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15. 04:45ㆍ묵상하는말씀/누가복음서묵상일기
누가복음서 7:50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평안히 가거라."
좋은 아침입니다. 한 주간을 마무리하는 금요일 아침이에요. 시작도 끝도 감사로 맺기 위해 오늘도 기분 좋게 출발하시길 빕니다.
오늘 본문은 '그러나'로 시작합니다. 이는 아시다시피 앞서의 내용과 대비시키는 접속 부사죠. 바로 전 내용은 이렇습니다. 예수께서 여인의 죄를 사하시는 선포를 하자 그 집에 있던 이들, 아마도 바리새인의 집이기에 바리새파 사람들이 많이 초대받았겠죠? 그들이 예수님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네가 뭔데?' 했던 거죠.
오늘 '그러나'는 이에 대한 반응을 뒤로하고 예수님은 거침없이 자기 할 일을 계속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부분은 그리 눈에 띄지 않는 단순한 내용입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게 쉽지가 않습니다. 우리는 주위의 눈치를 많이 보는 입장이죠. 특별히 주위 반응이 부정적이면 우리는 멈칫합니다. 혹시 욕을 먹지는 않을까?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지는 않을까? 걱정이 먼저 앞서죠. 이는 자신의 생각이나 신념보다 강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남의 시선에 강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죠.
그런데 주님은 아랑곳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는 한발 더 나가셨는데요. 구원받았다는 말까지 하십니다. 이게 무서운 것이 당시 가장 큰 범법행위로 사회적 매장뿐만 아니라 실제 목숨까지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죄목이 신성모독이었기 때문이죠. 앞서 죄를 용서한다거나 구원을 주는 행위는 딱 신성모독에 해당되는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예수님은 지금 나를 십자가에 매달라고 애원하는 듯한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보이시는 겁니다. 심지어 이 때문에 학자들 가운데는 예수님의 십자가 형벌은 타살이 아니라 자살이라고까지 주장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죠. 그만큼 위험한 행위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주님은 그녀에게 이렇게 말씀합니다.
"평안히 가거라"
지금 평안할 수가 없습니다. 그 집은 아마도 난리가 났을 거예요. 이 때문에 유대교 지도자들은 더욱 예수님을 미워하고 잡아 가둘 생각들을 했을 거예요. 평안을 논할 때가 아닌 거죠. 아니, 그 여인에게만 집중해서 평안을 이야기해도 그렇습니다. 그 여인은 평안할까요? 그 일로 여성을 비하하는 유대사회가 바뀔까요? 사람들은 이전의 죄를 눈감아 줄까요? 심지어 가족들은 그 여인을 용서하고 받아줄까요? 그러지 않으면 여인에게 무슨 평안이 있을 수 있을까요?
예수님께서 직접 당신의 평안에 대해 우리에게 말씀해 주신 적이 있습니다. 그분이 말씀하신 평안은 이렇습니다.
요한복음서 14:27 나는 평화를 너희에게 남겨 준다. 나는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내가 너희에게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것과 같지 않다.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아라.
우리가 잘 아는 평화, 평안은 히브리 말로 [샬롬]입니다. 이는 우리말 [안녕]과 같은 히브리식 인사말이기도 하죠. 그런데 이 샬롬이 세상이 주는 평화와 다른 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아는 평화는 외부에서 오는 평화죠. 라틴어에 [팍스 PAX]라는 단어가 있는데요. 이것도 '평화'라는 뜻입니다. 주로 [팍스로마나]라는 단어로 우리에게 익숙하죠. 로마제국의 태평성대를 뜻하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팍스]는 인간이 최고의 명예나 영광을 얻은 상태를 의미하죠. 올림픽에서 우승을 하거나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에게 씌워진 월계관이 바로 그 팍스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로마가 많은 식민지를 지배하고 제패한 것을 [팍스로마나]라고 하는 거죠. 이는 힘과 권력으로 얻은 평화를 의미합니다. 싸워서 이기는 것을 의미하죠. 그래서 혼신의 노력 끝에 명예를 얻고, 갖은 방법으로 부를 쟁취하는 것이죠. 이것이 평화를 가져온다고 믿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샬롬은 다릅니다. 샬롬은 외부가 아닌 내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축복의 표현입니다. 그래서 샬롬은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감정이라고 말하죠. 사랑하는 이를 만났을 때의 마음, 열심히 일한 후에 맞이한 쉼을 얻었을 때의 기분, 어렵고 힘들 때, 친구나 지인으로부터 귀한 도움을 받았을 때의 심정, 큰 병에서 회복되어 다시금 건강을 찾았을 때의 느낌, 이 작은 것들이 바로 샬롬이기 때문이죠.
예수께서 여인에게 평안히 가라고 말씀하신 것은 이런 뜻입니다.
'누군가 너를 오해하고 비난해도 원망하지 말아라. 하나님께서는 이미 너의 마음을 아신다. 하나님은 너를 자녀로 삼으시고 아끼신다. 그러니 낙심하지 말아라.'
우리에게는 여전히 아픔이 있고 슬픔도 있습니다. 앞날에는 위험도 도사리고 있죠. 내가 원하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고 피하고 싶은 문제들도 어김없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조차 협력하여 선을 이루고, 음침한 골짜기를 걷게 되는 것도 환하고 빛난 그곳을 향해 가는 여정임을 믿는 것, 그것이 샬롬입니다. 그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고, 그 모든 것이 영양분이 되어 좋은 길로 이끄시는 것을 믿는 것이 평화입니다. 십자가의 처참한 죽음조차도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 안에 위대한 구원의 역사로 부활하는 것, 그것이 샬롬이에요. 오늘도 사랑하는 모든 가족들 안에 샬롬이 있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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