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하 11:2~4 어느 날 저녁에, 다윗은 잠깐 눈을 붙였다가 일어나, 왕궁의 옥상에 올라가서 거닐었다. 그때에 그는 한 여인이 목욕하는 모습을 옥상에서 내려다보았다. 그 여인은 아주 아름다웠다. 다윗은 신하를 보내서, 그 여인이 누구인지 알아보게 하였다. 다녀온 신하가, 그 여인은 엘리암의 딸로서, 헷 사람 우리야의 아내 밧세바라고 하였다. 그런데도 다윗은 사람을 보내어서 그 여인을 데려왔다. 밧세바가 다윗에게로 오니, 다윗은 그 여인과 정을 통하였다. (그 여인은 마침 부정한 몸을 깨끗하게 씻고 난 다음이었다.) 그런 다음에 밧세바는 다시 자기의 집으로 돌아갔다.
불편한 이야기들이 잔혹하리만큼 상세하고 담담하게 그려집니다. 저는 별로 읽고 싶지 않은 대목이에요. 그럼에도 말씀에 기록되어 있다는 것은 그 상한 감정을 넘는 메시지가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죠. 그래서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우리 또한 이 글을 담담하게 읽어나가야 합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다윗은 홀로 있었습니다. 홀로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것이 쉼이 되기도 하고 재충전의 시간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죠. 개인적인 시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합니다. 특별히 심리학에서는 동굴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요. 우리에게는 동굴 속 은신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시쳇말로 잠수를 탄다고 하죠. 주변 사람에게는 정말 답답한 일이긴 한데 그 개인에게는 그것이 탈출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딱 잘라서 비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홀로 있다는 것이 진정한 쉼이 되려면 그 개인에게 힘이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힘이란 돌아올 수 있는 힘을 말하는 거예요. 가령, 내가 밥을 먹는다면 그것은 개인적인 일이죠. 배가 고프니까요. 그런데 폭식을 합니다. 배가 부른데도 계속 먹는다면 그것은 병이죠. 병이란 자신이 힘을 잃었다는 증거죠. 개인적인 일, 홀로 있을 때, 나만의 시간은 아름답지만 독을 품고 있습니다. 마치 중독의 질병처럼 말이죠. 점점 더 깊은 동굴로 들어가게 만들기 때문이죠. 그래서 위험하고 그래서 조심해야 합니다.
죄가 그렇습니다. 죄 자체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닙니다. 어떤 잘못을 했다면 그 잘못을 깨닫고 돌아서면 용서를 받으니까요. 하나님의 용서가 있는 한 죄는 우리에게 어떤 영향력도 발휘하지 못합니다. 문제는, 죄가 우리로 하여금 돌아오지 못하도록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죠. 주로 홀로 있을 때 죄는 영향을 발휘합니다. 혼자 생각할 때, 주위에 아무도 없을 때, 마치 에덴동산의 하와처럼 홀로 있을 때 우리를 노리죠. 그래서 홀로 있는 것은 위험하고, 믿음을 동반해야 가치가 있는 것이 됩니다. 홀로 있지 마세요. 이웃과 더불어, 공동체와 더불어 나를 드러내고 나를 비추며 살아야 합니다.
아무튼 다윗은 그렇게 왕궁의 옥상에 오릅니다. 이 옥상이 참 눈길을 끄네요. 그 옥상에서 사람들의 집이 다 들여다 보였던 모양입니다. 마치 모든 백성들이 자신의 손에 있다는 듯이 말이죠. 이 옥상은 다윗의 권력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렇게 밧세바를 보았습니다. 그것도 너무도 은밀한 모습을 보죠. 그는 눈이 돌아갔습니다. 아름다움에 눈이 돌아가는 것을 뭐라 할 수는 없을지도 몰라요.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그는 밧세바가 누군지 수소문합니다. 그리고 그의 신분이 드러나죠. 자신의 충성된 장수 우리아의 아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충격적인 것은 그런 사실을 알았음에도 다윗은 밧세바를 불러왔다는 것입니다.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그녀를 욕보였어요. 멈추지 못하게 하는 힘이 죄에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조금 전 묵상했죠. 그렇게 다윗은 멈추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다윗이 잠시 눈이 멀어 죄에 빠진 것일까요? 순간적인 욕망에 사로잡혀 그는 못쓸 짓을 한 것일까요? 그 조차 용서하기 쉽지 않은데 다윗의 이런 모습은 단순히 한 순간의 잘못이 아닌 듯 보입니다. 이미 말씀드렸죠? 그가 거닌 옥상을 말이죠. 그는 이미 자신이 모든 백성들 위에 있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까 권력을 잡은 것이죠. 그를 이런 몰상식하고 무자비한 사람으로 바꾼 것은 그의 권력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착한 사람이 권력을 잡아야 한다고 말하죠. 인격적이고 좋은 사람이 권력을 잡아야 한다고요. 그것은 뭘 모르는 소리입니다. 권력이 가진 힘은 선함이나 인격 등을 가리지 않습니다. 사람이 권력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권력이 사람을 휘두르는 결과를 만들죠. 이것이 인간의 약함이 본질입니다. 권력이 힘을 갖는 이유는 아주 단순합니다. 인간은 끊임없이 이익을 추구하죠. 자신에게 좋은 것이 주어지기를 바랍니다. 당연하죠. 자신에게 불리한 일들이 만들어지도록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가능하면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걸어가죠. 그러다 보니 권력이 없는 이들, 일반 백성들은 나라가 세운 원칙과, 또 주변 사회의 보이지 않는 법칙들에 순응하게 되죠.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일반 백성들의 복종은 하나의 이익 추구 행동인 셈이죠. 이에 반해서 권력자들은 이익을 실현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그들은 다른 사람을 부릴 줄 압니다. 그런 힘이 있어요. 돈으로 사든, 힘으로 쟁취했든 그들은 타인을 부리는 것으로 자신의 이익을 실현합니다. 그러니 타인의 시간과 노동력을 끊임없이 소유하려고 하는 것이죠. 그런 방식으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해 나가는 것이 권력입니다.
다윗과 밧세바의 사건은 다윗이 그 권력에 물들었다는 증거를 보여주는 한 예입니다.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이 있는데요. 이미 우리가 읽은 이전의 성경에서는 다윗을 평가할 때 이렇게 평가했었습니다.
삼하 8:15 다윗이 왕이 되어서 이렇게 온 이스라엘을 다스릴 때에, 그는 언제나 자기의 백성 모두를 공평하고 의로운 법으로 다스렸다.
그는 권력으로 공평과 공의를 행했습니다. 권력을 이웃과 더불어 사용한 것이죠. 그런데 지금은 권력으로 자신에게 이로운 이익창출을 하고 있습니다. 복음도 권력입니다. 먼저 예수를 믿은 것은 자신에게 이익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 권력을 자신만을 위해 사용한다면 복음조차도 부패하고 만다는 사실을 우리는 종종 잊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도 권력입니다. 주님의 은혜를 입은 것은 나에게 이익이니까요. 그런데 그 이익을 더불어 사용하지 못하면 썩고 맙니다. 다윗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사람이 다르다고 변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직 이웃과 더불어, 함께할 때만이 우리에게 진정한 힘을 가져다줍니다.
우리는 이미 권력자입니다. 가진 것이 많습니다. 가진 것을 나누면 가진 것이 많아집니다. 받은 것을 나누면 더 큰 것을 받아요. 가진 것이 아니라 없는 것을 찾으면 찾을수록 우리는 메마르고 굳어집니다. 내 마음이 강퍅해지는 것은, 내게 있는 것보다 내게 없는 것에 목숨 걸기 때문이에요.
잊지 마세요. 홀로 있지 마세요. 이웃과 더불어 공동체와 더불어 함께 하세요. 내 주위의 사람들은 나로 은혜의 통로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고마운 분들입니다. 이미 말씀드렸듯이 은혜의 통로가 된다는 것은 내가 더 많은 것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나눌수록 더 많은 것이 주어지고 퍼질수록 더 넓은 영향력이 만들어지는 것이 주님의 권력입니다. 그러니 홀로 있지 마시고 누군가에게 늘 나누세요. 말을 하면 할수록 더 말을 잘하게 되고, 무언가를 나누면 나눌수록 더 많을 것을 나눌 수 있도록 채워집니다. 기뻐하면 할수록 기쁜 일이 많아지고, 감사하면 할수록 감사할 일들이 생겨요. 좋다고 말하면 좋은 일이 일어나고, 행복한 마음을 품으면 복된 일들이 만들어집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권력이자 원칙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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