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린도전서 4:6 형제자매 여러분, 나는 여러분을 위하여 이 모든 일을 나와 아볼로에게 적용하여 설명하였습니다. 그것은 "기록된 말씀의 범위를 벗어나지 말라"는 격언의 뜻을 여러분이 우리에게서 배워서, 어느 한 편을 편들어 다른 편을 얕보면서 뽐내지 않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은 한 구절입니다. 짧지만 이 본문이 주는 의미가 커서 한 구절 묵상하려고 합니다. 이 본문에서 바울은 이 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의 마음가짐, 특별히 저와 같은 목회자들에게 경고와 권면을 하는 내용입니다.
바울은 자신과 아볼로가 어떤 일을 했는지 이미 말했습니다. 그저 씨를 뿌리고 물을 주는 일을 했을 뿐이라고 하죠. 자신들이 결론을 만들거나 주인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더 나아가 자신들의 일은 서로가 협력하며 하나님과 함께 일하는 관계라는 점을 분명히 하죠. 그런데 많은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주장이 전부라고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다른 주장들과 대립하며 편을 가르는 일들이 벌어진 것이죠.
요즘 선거철이죠.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경쟁적인 대립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선거에는 2가지 커다란 전략이 있다고 하죠. 하나는 포지티브(긍정적) 전략이고 다른 하나는 네거티브(부정적) 전략이라고 합니다. 네거티브 전략은 주로 남을 깎아 내리고 무너뜨리는 방식이죠. 그래서 극심한 대립을 초래합니다. 마치 남의 아픔이 나의 기쁨이고 남의 쓰러짐이 나의 승리가 되는 전략입니다. 경쟁을 넘어 전쟁과도 같은 전략이죠. 우리는 이 전략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경쟁은 전쟁처럼 하는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자리는 하나밖에 없고 경쟁은 많은 사람들이 하니 살아남는 자는 하나뿐인 절박함이 낳은 결과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가 선거를 하는지를 조금만 생각해도 이 전략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를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왜 우리는 선거를 할까요? 왜 대통령을 뽑습니까? 그것은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 이전에 우리 나라를 얼마나 잘 이끌고 우리 국민을 얼마나 편안하게 하느냐가 그 중심이죠. 그렇다면 당연히 얼마나 좋은 정책을, 좋은 공약을, 그리고 좋은 생각을 표출하느냐에 선거의 길이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우리의 초점이 대통령이 아닌 나라라면, 그 경쟁은 좋은 것을 더 많이 내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까에 몰입할 것이 분명합니다. 남이 낸 공약도 좋은 것이면 받아들이고 흡수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우리의 초점이 나라가 아니라, 국민이 아니라 자신에게 있다면 다르겠죠.
다툼과 싸움은 여기서 생깁니다. 분명히 좋은 일하려고 시작한 것인데 언제부턴가 서로 싸워요. 가정의 일도 그렇습니다. 행복한 가정을 꿈꾸며 외식을 하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 메뉴를 정하는 것으로 싸우고 있습니다. 큰 그림을 안 보고 작은 나를 보기 때문이죠. 연합과 일치보다 나의 주장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바울을 계속적으로 우리의 삶은 연합의 삶이고, 우리의 길은 함께 가는 길임을 거듭 주장하죠.
'기록된 말씀의 범위를 벗어나지 말라'라는 말씀의 의미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격언이라고 하는 것을 보니 당시 이 말이 회자되었던 것 같아요. 기록된 말씀이란, 어떤 학자는 구약에 적힌 말씀이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자신이 이미 언급한 말들을 뜻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조금 단순하게 보입니다. 바울은 이 격언에 빗대어 내가 품어야 할 분량 이상의 것을 생각하지 말라고 권면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어쩌면 주제를 파악하라는 팩폭일 수도 있고요. 어쩌면 교만하지 말라는 경고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무튼 우리는 우리의 할 일을 하는 것 뿐입니다. 내가 전부일수도 없고, 내가 다 책임질 수도 없습니다. 그저 나는 지체일뿐이고, 그저 나의 일을 할 뿐이죠. 그것을 사용하여서 하나님은 큰 그림을 그리시고 작품을 만드시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쓰이죠. 나를 통해 어떤 일을 벌이실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나도 몰라요. 그러나 나는 나에게 주어진 소임을 그저 다할 뿐입니다. 이것이 쓰임받아 아름다운 일을 이루실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말이죠. 이것이 일치의 마음입니다. 이것이 연합의 마음이죠. 아직 미완성이고 아직 모자라 보여도, 나의 반쪽이 비어도, 뭔가 허접해도, 하나님은 또 다른 누군가를 통해 톱니바퀴처럼 딱 들어맞게 만드시고 그렇게 아름답게 굴러가도록 역사하신다는 믿음이 우리에게 있어야 합니다.
좀 아쉽죠? 뭔가 부족해 보이고, 뭔가 허전하죠? 더 채우고 싶고, 더 많았으면 좋겠죠? 우리의 인생이 좀 비어보이죠? 완벽하지 않죠? 그게 맞아요. 뭔가 좀 허술해요. 그런데 그 빈 자리를, 그 허술함을 하나님은 조각을 맞추듯 하셔서 하나님의 나라를 만들어 가십니다. 그러니 우리는 연합을 위해, 하나님의 솜씨를 위해 나의 빈자리를 축복하면 좋겠습니다. 완벽하지 못한 나를 기뻐하면 좋겠어요. 완벽하지 않은 나의 삶을 사용하시고 쓰실 주님을 기대하면서 말이죠. 나는 완벽하지 않아도 하나님은 완벽하십니다. 오히려 나의 빈 곳이 하나님의 멋진 솜씨를 이끌어 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조금 허술해도 괜찮아요. 나의 부족함이 오히려 쓰임받는 도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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