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문을 보면 계속 반복되어서 사용되는 단어가 있죠. ‘그때에는’, ‘그때에’, ‘그때가 오면’ 이 말이 계속 나옵니다. 이런 말들로 보아서 오늘 말씀이 예언의 말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죠. 그때에는 지친 사람들에게 새 힘을 주고, 굶주린 자들이 배불리 먹을 것이라고 합니다. 단잠을 이루는 평화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언하시죠. 29절에는 '아버지가 신포도를 먹었기 때문에, 자식들의 이가 시게 되었다’라는 말이 나오는데요. 이는 아마도 당시 유행했던 속담 같은 것이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니까 아버지가 그랬으니 아들도 그럴 것이라는 이 말은 마치 연좌제 같은 말이죠. 가문을 따지고 계급과 계층을 나누는 말인데요. 그러나 그날이 오면 이런 차별들이 없어진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날이 오게 되는 이유는 어떤 것일까요? 많은 이들은 그 날이 저절로 올 것이라고 느끼는 것 같아요. 하나님의 나라가 저절로 온다고 말이죠. 우리가 그분의 제자들로 살면서 가만히 있으면 하나님이 정하신 때에 그날이 온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러나 저의 생각은 좀 다릅니다. 아니 저의 생각이 아니라 예레미야를 통해 알 수 있는 생각이죠. 오늘 본문에서 가장 중요한 구절을 찾으라면 저는 33절을 꼽겠습니다.
33절, “그러나 그 시절이 지난 뒤에, 내가 이스라엘 가문과 언약을 세울 것이니, 나는 나의 율법을 그들의 가슴속에 넣어 주며, 그들의 마음 판에 새겨 기록하여, 나는 그들의 하나님이 되고, 그들은 나의 백성이 될 것이다.”
여기에 새 언약이 나옵니다. 그 언약은 옛 언약과 다르다고 말하죠. 아시다시피 시내산에서 받은 모세의 언약은 돌판에 새겨진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새 언약은 우리의 가슴판에 새겨질 것이라는 말씀이죠. 이 말씀은 다시 말하면, 예수 그리스도가 세우신 언약은 법전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사람이 곧 법이고 언약이라는 뜻이죠. 그렇다면 하나님의 나라를 이룰 주체도 사람이고, 하나님의 예언을 이룰 이도 사람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놓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스도인들에게 문제가 생기는 지점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하나님의 언약이 성취될 ‘그때’는 저절로 오는 하나님의 시간이 아니라 주님을 아는 우리들이, 주님의 뜻대로 사는 ‘그때’ 임을 우리는 망각합니다. 지친 사람에게 새 힘을 주는 것도 우리들이고, 굶주린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주는 것도 우리들이어야 합니다. 그렇게 공평이 이루어지고, 그렇게 나눔이 이루어질 때 하나님의 평등과 공평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모든 생명을 차별 없이 대하고, 과거의 잘못에 대해 용서하며 새롭게 삶을 출발할 수 있도록 용납하고 용서하는 사회는 법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오직 우리의 성품과 영성으로만 가능하죠. 바로 우리 마음 판에 새겨진 그 ‘사랑’이라는 새 언약으로 말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바로 우리가 하나님의 예언을 이룰 주체입니다. 바로 우리가 그날을 만드는 존재들이죠. 그렇게 우리는 부르심을 받은 그리스도인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마지막 유언을 받아 든 우리들의 몫입니다. 오늘도 우리의 하루는 하나님의 예언을 이루는 하루입니다. 그분의 새 언약인 사랑, 세상 누구도 알 수 없고, 본 적이 없는 사랑, 그 새 언약을 이루는 하루이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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