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하 11:1 그다음 해 봄에, 왕들이 출전하는 때가 되자, 다윗은 요압에게 자기의 부하들과 온 이스라엘의 군인들을 맡겨서 출전시켰다. 그들은 암몬 사람을 무찌르고, 랍바를 포위하였다. 그러나 다윗은 예루살렘에 머물러 있었다.
드디어 다윗의 흑역사가 시작됩니다. 말하지 않아도 무슨 일인지 다 아실 거예요. 사무엘하 11장은 다윗과 밧세바 사건의 전말이 공개됩니다. 저는 그리 길지 않은 11장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익히 알고 있던 내용이라 그런지 생각할 것도 없이 단숨에 읽었습니다. 다윗에게는 불행의 역사의 시작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셈입니다. 어쩌면 다윗의 인격이나 인생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이 사건이 빠질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인 사건임에 틀림없습니다. 아무리 지금껏 모든 일에서 잘해 왔다 손 치더라도 이 하나의 사건 때문에 그의 모든 공든 탑은 삽시간에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마치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해 몹쓸 짓을 하고 평생을 그 죄의 올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전과자처럼 다윗은 그렇게 추락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좀 이상했습니다. 아무리 성경의 기록이 모든 것을 다 기록할 수 없다 할지라도 이 중요한 사건이 너무 갑작스럽게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분명 이전에도 뭔가 낌새가 있었을까요? 어떤 전조증상이 있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그런 기록이 별로 없이 느닷없는 11장에 좀 당혹스럽기도 합니다. 그리고 11장의 내용은 정말 거침없거든요. 마치 늘상 그렇게 해 오던 사람처럼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일사천리로 모든 일들을 진행시키는 것으로 보아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닌 것 같은 느낌마저 듭니다. 만약 그렇다면 왜 기록이 없었을까요? 기록이 없었다면 직접적인 일은 아니지만 그에게 그런 가능성의 전조증상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저는 갑자기 그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눈에 밟히는 구절이 있었어요. 바로 오늘 읽은 1절의 본문입니다.
사무엘하 10장 이후의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해를 넘겨서도 전쟁은 지속되었죠. 아마도 한 겨울에는 전쟁을 멈췄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제 다시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은 전쟁 중이라는 거죠. 다윗의 부하들은 다 전쟁터에 나갔습니다. 그리고 랍바성을 함락시키죠. 랍바는 지금의 시리아의 수도인 암만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전쟁이 한창인데,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윗은 예루살렘에 머물러 있습니다. 본문은 이 부분을 유독 강조하는 듯 보여요. "'그러나' 다윗은..."이라고 강조하며 글을 맺죠. 다윗이 왜 예루살렘에 머물렀을까요? 전쟁 중인데 말이죠. 군대 사령과 요압과 그 부하들이 믿음직해서 그랬을까요? 고대 전쟁에서 왕이 참여하지 않는 전쟁이 별로 없었던 것으로 보아 이는 좀 특이한 경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왜 그는 홀로 남았을까요?
열외라고 하나요? 사전적인 의미로는 줄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말하더군요. 우리에게 쉼은 필요합니다. 전쟁으로 지친 마음을 달래는 것은 누구에게나 중요하죠. 안식을 얻고 휴식으로 재충전을 하는 것은 숨 쉬는 생명에게는 누구나 필요합니다. 그러나 열외는 휴식과는 다른 것 같아요. 다 함께 싸우고 다 함께 걸어야 하는 길에서는 보조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공동체에서는 함께 걷고 함께 쉬어야죠. 그래야 모두가 안전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개인적인 동굴도 필요하지만 그 개인이라는 것 또한 전체 공동체의 흐름 안에 있을 뿐이죠. 그래서 해야 할 것은 하고 지켜야 할 것은 지키며 함께 걸어야 합니다. 내가 함께 해야 할 때 홀로 있으면 그것은 나만의 휴식이 아니에요. 함께 해야 할 때 하지 않으면 낙오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그냥 낙오가 아니에요. 혼자 쉬었다면 이제 남이 쉴 때 나도 열심히 걸어서 따라잡으면 되잖아요? 그런데 그게 안 됩니다. 열외는 단순한 쉼이 아닙니다. 남이 할 때 나는 하지 않으면 그에게는 딴마음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공짜 돈이 생기면 자기도 모르게 막 쓴다고 하죠? 로또 당첨자들의 일부는 짧은 시간 안에 탕진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렇게 함께하지 못하고 자신만 빠지면 단순한 낙오를 넘어 비상식의 세계에 빠져 버리기 때문에 무서운 겁니다.
예전 제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야간 자율학습이라는 것이 있었어요. 지금처럼 공부할 환경이 좋지 않았던 터라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학교에 잡아두고 공부를 감시했죠. 그런데 그런 자율학습 시간에 몰래 빠져나와보신 적 있으세요? 저는 간이 콩알만 해서 그런 과감한 짓을 자주 해 보지 못했고요. 딱 한 번 그랬습니다. 학교에서 공부가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집에 가서 하면 더 좋겠다 싶어 친구들과 몰래 나왔어요. 집에 갔습니다. 제가 공부했을까요? 아니요. 왜 그리 무슨 대단한 자유를 얻은 것처럼 그랬을까요? 공부는커녕 그렇게 딴짓을 하고 싶어 지더라고요. 일탈이 그렇습니다.
신앙생활도 그래요. 우리는 늘 말씀묵상과 기도의 여념이 없죠. 범사에 감사하고, 항상 기뻐하라는 명령을 받으며 삽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좀 쉬고 싶은 거예요. 다른 사람들은 다 하는데 나만 잠깐 쉬고 싶습니다. 하루 정도면 좋겠죠? 그런데 하루가 이틀 되고 이틀이 일주일 되고, 어느덧 말씀묵상이 중요해지지 않고, 기도하지 않아도 삶이 이어지죠. 그러면서 아무 거리낌이 없어집니다. 그렇게 나를 하나님 중심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은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되죠. 하나쯤 어때? 서부터죠.
할 것은 합시다. 하지도 않으면서 그리스도인 인척 하지 맙시다. 오늘 내 삶의 패턴이 나입니다. 기뻐하며 살면 그것이 내 삶이고, 분노와 불만으로 살면 그게 내 삶이에요. 평생 그리스도인은 없습니다. 오늘 내가 사는 모습이 그것을 정할 뿐이죠. 오늘도 그리스도인으로 살기를 다짐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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