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영혼은 놀라운 변혁의 자리이고,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강력한 혁신의 현장이다.
10년 전 교회를 개척할 때부터 함께해온 태화기독교사회복지관은 대한민국 최초의 복지관으로 100년의 역사를 바라보고 있다. 미국 감리교 선교사인 마이어스에 의해 태화여자관으로 처음 개관된 이래 여성과 아동을 위한 사회사업을 전개하며 우리나라 대표적인 복지관이 된 태화복지관은 본래 위치가 지금의 수서가 아닌 종로 인사동의 순화궁자리였다. 순화궁은 헌종의 후궁인 경빈 김씨의 사가로 일제강점기가 시작되면서 친일파 거두 이완용의 소유가 된 곳이다. 당시 순화궁 뒤뜰 정자에서 친일의 주역들이 자주 모여 연회를 연 것으로 알려졌는데 야사에 의하면 연회를 여는 도중 벼락이 쳐 뒤뜰 정자 옆 소나무가 부러지는 일이 일어났다고 한다. 이 때문에 저작거리에서는 이완용이 나라를 팔아먹어 하늘이 노했다는 민요가 퍼졌다고 한다. 이에 부담을 느낀 이완용은 순화궁을 당시 기생집으로 유명한 명월관에 임대를 주었단다. 현재 광화문 동아일보자리에 본관을 두고 있던 명월관은 순화궁을 별관으로 사용하며 이름도 태화관(현 태화복지관과 이름은 같지만 화자가 밫날 화자로 현재 화할 화자를 쓰는 태화와는 다른 한자를 쓴다)으로 바꾸었고, 1919년 3월 1일 삼일독립선언서가 이곳에서 작성되면서 유명해졌다. 놀라운 것은 친일파의 본거지에서 독립운동의 선언서가 작성되는 역사의 아이러니가 태화의 자리에 묻어있다.
태화에 숨겨진 놀라운 혁신적 정신은 이뿐만이 아니다. 삼일독립선언서 사건으로 더욱 궁지에 몰린 이완용은 완전히 태화관을 팔아버리기로 했다. 이 때 이 건물을 산 사람이 바로 마이어스선교사다. 마이어스선교사는 미국 평신도 여성 선교사로 한국 땅에 여성의 인권과 어린아이들을 돌보는 사역을 위해 태화관을 구입했다. 그러나 명월관이 순순히 자리를 비워주지 않았다. 그래서 명월관과 마이어스선교사측은 몇 달동안 신경전을 벌여야 했다. 한창 술판이 벌어질 즈음 마이어스선교사와 전도부인들은 태화관 마당에서 찬송가를 부르며 소위 영업방해에 들어갔다. 이에 대항하는 명월관측은 영업이 다 끝난 새벽 잠자고 있는 선교사측 사람들의 방문 앞에서 장구와 꽹과리로 소음을 일으켜 수면을 방해하는 등 서로가 한치의 양보도 없이 대결하였단다. 이와 함께 태화관 정문에는, 낮에는 미국감리교회 깃발이, 밤에는 명월관 깃발이 번갈아 뽑고 꼽히는 촌극이 계속되기도 했다. 그러다 마침내 마이어스선교사는 어느 날 태화관 정문 감리교회깃발이 아닌 미국 성조기를 꽂으므로 서로 팽팽했던 소유권 싸움의 종지부를 찍었다. 성조기를 뽑아버리는 것은 외교문제로 비화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에 부담을 느낀 명월관측이 손을 든 것이다. 여성의 인권이 가장 유린되던 기생집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여성의 인권을 존중하는 여성복지관이 세워진 것이다.
태화는 역사적으로 혁신의 자리이다. 친일에서 독립으로, 여성의 인권 유린의 현장에서 존중의 자리로 혁신된 놀라운 역사의 현장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또한 그렇다. 그리스도인의 영성은, 가장 처참하게 사단의 조롱과 겁박과 억압으로 종노릇하던 자리에서 하나님의 용서와 사랑과 긍휼을 받는 자리로 옮겨진 혁신적인 영성이다. 그리스도인의 육체는, 죽음과 죄의 법 아래에서 생명과 성령의 법 아래로 옮겨진 놀라운 변화의 현장이다. 하나님의 긍휼의 깃발, 용서의 깃발을 꽂은 영혼에게는 더 이상 죄의 법, 사망의 법이 손 대지 못한다.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의 법 아래로 혁신된 우리들을 그 어떤 것도 해하지 못한다. 예전에 나에게 힘을 썼던 겁박과 두려움과 걱정과 염려도, 환난이나 곤고나 핍박이나 가난도, 우리를 그 사랑에서 끊을 수 없다. 어떤 강력한 세상의 힘도, 심지어 천사나 사탄도, 내 영혼에 꽂으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뽑을 수 없다. 우리의 영혼은 그렇게 놀라운 변혁의 자리이고,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강력한 혁신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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