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하 15:13~16 전령 한 사람이 다윗에게 와서 보고하였다. "이스라엘 백성의 마음이 모두 압살롬에게로 기울어졌습니다." 그러자 다윗은 예루살렘에 있는 모든 신하에게 말하였다. "서둘러서 모두 여기에서 도망가자. 머뭇거리다가는 아무도 압살롬의 손에서 살아 남지 못할 것이다. 어서 이곳을 떠나가자. 그가 곧 와서 우리를 따라잡으면, 우리에게도 재앙을 입히고, 이 도성도 칼로 칠 것이다." 왕의 신하들이 왕에게 대답하였다. "모든 일은 임금님께서 결정하신 대로 하시기 바랍니다. 이 종들은 그대로 따르겠습니다." 왕은 왕궁을 지킬 후궁 열 명만 남겨 놓고, 온 가족을 거느리고 예루살렘을 떠났다.
드디어 올 것이 왔습니다. 압살롬의 반란이 시작된 것이죠. 적어도 수년간 계획된 치밀한 압살롬의 반란은 강력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대세가 기운듯한 분위기죠. 다윗은 이 보고를 듣습니다. 왕으로서 반란의 낌새를 알지 못했다는 비난은 하지 않겠습니다. 어디 반란이 겉으로 보이면 반란이겠습니까? 사람의 속마음은 알지 못하는 것이 진리죠. 그런데 다윗은 참 무기력해 보입니다. 싸울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아들과의 전쟁을 피하고 싶었을까요? 아니면 승패가 이미 갈렸다고 느꼈을까요? 그는 손 한번 쓰지 못하고 그저 도망하기 바쁩니다. 이는 자신이 할 일을 미루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저절로 사라지길 원했던 최근 다윗의 모습과 동일합니다. 마치 자신의 손에는 피를 묻히지 않으려는 듯, 심지어 자기와는 무관하다는 듯 그저 피하기만 하고 있죠.
그의 도망자 신세는 처음이 아닙니다. 이미 사울 왕의 도전에 도망자 생활을 한 적이 있죠. 그런데 그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그때는 때를 기다리는 희망의 도망이었다면 지금은 모든 것이 끝났다는 듯한 절망의 도망으로 보여요.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무엇이 다윗을 이렇게 무기력하게 만들었을까요? 언제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그러고 보니 다윗이 하나님을 찾아 자신의 길을 물은 것이 언제인지 싶습니다. 언제나 주님께 자신의 길을 물어왔던 다윗이죠. 심지어 전쟁조차 하나님께 묻고 시작했던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기도에 대한 기록이 언제쯤이었는지 한참을 찾아야 하네요. 제가 찾은 것은 12장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나단 선지자를 통한 책망을 듣고 자신의 아들을 위해 밤낮으로 기도했던 다윗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그가 하나님께 길을 묻는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암논에 의한 다말의 처참한 사건이 있을 때에도, 압살롬이 암논을 죽였을 때에도, 그리고 압살롬을 다시 불러들일 때에도 다윗은 하나님께 길을 묻지 않았습니다. 너무 가정사였기 때문일까요? 그리고 반란이 일어난 지금, 이 일에 대한 길도 묻지 않습니다. 이미 그에게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더욱이 내일쯤 묵상하게 될 본문에는 자신을 따라 도망자의 길에 나선 가드 사람 잇대를 만류하면서 그에게 '새 왕'을 모시며 살라고까지 말하죠. 지금까지 왕은 하나님께서 세우셨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아는 다윗이 하나님께 묻지도 않고 너무도 쉽게 미래를 결정해 버리는 모습이 왠지 낯섭니다.
우리가 길을 잃고 헤매는 이유 가운데 어쩌면 가장 큰 것은 내 마음대로 결정했기 때문인지도 몰라요. 나 혼자 결정하고, 나 혼자 미래를 규정해 버린 지금 내 모습이 나에게 가장 큰 리스크인지도 모릅니다. 믿음은 하나님께 먼저 길을 묻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는 다급하게 도망하는 다윗을 따르는 신하들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이름도 없는 신하들의 이야기를 성경은 정확히 담고 있는데요. 그들의 말은 이렇습니다.
"모든 일은 임금님께서 결정하신 대로 하시기 바랍니다. 이 종들은 그대로 따르겠습니다."
이 목소리가 자기 멋대로 결정하고 미래를 규정하는 다윗의 태도와 맞물려 제게 큰 목소리로 다가오네요.
오늘 이 시간 우리가, 하나님께 길을 묻고 그의 도우심을 구하며 오늘을 사는 다윗으로 돌아갔으면 합니다. 언제부턴가 주님께 길을 묻지 않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으면 해요. 그리고 왕의 결정에 자신의 삶을 맡기고 목숨을 거는 신하들처럼 주님의 자녀로 돌아오는 우리가 되길 빕니다. 작은 목동이었을 때도, 큰 왕이 되었을 때도 우리의 길은 주님께 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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