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롬14:1~12)
세계 최고의 과학자라 불리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어느 날 학생들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이미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데 어째서 배움을 멈추지 않으십니까?” 이에 그는 “내가 아는 지식이 원이라고 하면 원의 밖은 모르는 부분이 됩니다. 원이 커지면 원의 둘레도 점점 늘어나 접촉하는 부분이 더 많아지듯 모르는 게 더 많아지지요. 그런데 어찌 배움에 게으름을 피울 수 있겠습니까?”라고 대답했다.
우리에게는 선과 악을 구별한 기준이 없다. 오직 하나님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선과 악을 구별하는데 열중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만나고 교제하는데 열중해야 한다. 수많은 선과 악의 구별자들에게서 도출된 결과적 방법은 오직 폭력과 응징뿐이다. 사람들이 구별한다는 선과 악의 결과는 결국 선의 이름으로 하는 폭력이냐? 아니면 악의 이름으로 하는 폭력이냐? 뿐이다. 이유는 우리에게 선과 악을 가를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는 우리의 판단과 기준으로 선과 악을 구분한다. 이런 모습이 ‘종교’다. 여전히 종교는 ‘선하냐? 악하냐?’를 기준으로 삼는다. 하나님의 사람에게는 하나님이 기준이다. ‘하나님 마음대로’를 인정하는 것이 신앙이다. 우리에게는 판단의 기준이 없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누구도 업신여길 이유도, 권리도 없다.
나는 예수님을 영접한 대학시절, 선교사를 꿈꾸며 외국에서 훈련받을 기회를 가졌었다. 어린 나이에 많은 귀한 분들을 만나 인생의 방향을 정하게 되는 은혜를 입었다. 그중에는 프랑스 떼제의 로제수사, 독일 다름슈타트 마리아자매회의 바실레아 쉴링크, 미국 워싱턴의 세이비어교회 고든 코스비목사님 등이 있다. 모두 다 내 인생에서의 일대 변혁을 가져다 준 분들이다. 부끄러운 고백을 하자면 한번은 독일에서 중요한 성령공동체의 분들을 만날 때의 일이다. 나름 교회에서 자라 신학을 공부하며 선교사의 꿈을 꾸고 있는 내 앞에서 그분들이 맥주를 마시는게 아닌가? 게다가 나에게도 권하였다. 내 안에 판단바이러스가 꿈틀거리며 활동하기 시작했다. 어찌 믿는 사람들이 술을 마실 수 있는가에서부터 의심에 이르기까지 숱한 생각들이 나의 머리를 가득 채웠다. 술 먹지 않는 것이 무슨 믿음의 큰 헌신을 하는 것처럼 살아왔던 한국적 신앙의 정죄함이 마치 칼을 휘두르는 망나니처럼 내 가슴을 난도질하였다. 미국 워싱턴의 고든 코스비목사님과의 첫 만남도 그랬다. 예배시간이 예배시간 같지 않았다. 주보도 없고, 강대상도 없었다. 처음엔 목사님도 알아보지 못했다. 청바지에 헐렁한 셔츠를 입은 모습으로 주일설교를 시작하셨기 때문이다. 물론 예배순서라는 것도 없었다. 그래도 뭔가 격식이 있어야 할 것 같은 생각에 나의 기분은 이미 상해 있었다. 그러나 그 예배 시간 내내 내가 받은 은혜와 감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나는 독일에서 맥주에 대한 개념이 다름도, 넥타이를 매고 정장을 해야 예배가 되는 것이 아님도 나의 고정된 판단 관념을 깨기 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목사 초년시절 주일에 쪼리를 신고 온 청년 때문에 눈살을 찌푸린 적이 있는데, 마침 그 주간 한국을 방문한 미국 새들백교회 릭 워렌목사님의 한국목회자과 함께한 예배 옷차림도 쪼리였다. 우리가 경험하고, 알고 있고, 행하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내가 아는 것은 드넓은 백사장의 모래 한 줌도 되지 않는다. 우리는 그 작고 알량한 것이 전부인냥 판단의 칼자루를 휘두른다. 서 있든, 넘어지든 그것은 주님이 상관하실 일이다. 오직 우리는 타인을 향한 판단의 시선을 접고, 하늘로 시선을 돌려, 살아도 주를 위해, 죽어도 주를 위해 사는 삶을 걸어야 한다. 내가 살든지 죽든지 주님의 것이라 고백하는 것은 나의 판단을 멈추고, 오직 주님의 판단에 의해 움직이겠다는 선언이다.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오직 내 안에 계신 하나님이 나의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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