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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하는말씀/로마서묵상

로마서묵상38]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들은 모두 다 공짜입니다."(롬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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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들은 모두 다 공짜입니다."(롬15:1~7)

 

 

 

 

단비가 내렸습니다. 저수지의 밑바닥이 드러나고, 논밭이 갈라지는 긴 가뭄 끝에 그리도 그리던 단비가 내렸습니다. 단비는 한 순간에 메말랐던 대지를 적시고, 갈라졌던 농부의 마음도 적셨습니다. 농부들에게는 은혜로운 단비이고, 온갖 생명체들에게는 소망의 단비가 되었습니다. 성령은 ‘바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지만 종종 비로도 표현된다.

 

"메마른 우리 마음 황폐한 이 땅에

강물 같은 주의 은혜 부어주소서.

성령의 비 내려 우리를 씻으소서.

우리 마음을 새롭게 하소서.

성령의 단비를 온 세계 위에 부어주소서.

성령의 단비로 주의 빛과 능력 넘쳐나도록 하소서"

 

메마른 땅을 적시듯 메마른 심령을 촉촉이 적시는 기능 이외에 가뭄 위의 단비와 성령의 단비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 ‘공짜’라는 점입니다. 비는 공짜로 주어지는 것입니다. 제 아무리 별 짓을 다해도 하늘에서 내리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가뭄에 하늘만 쳐다봅니다. 하늘은 우리가 예뻐서 비를 주는 것도, 우리가 착해서 주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거저 주는 것입니다. 성령 또한 그렇습니다. 우리의 의의 대가로 말미암아 성령을 얻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착해서, 우리가 얻을 만해서 성령이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하나님의 긍휼로 거저 얻는 것입니다.

 

세상에서 주고받는 것이 원칙입니다. 어떤 것도 공짜는 없다고 말합니다. 어떤 가게에 붙어 있는 광고 문구를 보았습니다. “세상에는 공짜는 없습니다. 단지 다른 곳보다 싸게 드리는 것뿐입니다. 공짜라는 말에 속지 마십시오. 우리 가게는 공짜가 아니라 단지 싸게 드릴 뿐입니다.” 신뢰를 자극하는 광고판에 눈이 갔습니다. 그렇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값어치를 따지고, 대가로 귀중함을 따집니다. 그래서 공짜는 값어치가 없어 보이는 것이 세상의 이치입니다. 싼게 비지떡이라는 말처럼 누군가가 공짜라 하면 별볼일 없어 합니다. 우리교회의 지역 나눔 프로젝트 비영리교육기관인 다림은 공짜입니다. 배우고자 하는 이들은 돈을 낼 필요가 없습니다. 1년이 지나고 나서야 학부모들의 고백이, “처음에는 무료라고 해서 뭐가 있겠나 했는데 잘 온 것 같아요” 무료교육을 한다는 말에 사람들은 놀라기도 하고 비웃기도 했습니다. 별 것 아니거나 유치할 것이라 생각한 것입니다. 요즘도 저는 왜 무료교육을 고수하냐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저의 대답은 늘 동일합니다.

 

“우리가 받은 것이 다 공짜라서...”

 

생각을 해보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고 귀한 것들은 대부분 다 공짜로 주어진 것들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공짜로 한 날을 얻었습니다. 나의 노력으로 해가 뜬 것이 아닙니다. 공짜로 얻은 공기를 통해 호흡하고, 공짜로 얻는 자연을 즐깁니다. 우리에게 목숨까지도 공짜로 얻은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공짜를 하찮게 봅니다. 너무 많아서, 너무 흔해서 우리는 그것들을 무시합니다. 우리에게 필수적이면 필수적일수록 그것은 대부분 공짜입니다.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공기 뿐 아니라 물도 우리가 만들 수 없습니다. 공짜로 주어진 것입니다.

 

십자가가 그렇습니다. 아무도 달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받을 자격이 있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우리의 구원을 위해 공짜로 주셨습니다. 진정한 그리스도인이란 공짜를 의미 있게 받는 사람들입니다. 공짜의 의미를 깨닫는 삶이 그리스도인의 삶입니다. 세상이 희귀한 것이 가치 있다고 말할 때, 그리스도인은 흔한 것이 가치 있다고 말하는 사람입니다. 세상이 비싼 것이 귀한 것이라고 말할 때, 그리스도인은 공짜가 더 귀하고 가치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입니다. 공짜의 은혜를 알아야 합니다. 거저주시는 은혜를 알아야 합니다. 어머니가 밥상을 차려주시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이 흔한 것이어서 밥을 먹을 때 감사를 잃지는 않았습니까? 그것이 당연한 것이어서 혹시 귀하게 여기는 것을 잊지는 않았습니까? 그리스도의 사랑이 너무나 당연해서, 그분의 은총이 너무도 넓어서, 그분의 용서가 한량없어서, 그래서 그분의 은혜를 값싸게 여기지는 않았습니까?

 

공짜의 은혜를 받았다면 많이 받았던 적게 받았던 다 공짜의 인생입니다. 어느 누구하나 그것을 자랑할 수도, 많이 받았다고 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다만 공짜의 인생이니 공짜를 알리는 수밖에는 더 이상 자랑이 없습니다. 공짜를 얻은 자는 공짜를 알려야 합니다. 공짜의 은혜를 모르는 자를 도와주어야 합니다. 연약한 자를 돌본다는 것은 내가 가진 것이 많고, 잘나서가 아니라 공짜로 받았기에 남에게도 공짜의 은혜를 누리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남을 돌보는 것은 희생이 아닙니다. 거저 받은 것을 주는 것뿐입니다. 그런 인생이 또한, 더 많은 것을 거저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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