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수아서 17:1~7 요단 강 서쪽 땅 일부는 요셉의 맏아들인 므낫세 지파가 제비를 뽑아서 나누어 가졌다. 길르앗의 아버지 마길은 므낫세의 맏아들이며 전쟁 영웅이었으므로, 요단 강 동쪽에 있는 길르앗과 바산을 이미 자기의 몫으로 차지하였다. 요단 강 서쪽 땅은 므낫세의 남은 자손 가운데서 아비에셀과 헬렉과 아스리엘과 세겜과 헤벨과 스미다와 같은 이들의 가문이 차지하였다. 이들은 요셉의 아들 므낫세의 남자 자손으로서, 가문을 이룬 이들이다. 므낫세 자손 가운데 슬로브핫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므낫세의 아들 마길은 길르앗을 낳았고, 길르앗의 아들 헤벨은 슬로브핫을 낳았는데, 슬로브핫은 딸만 낳았으며, 아들이 없었다. 그 딸들의 이름은 말라와 노아와 호글라와 밀가와 디르사이다. 그들이 제사장 엘르아살과 눈의 아들 여호수아와 지도자들 앞에 나아와서 말하였다. "주님께서 모세에게, 우리 남자 친족이 유산을 받을 때에, 우리도 그 가운데 끼워 주라고 명령하셨습니다." 그래서 여호수아는 주님의 명대로, 그들의 아버지의 남자 친족들이 유산을 받을 때에 그들을 그 가운데 끼워 주었다. 그래서 요단 강 동쪽의 길르앗과 바산 땅 밖에도, 므낫세에게 열 몫이 더 돌아갔다. 므낫세 지파의 딸들이 아들들 가운데 끼어 유산을 받았기 때문이다. 길르앗 땅은 므낫세의 남은 자손들의 몫이 되었다. 므낫세의 경계선은, 아셀에서부터 세겜의 동쪽에 있는 믹므닷에 이르고, 남쪽으로 가서 엔답부아 주민이 살고 있는 땅에까지 미친다.
좋은 아침입니다. 함박눈이 내렸네요. 연일 강추위가 몰아닥치고 있습니다. 대지가 꽁꽁 얼었네요. 출근길 조심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교회 화단에 덩굴식물이 하나 있는데요. 겨우내 잎이 떨어지고 줄기는 얼어서 말라비틀어져 있죠. 그런데 이 식물이 봄이 되면 또 싹을 틔웁니다. 그러기를 벌써 세 차례였습니다. 지금도 다 죽어가는 듯 불쌍하게 밖에서 떨고 있지만 저는 기대합니다. 또 내년 봄에는 그 고운 싹을 틔우고 그 줄기에는 생기가 돌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죠. 우리의 마음과 생각을 얼어붙게 만드는 일이 어디 추위뿐이겠습니까? 그럼에도 우리는 또 살아서 향기 나는 꽃을 피울 거예요. 우리 안에 그리스도의 생명이 있는 한 우리는 결코 죽지 않을 것입니다.
어제 우리는 15장을 묵상했는데요. 오늘은 16장을 건너뛰고 17장을 묵상합니다. 이전 13장 하반절과 14장 상반절도 건너뛴 적이 있죠. 그 본문은 이스라엘 지파들에게 가나안 땅을 분배하는 장면을 기록하고 있는데요. 특별히 그 땅의 위치와 경계를 그리고 있습니다. 마치 지도를 그리는 모양새죠. 그래서 묵상보다는 기록에 가까운 관계로 읽고 넘어가는 정도로 본문을 대하는 것에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물론 아직 그 기록이 다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 기록은 19장까지 이어지죠. 그럼에도 오늘 본문을 함께하는 이유는 그 분배와 영토 확정의 과정 가운데 기록된 특별한 에피소드 때문입니다.
오늘은 므낫세 지파의 분배를 다루고 있는데요. 므낫세는 본래 요셉지파였습니다. 그런데 요셉 지파가 두 아들의 이름으로 분파된 거죠. 그래서 각각 므낫세와 에브라임지파가 되었죠. 그중의 하나인 므낫세 지파는 일부가 이미 동쪽 영토를 분배받은 바 있습니다. 그래서 성경에는 '므낫세 반지파'라는 말이 등장하죠. 므낫세 지파의 절반 정도 되는 이들이 동쪽 땅을 이미 차지했다는 말이죠. 그런데 여호수아는 그들에게 전쟁에 계속 참여할 것을 요청하죠. 그래서 그들은 이미 동쪽 땅에 정착한 르우벤, 갓지파와 함께 가나안 정복전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죠. 전쟁 후 므낫세 지파 일부는 자신의 동쪽 땅으로 돌아가고 나머지 절반의 지파들이 분배를 받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장면이 등장합니다. 므낫세 지파의 장손인 슬로브핫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요. 그런데 그에게는 아들 없이 딸만 다섯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 거죠. 땅의 분배가 주로 남자들 위주로 정해졌기 때문에 졸지에 슬로브핫 가문은 땅 분배를 못 받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해하시겠지만 이는 고대 사회에서 하나의 불문율처럼 지켜지던 것이죠. 이후로도 오랫동안 여자와 아이들은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면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이 딸들이 용감했던 모양입니다. 그들은 여호수아를 찾아가죠. 이게 쉬운 일이 아니었을 거예요. 의사결정하는 자리에 여인들이 참여할 수 없는 구조인지라 무슨 건의를 한다는 자체가 불가능했으니까요. 그럼에도 그녀들은 그 일을 합니다. 성경에서 이름이, 특별히 여인들의 이름이 기록되기가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웬만큼 사회적 영향을 주지 않고는 그 이름조차 기억할 수 없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 다섯 딸의 이름이 오늘 본문에 적혀 있어요. 말라와 노아와 호글라와 밀가와 디르사가 그들이죠. 아마도 이들은 이후 사람들이 기억할 만큼, 그리고 성경에 기록될 만큼 어떤 영향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죠.
그 영향력이 무엇일까요? 여호수아를 찾아간 그들은 자신들에게도 땅을 분배해 줄 것을 요구하죠.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게 시대적인 배경을 알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여성의 주권을 당시 이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단순히 아버지의 이름으로 달라는 것도 아닙니다. 당당히 딸들에게도 아들과 같은 지위를 달라는 뜻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것을 또 여호수아가 받아줍니다.
가끔 우리가 기도할 때 이런 마음이 들 때가 있죠. '이런 기도도 들어주실까?' 기도하기 전에 이미 내 안에서 이루어질지 안 이루어질지를 결정할 때가 있죠. 직장에서 어떤 건의를 하고자 할 때도 마찬가지죠. '이런 말이 통할까? 안 되겠지? 당연히 안 될 거야!' 이러고 포기하는 경우들도 있죠. 우리 머릿속에 너무도 당연한 것들이 가득합니다. 그것은 당연해서 바뀌질 않는다는 확증들이 우리 안에 가득하죠. 심지어 너무도 당연해서 문제의식으로 느끼지 못하는 것들도 많아요. '내가 잘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진짜 잘 될까?' '기도한다고 기적이 일어나나?' '다들 안 된다는 데 내가 노력한다고 잘 되겠어?' 너무도 당연한 사회적 경험들로 인해 우리는 시도조차 못하고, 생각조차 못할 때가 있죠. 아마도 슬로브핫의 딸들 이전의 수많은 여인들이 그랬을 거예요. '내가 사회를 어떻게 바꾸나?' '나 같은 힘없는 사람이 무슨 일을 해?' '아무리 두드려도 세상은 바뀌지 않아!' 이런 생각이 너무도 당연해서 아무도 말하지 못하고, 아무도 나서지 못하고, 도전하지 못하는 현실이었을 거예요. 물론 거대한 구조적 벽을 무너뜨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순간 그 벽은 훨씬 더 단단해지죠. 작지만 당연하지 않음을, 긴 투쟁이지만 지속적으로 당연하지 않다는 시도가 그 벽을 부수고 새로운 길을 내는 것입니다.
당연한 것은 없습니다. 죽음도, 현실도, 가난도, 연약함도 다 당연하지 않아요. 죽음의 당연함을 넘는 곳에 부활이 있고, 광야의 당연함 뒤에 가나안의 축복이 있습니다. 당연함을 넘어야 용기를 낼 수 있어요. 당연하다고 여기는 순간, 우리는 꿈을 꾸지 못합니다. 역사는 당연함을 뛰어넘어야 이루어지는 거죠. 그러니 오늘도 어제의 찌질했던 나로 나를 당연히 받아들이지 마세요. 현실 앞에서 당연히 무너지는 나로 살지 마세요. 나의 당연함에 하나님을 가두지 마세요. 우리는 비록 지금 사람의 자녀로 살지만 우리는 이미 주님의 자녀입니다. 결코 나의 삶은 당연하지 않을 거예요. 멈추지 않는 도전과 축복이 우리 앞에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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