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말씀을 기억하시나요? 옥에 있는 예레미야에게 하나님은 땅을 사도록 하시죠. 그런데 그 땅이라는 것이 이미 바빌로니아 군대의 손에 들어간 땅입니다. 산다고 해서 나의 것이 되리라는 보장도 없는 땅이죠. 아니 지금 옥에서 죽을지도 모르는데 땅을 산다는 것이 사리에 맞지도 않아요. 그럼에도 예레미야는 순종하여 그 땅을 삽니다. 순종이라는 것, 그것은 믿음의 상징이죠.
그런데 순종이 늘 옳은 것은 아닙니다. 맹목적인 순종은 또 다른 폭력을 낳기도 하고, 잘못된 가치관의 순종은 편협과 편 가름의 출발이 되기도 하죠. 순종이라는 말을 사용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순종이 나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순종의 주체가 ‘나’라고 생각하죠. 그도 그럴 것이, 순종하는 사람이 다름 아닌 ‘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순종이라는 것의 주체는 내가 아닙니다. 진정한 순종의 의미는 그 주체가 ‘누가’ 순종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순종하느냐에 있기 때문이죠. 사랑은 주체가 ‘나’입니다. 용서도 ‘내가’ 하는 것이죠. 그러나 순종(믿음)은 순종하는 ‘나’보다 순종의 ‘대상’이 더 중요합니다.
맹목적으로 교회에 순종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목사의 말이라면 무조건 순종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어요. 그러나 순종으로 이루어지는 축복은 순종하는 ‘나’의 열심에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꼭 기억하셔야 합니다. 순종의 축복은 ‘내가’ 아니라 나의 순종의 대상에게서 나옵니다. ‘누구’에게 순종하느냐? ‘무엇’을 순종하느냐에 축복의 비밀이 있다는 것이죠. 그냥 순종해서 우리에게 축복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무조건 순종한다고 우리에게 은혜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오늘 본문은 예레미야는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 찬양은 이전의 찬양과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마지막 구절인 25절에 보면 예레미야도 땅을 사라는 하나님의 명령에 고개를 갸웃거렸기 때문이죠. 그러니까 예레미야도 이 순종이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던 것입니다. 그런데도 순종을 했어요. 그리고 오늘 본문처럼 그는 먼저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그가 하신 일을 기억하는 내용들이죠. 이 찬양은 자신의 순종이 하나님이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나의 생각은 달라도, 나의 뜻은 달라도, 그래도 하나님이기에 순종하는 것이죠.
사랑하는 여러분, 무조건 순종은 아닙니다. 하나님이기에 순종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하나님을 알아야 합니다. 그분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분의 하신 일을 믿어야 합니다. 어제 김형기 집사님 시술을 잘 마쳤습니다. 저는 조마조마했습니다. 심장 스텐트라는 것이 심장에 쇠를 박아서 혈관을 뚫는 것입니다. 쉽게 생각하지만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두 번째 시술이었기 때문이죠.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시술로 시작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수술로 전환될지도 모른다는 말씀을 듣고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에게 기도를 요청했습니다. 많은 분이 기도하시겠다고 응답해 주셨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예상보다 빠른 시간에 시술이 끝났습니다. 시술을 시작하니 생각보다 상태가 좋았고, 수월하게 혈관이 뚫렸습니다. 그 일을 보고 저는 제일 먼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셨다.’ 이 은혜와 경험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순종이 진짜 순종입니다. 믿음은 나의 굳건하고 강인한 표현이 아니에요. 진짜 믿음은 내가 아무리 연약해도, 흔들려도, 하나님이기에, 그분의 하신 일을 기억하기에, 그분이 어떤 분이신지 알기에 엎드리는 것입니다. 순종이 그래요. 순종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닙니다. 순종은 주님이기에, 그분이기에, 그분이 하신 일을 알기에 할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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