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가 눈에 보이지 않아도,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도, 자네는 그저 물을 주게나."
한국 신학계의 거목으로 한국신학대학 학장을 지낸 고 김재준목사에게 한 목회자가 물었다. “목사님, 목회가 참 힘듭니다. 사람들은 내 마음같지 않고, 열매는 없는 것 같고, 모든 것이 그냥 허비인 듯합니다.” 이 말은 들은 김재준목사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서재 한 모퉁이에 있는 콩나물시루에 가서 물을 주었다. 한참동안 물을 콩나물 위에 부고 또 부었다. 이 모습을 그 목회자는 유심히 보았다. 물은 부었지만 콩나물시루에는 물이 고이지 않고 그저 다 빠져나갈 뿐이었다. 그런 콩나물에 또 물을 주고, 또 물을 주고... 한참을 물을 주던 김목사는 그 목회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콩나물은 물이 없으면 자라질 않는다네. 그렇다고 콩나물을 물에 담가놓으면 썩고 말지. 그저 콩나물에는 이렇게 물을 뿌려주는 거라네. 물이 그냥 흘러나가 콩나물에 아무 영향도 주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콩나물은 그래도 자란다네. 콩나물 목회를 하게나. 열매가 눈에 보이지 않아도,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도, 자네는 그저 물을 주게나. 열매를 거두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라네.”
월요일마다 미래세대를 위한 어머니기도회가 다림센터에서 있다. 이 땅을 짊어지고 갈 우리자녀들이 현실에서 절망하고 낙심하여 미래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위해 기도하고, 또한 지역과 공동체 위에 하나님의 영이 운행하시도록 기도한다. 내 자녀를 내 집에서 잘 키우고 잘 먹인다고 내 자녀들이 잘 크는 것은 아니다. 물론 가정에서 가장 중요한 영성이 흐르지만 우리 자녀들을 집에서만 감싸고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학교도 가야하고 친구도 만나야 하며 지역 곳곳에 그들의 발길이 닿기에 우리는 이 모든 것들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 지역을 위해, 친구와 학교를 위해 관심이 없다면, 그것은 결과적으로 내 자녀에게 관심이 없는 것과 같다. 나 혼자 운전을 잘한다고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 아닌 이유와 같다. 이런 이유로 지역 학부모들과 함께 월요기도회를 시작했다. 처음부터 아주 적은 인원이 모였다. 우리는 실망했다. 자녀들을 위해 기도하자는데 학부모의 호응이 적어서 당황했다. 몇 주가 지났지만 인원은 늘지 않았다. 고정적으로 10명쯤 모이는 기도회가 되었다. 어느 월요일, 마음속으로는 실망감과 함께 기도하는데 이런 음성이 들렸다. “비록 너희는 작은 인원이지만 너희로 말미암아 지역 곳곳에서 기도하는 자들이 일어나고 있다” 참 믿기 어려운 음성이었다. 내 스스로 자위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드는 음성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한 주간 동안 여러 명의 자원봉사자를 만나야 했고, 지역의 변화를 위해 일할 동역자들과 악수를 나누어야 했다. 우리만 기도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보게 되었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역사가 우리 인생에는 흐른다. 우리의 노력과는 다른 역사하는 힘이 있다. 눈동자처럼 지키시는 분이 있다. 줄지도 주무시지도 않으시며 우리를 감찰하시는 분이 있다. 엘리야처럼 이 땅에 나도 홀로 있는 것 같고, 나 홀로 일하는 것 같지만 하나님은 곳곳에 필요한 것들을 예비하시고, 필요한 사람들을 세워 두신다. 하나님의 역사는 보이는 역사가 아니다. 하나님의 역사는 영웅들 한 둘로 만들어지는 역사가 아니다. 하나님의 역사는 보이지 않는 자, 남아있는 자들을 통해 이루어지는 역사다.
중국의 문화혁명 시기는 초대교회의 로마박해에 견줄만한 극심한 교회에 대한 탄압의 시기였다. 이 탄압은 상상을 초월한다. 관 주도의 탄압이 아니라 민간 주도의 박해였기에 시골 곳곳에 이르기까지 탄압의 물결을 이루었다. 교회의 문은 닫히고 모든 문서는 불태워졌으며 목회자들은 공장으로 끌려가고 서방종교의 적대적 감정이 고조되어 누구하나 교회의 ‘교’자도, 성경의 ‘성’자도 말하지 못하는 시기였다. 수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다. 그렇게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 훌쩍 넘었다. 모든 서양 교회학자들은 중국교회는 이제 자취를 감췄다고 호언했다. 그러나 문화혁명 후 교회의 문이 열렸을 때 일어난 교인의 숫자는 문화혁명 이전보다 100배가 넘는 엄청난 것이었다. 하나님은 그렇게 일하신다.
낙심하지 말라. 내 눈에는 나 혼자여도 하나님 눈에는 수많은 돕는 자들이 예비되어 있다. 내 인생이, 이 세상이 가망 없어 보여도, 아직 살아 숨 쉬는 불꽃이 남아 있다. 이 불꽃이 언젠간 들불처럼 번져 모든 것을 태우고도 남을 것이다.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
'묵상하는말씀 > 로마서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마서묵상36] "세상이 나를 속일지라도, 그래도 나는 사랑하는 걸로..." (롬13:8~14) (0) | 2012.07.06 |
---|---|
로마서묵상35] "두려움은 우리가 반응하지 않으면 아무 힘도 쓰지 못하는 한낱 신기루에 불과하다."(롬13:1~7) (0) | 2012.07.02 |
로마서묵상34] 삶은 연습의 연속이다.(롬12:9~21) (0) | 2012.06.30 |
로마서묵상33] 당신을 에워싸고 있는 세상이 당신을 세상의 틀에 밀어 넣지 않게 하라(롬12:1~2) (0) | 2012.06.29 |
로마서묵상32] 우리의 믿음은 다른 이의 소망이 되어야 한다.(롬11:25~36) (0) | 2012.06.28 |
로마서묵상30] 잘 듣고, 들은 대로 행해야 순종이다.(롬10:13~21) (0) | 2012.06.26 |
로마서묵상29] "나의 열심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가는 방향이다."(롬10:1~12) (0) | 2012.06.23 |
로마서묵상28] 하나님은 그분 마음대로 하시면 안 됩니까?(롬9:14~23) (0) | 2012.06.21 |
로마서묵상27] "세상은 얼마나 많은 것을 가지고 태어났는가로 축복의 기준을 삼지만 하나님은 우리가 얼마나 하나님의 약속을 믿는가로 축복의 분량을 정하신다."(롬9:6~13) (0) | 2012.06.20 |
로마서묵상26] 고통이 없는 역사는 없고, 눈물이 없는 기적은 없으며, 슬픔을 머금지 않은 은혜는 없다.(롬9:1~5) (0) | 2012.06.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