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처무자기(獨處毋自欺)’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라나는 세대를 위해 옛 성현들의 글들을 모아 만든 조선시대 문헌집인 [해동소학]에 나오는 말인데요.
"홀로 있을 때라도 자신을 속이지 말라"는 뜻입니다.
쉬운 말로는 ‘양심을 팔지 말라’는 뜻이죠.
사서요경중의 하나인 [중용 中庸]에선 이런 말이 있습니다.
“군자는 보지 않는 곳에서 삼가고(戒愼乎 其所不睹),
들리지 않는 곳에서 스스로 두려워한다(恐懼乎 其所不聞)”
“숨겨져 있는 것보다 더 잘 보이는 것은 없고(莫見乎隱),
아주 작은 것보다 더 잘 드러나는 것은 없다(莫顯乎微).
그러기에 군자는 홀로 있을 때 스스로 삼간다(故君子愼其獨也)”
이런 경지에까지 오른 상태를 ‘신독(愼獨)’이라고 하는데요.
남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혼자 있을 때 스스로 삼간다는 뜻이죠.
제가 “독처무자기”와 “신독”의 철학을 알게 된 계기는 다산 정약용 선생 때문입니다.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였던 정약용은 천주교 탄압이 일었던 신유박해로 인해 유배를 떠나게 되죠.
그리고 18년에 이르는 유배 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의 유명한 저서 [목민심서]나 [경세유표] 같은 책이 바로 이때 쓰여졌는데요.
그가 오랜 유배 생활 가운데서도 무너지지 않고, 자신을 지킬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독처무자기’와 ‘신독’의 철학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고 중용을 찾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미국의 유명한 교회, 윌로우크릭의 빌 하이벨스 목사 저서 가운데도 이와 비슷한 제목이 있습니다.
[아무도 보이지 않을 때 당신은 누구입니까?]
이 책은 우리가 혼자일 때도 혼자가 아님을 말하고 있죠.
주님께서 우리와 동행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인격이란 주님과 동행할 때 온전한 인격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이와 같은 말을 16세기 종교개혁가 칼빈은 자기 삶의 좌우명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코람데오(Coram Deo) - '하나님 앞에서’”
사도바울은 기독교 사상의 권위자였습니다.
그는 또한 초대교회의 가장 핵심적인 지도자였죠.
그러나 그가 복음을 전할 때 자신 마음대로 전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가 자신의 권위와 지식을 가지고 마음대로 전한다고 해도 그에게 저항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게 권위자의 특권이죠.
그러나 그는 오늘 분명히 말합니다.
자신은 홀로 있는 것이 아니라 주님과 함께 있다고 말이죠.
자신은 스스로 있지 않고 주님 앞에 서 있는 존재로 일한다고 말입니다.
많은 사람이 '사람 앞에서(coram hominibus)' 삽니다.
많은 사람이 '세상 앞에서(coram mundo)' 삽니다.
그래서 사람들의 평판에 좌우되고, 세상의 환경과 상황에 민감한 삶을 삽니다.
사람 앞에서는, 카메라 앞에서는.
화려한 언변과 고운 이미지를 자랑하고, 세상의 유행과 흐름에는 기막힌 반응을 보이며 선점해 나갑니다.
진정성보다는 마케팅이 판을 치고,
깊은 영성보다는 사람들의 요구에 더 민감합니다.
사람 앞에 서 있는 정치는 CF 전문가가 장악해 버렸고,
세상 앞에 서 있는 사회는 스펙이 좌우를 하며,
자기 앞에 서 있는 교회는 문화센터가 되어 버렸습니다.
오직 ‘하나님 앞에서(Coram Deo)’ 세워진 존재로 사는 자세만이
나를 지키고, 영성을 지키며, 하나님 나라를 지킬 수 있습니다.
오직 ‘하나님 앞에서(Coram Deo)’ 세워진 존재로 사는 자세만이
경건하고 올바르고 흠 잡힐 데 없는 처신이 가능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여러분은 언제나 주님 앞에 서 있는 존재들입니다.
여러분은 홀로가 아닙니다.
여러분을 언제나 지켜보고 계시는 분이 있습니다.
그것이 은혜입니다.
왜냐하면 그래야 나를 지키고, 세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코람데오의 정신으로 사십시다.
우리는 오직 ‘하나님 앞에서(Coram Deo)’만 나 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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