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열심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가는 방향이다."
MBTI나 에니어그램 등 사람의 유형을 표현하는 방법들의 검사를 한번쯤 다 해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많은 유형검사들, 많은 방법들이 있는데 나는 그중에 똑똑함과 멍청함, 게으름과 부지런함을 섞어 만든 4가지 리더론이 제일 재미있다. 세계 2차 대전의 영웅이었던 몽고메리장군의 리더십론이라고 알려진 이 4가지는, 똑부형리더(똑똑하면서 부지런한 사람), 똑게형리더(똑똑하지만 게으른 사람), 멍부형리더(멍청한데 부지런한 사람), 멍게형리더(멍청하면서 게으르기까지 한사람)이다.
별로 특별해 보이지 않는 이 리더유형론의 반전은 가장 훌륭한 리더가 똑부형이 아니며, 가장 최악의 리더 또한 멍게형이 아니라는 것이다. 남보다 똑똑하면서 부지런하기까지 다른 사람들이 쫓아가기가 힘들다. 보통 아랫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리더의 전형이다. 이런 리더는 자신이 일을 다 하게 되고, 함께 일하는 법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리더는 함께하는 사람에게 불만이고, 아랫사람들은 리더를 쫓아가지 못해서 불만이 된다. 좋은 리더자론보다 더 재밌는 것은 똑똑하지도 못하면서 게으른 리더보다 더 최악의 리더는 똑똑하지도 못한데 부지런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똑똑하지 못함으로 생기는 결정들을 부지런하게 실행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좋은 리더는 똑똑하지만 게을러 다른 사람들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기다려 줄 줄 아는 리더다. 아울러 최악의 지도자 또한 똑똑하지 못한 결정, 잘못된 방향을 정하고는 그냥 열심히, 부지런히 하면 되는 줄 아는 지도자다. 문제는 열심보다 방향이다. 분명히 말하건대 열심이 불필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 열심이 사라지면 우리 인생에 희망의 불꽃이 사그라진다. 우리에게 열정이 사라지면 미래를 바라보는 힘을 잃는다. 희망과 미래는 믿음과 직결된 사항들이다. 그러나 열심과 열정이 믿음의 기초석인 것은 분명하지만 열심과 열정에는 방향이라는 푯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내는 유기적 결합인자가 있다. 잘못된 방향에 열심을 더하면 오히려 목적지와는 더욱 멀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교회 안에는 다양한 이들이 있다. 특히 열심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이들이 있다. 언제나 어디서나 그 열심은 드러난다. 그러나 간혹 그런 열심의 사람들 가운데 말씀에 근거를 두지 않는, 지식 없는 열심들이 있다. 공동체 식사를 준비하는 데는 열심이지만 말씀을 듣는 데는 열심 없는, 회의를 하거나 놀이모임에는 열심이지만 영적 나눔에는 열심 없는 이들이 있다. 때론 어떤 이들은 이것저것 참견하고 비판하는 데는 열심이다. 모임에 나와서 분위기를 썰렁하게 하고, 뭔가 어색하게 하는데 놀랍게도 그런 이들 가운데는 그 모임에 빠짐없이 참석하는 이들이 많다. 열심이다.
법이란 공동체 질서의 근간이다. 그러나 법은 공동체 질서와 유지, 상생의 기본을 쌓는 틀이지 부수는 도구가 아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법을 가지고 사람들을 겁박하고 죽이려 든다. ‘법이요’를 외치는 사람들은 법으로 사람을 살리려 들기보다 죽이려 들기 일쑤다. 나의 열심과 열정은 결코 사라져서는 안 된다. 그러나 나에게 있는 열심과 열정이 어떤 것인가? 어떤 방향인가? 는 나에게 열정이 있는 만큼이나 중요하다.
바울의 영적 방향은 십자가였고, 삶의 방향은 영혼구함이었다. 십자가를 향하기 위해서는 어떤 공격도 열심히 맞서고, 어떤 상황도 열심히 받아들였다. 십자가를 향하기 위해서는 어떤 스타일도 열심히 취하였고, 어떤 자리도 열심히 찾아갔다. 영혼구함에 있어서 그는 때론 빈 하여도 열심을 놓치지 않았고, 때론 부에도 열심을 잃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인생의 방향을 흔들지 않았고, 그것이 영혼의 목적을 놓치게 하지 못했다. 그의 열심에는 분명한 방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열심에는 방향이 있어야 한다. 그 방향은 하나님이 원하시는 온전한 방향이어야 하고, 사람을 살리는 방향이어야 한다. 누군가에게 소망을 주는 방향이어야 하고, 또한 소망의 시너지를 이루는 방향이어야 한다. 나의 열심은 하나님이 쓰시는 열심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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