 것도 없는 나에게 세상을 구할 말씀 사역자가 되라고 하신다면 나는 무엇이라고 반응했을까요? '주님께서 그 일을 하실 수 있으신가요?'라고 물었을까요? 아니면 '나 같은 것이 무슨 사역자예요?'라고 반문했을까요? 또, 나에게 많은 이웃을 돕고 구할 재물을 주겠다고 하신다면 그 말씀 앞에 '하나님이시라면 그리 하실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을까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까?'라고 했을까요? 여러분 각자는 어떻게 하셨을지 모르나 저는 대답이 뻔해서 고개가 숙여집니다. 그리고 느껴지는 것이 있어요.

 

'주님의 은혜가 나에게 주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 은혜에 반응을 하지 못하는 것이구나!'

 

오늘도 주님은 우리에게 오셔서 묻고 계실지도 모릅니다. 내가 너를 쓰겠다고 말이죠. 그때 우리는 어떻게 대답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는 아침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여러분은 용감하게 주님의 말씀에 대답하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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