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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하는말씀/누가복음서묵상일기

누가복음서묵상일기 15 - 눈을 들어 멀리 바라보세요.

누가복음서 1:30~33   천사가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마리아야, 그대는 하나님의 은혜를 입었다. 보아라, 그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의 이름을 예수라고 하여라. 그는 위대하게 되고, 더없이 높으신 분의 아들이라고 불릴 것이다. 주 하나님께서 그에게 그의 조상 다윗의 왕위를 주실 것이다. 그는 영원히 야곱의 집을 다스리고, 그의 나라는 무궁할 것이다."


좋은 아침입니다. 거리에 꽃들이 활짝 피었더군요. 개나리며 목련에 벚꽃까지 화사한 봄날을 알리는 듯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미소 짓게 만드는 풍경입니다. 여러분의 마음은 어떠신가요? 모든 공동체 가족들 마음속에 성령의 바람이 불고 은혜의 꽃이 피는 축복의 봄날이 펼쳐지길 기도합니다.

 

마리아에게 하나님의 은혜를 입었다고 선포한 천사는 놀라운 예언을 하죠. 아니 청천벽력과 같은 말을 합니다. 아이를 잉태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죠. 처녀에게 임신이라는 말은 대단히 실례되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마리아는 요셉과 약혼을 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유대 사회의 결혼 관습을 이해한다면 이 말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위험한 발언임을 알 수 있죠. 약혼한 사람에게는 혼전 순결이 목숨보다 중하게 요구되었기 때문이죠.

 

아마도 이 말을 듣는 순간, 마리아는 그 뒤의 말이 전혀 들리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너무 충격적인 말이었기 때문이죠. 사회적으로 전혀 용납이 되지 않는 말이고, 자신 또한 감당하기 어려운 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이 보통 그렇죠. 자신이 용납할 수 없는 말을 들으면 몸이 굳고 이성이 마비되어 버리죠. 감정을 건드리는 말을 들으면 소위 꼭지가 열립니다. 그래서 다른 생각, 다른 말들이 전혀 들리지 않죠. 사실, 주의 천사가 정작 들려주고 싶었던 말은 그다음의 말일 텐데요.

 

우리도 이 장면에서 그런 오류를 범합니다. 너무 충격적인 소위 동정녀 탄생의 이야기, 처녀가 아이를 가지는 사건을 대하고 그것에 몰입하다 보니 우리는 정작 마리아의 진정한 순종과 헌신의 영성을 놓칠 때가 많습니다. 저는 오늘 묵상에서 처녀 잉태에 대해 다루지 않겠습니다. 그것을 증명할 방법도 없고 이유도 없기 때문이죠. 이미 주의 천사가 나타난 것으로도 기적은 충분합니다. 천지를 창조하신 분께서 무엇을 못하시겠습니까? 이는 논쟁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가 해석할 문제도 아니죠. 다만 우리가 주목하고 묵상해야 할 문제는 다른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우리의 시선을 조금 멀리 두는 것이죠. 지금 당장의 문제보다 이후에 이루실 문제에 대해 기대와 주목을 하는 것입니다. 마리아가 당장의 문제, 그러니까 남자를 알지 못하는 자신에게 아이가 생기는 문제에 몰입했다면 그녀는 순종하지 못했을 겁니다. 아니 자신을 통해 이루실 하나님의 계획이 들리지도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주의 천사가 그녀에게 말하는 것은 지금이 아니라 이후였고, 주님이 마리아에게 요구하시는 것은, 좋은 길로 반드시 인도하실 주님에 대한 기대였습니다. 

 

사실 누가복음의 패턴은 이렇습니다. 아이를 그토록 원했던 사가랴 집안에는 아이가 없었고, 아이는 생각지도 않는 마리아에게는 아이가 생깁니다. 한 집안은 아이가 없어서 고통 속에 있었고, 마리아는 아이가 생겨서 고통이 주어지죠. 그런데 결국에는 그 고통은 열매를 맺습니다. 정반대의 상황에서 주어진 고통이지만 결국은 좋은 길로 인도하시는 주님의 역사를 드러내죠. 이것이 오늘 본문에서 우리에게 주시고자 하는 말씀 아닐까요?

 

주님은 여러분을 반드시 좋은 길로 인도하실 줄 믿습니다. 그것을 위해 오늘도 일하시는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실 줄 믿습니다. 주님의 모든 역사는 이렇게 움직임을 믿습니다. 그러니 지금 나에게 주어진 시련에 이성을 잃지 마세요. 지금 상한 나의 감정에 폭발하지 마세요. 그 너머에 고통을 씻기고도 남을 은혜가 있습니다. 모든 아픔을 상쇄하고도 남을 축복이 있어요. 오늘도 우리는 좋은 곳을 향해 나아갑니다. 그러니 눈을 들어 하늘을 보세요. 더 나은 내일을 향해 전진하죠. 그러니 눈을 들어 멀리 바라보세요. 그렇게 기쁨으로 믿음의 길을 걷는 우리를 주님께서 친히 동행해 주실 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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