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서묵상일기 96 - 적당히 떨어지세요.

2024. 8. 30. 04:45묵상하는말씀/누가복음서묵상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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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복음 5:2~3   예수께서 보시니, 배 두 척이 호숫가에 대어 있고, 어부들은 배에서 내려서, 그물을 씻고 있었다. 예수께서 그 배 가운데 하나인 시몬의 배에 올라서, 그에게 배를 뭍에서 조금 떼어 놓으라고 하신 다음에, 배에 앉으시어 무리를 가르치셨다. 


좋은 아침입니다. 벌써 금요일이네요. 금요일만 기다리셨던 분들에게는 '벌써'라는 말이 거슬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참 안 간다'는 분들이 계시죠?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나이를 어느 정도 먹고 보니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참 부럽습니다. 제게는 시간이 화살보다 빠른 것 같거든요. 어릴 적에는 언제 어른이 되나 싶었는데 이제는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 드네요. 시간이 길어 보이는 분들은 지금 그 시간을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더딘 시간은 그만큼 충분한 시간으로 여러분에게 축복이 되기 때문이죠. 오늘도 충분히 만족할 만큼 잘 사용하는 하루 되시길 빕니다.

 

소문은 발보다 빠르죠? 예수께서 게네사렛에 오셨는데 이미 그곳에는 예수의 소문을 듣고 몰려든 인파로 가득했습니다. 아마도 그 수는 몇 십 명 수준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죠. 웬만한 자리에서는 다 모이지도 못할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예수님은 그들을 호숫가 해변으로 이끄셨던 것 같아요. 제가 갈릴리 호숫가를 가보지 못해서 정확히는 말씀드릴 수 없는데요. 일반적으로 볼 때 해변이나 호숫가 주변은 모래사장처럼 넓은 곳이 있기 마련이죠. 

 

그런데 그것으로도 부족하셨던 모양입니다. 예수님은 호숫가에 세워진 베드로의 배에 올라서 해변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가셨죠. 그래야 군중들에게서 조금 떨어져 훨씬 넓은 시야각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해야 모든 사람들이 집중하고 더 나아가 경청할 수 있기 때문이죠. 군중들과 조금 떨어진 무대를 만드는 효과와 비슷했던 것으로 보이죠. 

 

어제 조금 새로운 해석을 말씀드렸었는데요. 사실 예수님은 베드로의 배를 알고 계셨던 것으로 보입니다. 콕 집어 베드로의 배에 오르신 것을 보니 베드로를 이미 알고 계셨던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배에 오르신 이유도 있으셨던 것으로 보이죠. 그러니까 군중들에게 말씀도 가르치시고 베드로에게 할 말도 있으신 복선의 행동이셨던 것입니다. 이에 대한 묵상은 차차 말씀 나누기로 하고요. 오늘은 이 행동, 그러니까 뭍에서 조금 떨어진 자리까지 가셨던 이 행동에 대해 묵상을 나눠보기로 하겠습니다.

 

이런 행동은 지극히 단순하고 당연하죠. 많은 인원이 모였고 그들에게 말씀을 가르치시려면 이렇게 대규모 군중집회 장소처럼 무대를 만들어야 합니다. 오늘 본문은 그런 단순함의 행동으로 보이죠. 그런데 저에게는 그 속에서도 주시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그것은, 전체를 보려면 조금 떨어져야 한다는 사실이죠. 제대로 된 말을 하려면, 누군가를 가르치려면, 끄리고 온전하고 올바른 이야기를 전하려면, 우리는 조금 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리 구분을 못하는 이유는 머리가 나쁘거나 뭘 몰라서가 아니에요. 내 자리, 내 생각, 내 환경에만 몰입되다 보면 우리는 사리구분을 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나만 생각하고 내 입장만 고집하다 보면 다른 사람이 안 보이죠. 내 것만 중요하면 남의 것은 안중에도 없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상식에 어긋난 행동을 하기 십상이죠. 

 

적당히 떨어지세요. 내가 온전한 판단을 하려면 나에게서 적당히 떨어져 봐야 합니다.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일수록 적당히 떨어져서 볼 줄 알아야 하죠. 내 자식, 내 가족, 내 삶, 너무도 소중하죠. 그래서 적당히 떨어져서 바라볼 줄 알아야 합니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오히려 더 모르고, 너무 익숙해서 판단이 흐려질 때가 많아요. 내 입장이 너무 중요해서 내가 어디에 있는지, 지금 어떤 도움을 받고 있는지, 어떤 사랑으로 살고 있는지 알지 못할 때가 많죠. 

 

조금 떨어지면 보일 때가 있습니다. 조금 떨어지면 나뿐만 아니라 주변의 조화가 보여요. 어떤 말을 하기 전에, 어떤 결정을 하기 전에, 어떤 판단을 하기 전에 적당히 떨어져 나와 내 주변을 보세요. 그때 내 마음이 열리고 귀가 뚫리며 생각이 깨어나는 경험을 하게 될 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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