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문에서는 참 희한한 일이 벌어집니다. 시드기야 왕 이야기인데요. 그는 참 연구 대상인 인물입니다. 내용을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시드기야의 요청으로 이집트가 바빌로니아의 남유다 침공에 개입합니다. 이로 인해 바빌로니아가 잠시 예루살렘에서 철수하는 일이 벌어졌어요. 이때, 예레미야는 볼 일이 있어서 고향으로 가게 됩니다. 그런데 베냐민의 문이라는 곳을 통과할 때 그곳을 지키는 수문장 이리야에게 체포가 됩니다. 죄목은 바빌로니아로 투항하러 간다는 것이었죠. 아마도 그간 예레미야가 바빌로니아에게 멸망할 것이라고 선포한 말들 때문인 것 같아요. 아무튼 그렇게 오해를 받아 또 감옥에 갇히죠.
그런데 희한한 일이란 이때 벌어집니다. 시드기야 왕이 어찌 알았는지 자신의 측근을 예레미야에게 보냅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이 없었느냐고 묻죠. 아마도 자신이 벌려놓은 일에 대해 하나님의 반응을 체크하는 것 같아요. 자신이 벌려 놓은 일이란, 이집트를 끌어들여서 바빌로니아를 몰아내려는 계획이죠. 이미 어제 이와 같은 일은 꼼수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은 시드기야와 이스라엘이 하나님께로 돌아오는 일이라고 말씀드렸죠. 그러나 시드기야는 다른 방법으로 돌파하려고 합니다. 그동안 누누이 외쳤던 예레미야의 선포는 듣지 않고, 자신의 잔꾀를 주장한 셈입니다. 그런데 예레미야에게 의견을 지금 묻고 있는 것이죠. 참 알다가도 모를 연구대상입니다. 그렇게 이야기해도 듣지 않으면서 의견을 묻는 것은 또 무슨 논리입니까? 가야 할 길을 놔두고 딴 길을 가면서 ‘가야 할 길’이 맞느냐고 묻는 꼴이죠. 이런 이중적인 태도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그런데 이런 모습이 낯설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에게도 있기 때문이죠. 주님의 뜻대로 살지 않으면서 우리는 주님의 음성을 듣기 원하죠. 말씀을 듣고, 가슴에 찔리면서도 우리는 순종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뜻대로 그냥 밀어붙이고 살면서도 여전히 예배는 드려요. 이런 모순이 반복되지만 우리는 그저 예배드리는 것으로 다 끝이라고 생각하죠. 기도했으니 나는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했다고 믿습니다. 사실은 기도하고 주신 말씀이 있지만 그대로가 아닌 나의 고집대로 살면서 또 기도하고, 또 묻고 하죠. 마치 명령을 받았지만 그 명령대로가 아닌 자신의 뜻대로 해 놓고는 명령자에게 잘했냐고 묻는 꼴이죠.
사랑하는 여러분, 예배는 주님의 뜻에 나의 뜻을 맞추는 태도입니다. 그것이 없는 예배를 우리는 형식적인 예배라고 하죠. 기도는 주님과의 대화를 통해 나의 마음을 주님의 마음에 맞추는 것입니다. 그것이 없는 기도를 우리는 중언부언의 기도라고 합니다. 그래서 순종이 제사보다 낫다고 하는 거죠.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했다고 다가 아닙니다. 조언을 들었으면 조언대로 행해야 비로소 조언을 구한 나의 행동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예배를 드렸다는 것 또한 성전에 나오는 것이 다가 아닙니다. 나의 뜻, 나의 마음을 번제로 태우고, 주님의 마음으로 나를 맞추는 것까지가 예배입니다. 최근 우리에게 하나님께서 순종을 강조하고 계시는 것을 느끼시나요? 순종이 없이는 예배도 없고, 순종이 없이는 기도도 없습니다. 순종은 그리 값싼 종교적 단어가 아닙니다. 순종은 가장 거룩하고 아름다운 제사이자 믿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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