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하 7:1~3 주님께서 사방에 있는 모든 원수에게서 다윗 왕을 안전하게 지켜 주셨으므로, 왕은 이제 자기의 왕궁에서 살게 되었다. 하루는, 왕이 예언자 나단에게 말하였다. "나는 백향목 왕궁에 사는데, 하나님의 궤는 아직도 휘장 안에 있습니다." 나단이 왕에게 말하였다. "주님께서 임금님과 함께 계시니, 가셔서, 무슨 일이든지 계획하신 대로 하십시오."
하나님의 궤가 다윗성에 들어갔고 이제 이스라엘은 본연의 모습을 회복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꽤 시간이 흐른 것으로 보여요. 오늘 본문 1절은 간단하지만 그 속에 담긴 시간은 짧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하나님께서 다윗을 지켜 주셨고, 그로 인해 왕은 안전했다는 말은 많은 시간, 많은 일들이 있었음을 알게 하죠.
그런데 갑자기 다윗은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궤를 모실 성전을 건축하고자 하는 마음이었어요. 자신은 당시 최고의 건축자재였던 백향목으로 지은 왕궁에 살면서 하나님의 집은 짓지 않은 것이 마음에 걸렸을까요? 모든 것이 다 잘 되고, 이제 여유로와지니 하나님이 생각났던 것일까요? 생각해보면 때늦은 선심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우리도 그렇죠. 도움을 받고, 은혜를 누릴 때는 잘 모르죠. 다 자기 살기 바쁩니다. 그래도 하나님을 향한 다윗의 마음은 칭찬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때가 늦었을지는 몰라도 결국 그는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고 잊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잘 안 되면 하나님 탓, 잘 되면 자기 신앙 탓을 하는 이들이 즐비한 것을 생각하면 그의 생각은 아름답죠.
나 혼자 이룬 인생은 없습니다. 우리는 수많은 도움과 수많은 희생과 수많은 은혜 위에 세워진 인생을 삽니다. 우리 주일학교 어린이들이 태어날 때부터 지켜봤어요. 갓난아이 때부터 자라나는 과정을 보았습니다. 그 과정에는 부모의 수고와 눈물이 있습니다. 비록 서툴고 부족하지만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그 아이에게 쏟아붓죠. 그 과정을 보면 정말 자녀로서 부모의 수고를 다 헤아릴 수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부모님의 은혜를 당연한 것으로 여길 때가 많죠. 부모만 그럴까요? 꼰대 같은 생각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 나라 이 땅은 수많은 이들에 의해 지켜져 왔습니다. 이 땅을 지킨 민초들이 있었고, 나라를 잃은 시절, 미래를 꿈꾸며 자신을 바친 이들,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고, 정의와 민주를 위해 땀 흘렸던 많은 이들 위에서 우리는 평안을 누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에게 당연한 것은 없습니다. 당연하게 시간이 흐르는 것도 아니고, 당연하게 주어진 것은 더더욱 없어요. 우리가 누리는 것은 모두 은혜입니다. 우리가 누리는 것은 누군가의 기도와 피와 땀입니다. 그 시작에 하나님의 창조와 그리스도의 보혈이 있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자유로운 하루를 선물 받았습니다. 우리가 평안하다면 그것은 누군가로부터 받은 선물이죠. 우리가 기쁘다면 그것은 누군가의 기도로 이루어진 은혜입니다. 그 은혜는 누려야 존재해요. 잡아야 실재합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고백해야 내 것이 되고요. 그분의 수고는 감사해야 내게 능력이 됩니다. 오늘 하루를 감사로 받으면 평안으로 응답해 주실 거예요. 오늘을 기뻐하면 내 주위가 기쁨으로 번질 것입니다. 그렇게 감사는 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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