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친구들하고 야구를 하면서 놀았어요.
좀 고급스럽죠?
그렇다고 야구 장비들이 다 있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았어요.
비료를 담는 두꺼운 비닐포대로 접어서 글러브를 만들고 야구공은 테니스공으로 대신했죠.
다행히도 배트는 좀 사는 집 친구가 있어서 진짜 야구 배트를 사용했답니다.
보호장비가 없이 포수를 하다 보니 공에 맞아 눈에 멍이 들기도 했고요.
심판은커녕 제대로 된 경기장 규격도 없어서 하다 보면 세이프이니 아웃이니 잡다한 것으로 싸우기 일쑤였죠.
그래도 야구 경기를 하기 전에는 제법 규칙도 정하고 경기장 정돈도 하고 했습니다.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운동장의 선을 긋는 일이었어요.
보통 경기장 안과 밖을 구분하는 선들이 있잖아요?
그것을 먼저 구분하는 일이었죠.
당시에는 그 선을 석회 가루로 뿌려서 표시하고는 했는데 그런 게 우리에게 어디 있겠어요?
대충 ‘선이다’하고 암묵적으로 대충 눈대중으로 정했죠.
그래도 좀 격식을 갖출라치면 물을 부어서 선을 만들었어요.
주전자에 물을 부어서 운동장에 뿌리는 거죠.
그러면 제법 선이 그어져요.
물론 경기를 하다 보면 물이 마르고, 또 흙먼지가 날려 그 선은 온데간데없지만
그래도 시작하기 전에는 야구장 같아 보여서 기분은 좋았죠.
그런데 그 선을 긋는 일이 쉽지가 않아요.
주전자로 물을 부으면서 걷다 보면 삐뚤빼뚤하기 십상이죠.
그렇게 선이 엉망이면 놀림을 받아요.
마음이 삐뚤어졌다는 둥, 눈이 삐뚤어졌다는 둥 별소리를 다하죠.
그렇게 놀리던 아이들이 다시 선을 그으면 별반 차이도 없어서 되레 욕먹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러다 보니 선을 긋는 노하우가 차츰 생겼어요.
그것은 선의 시작에서 선의 목표점, 그러니까 끝에 사람이 서 있고요.
주전자를 든 아이가 그 목표점의 사람을 보고 달리는 겁니다.
이전에는 물이 떨어지는 땅을 보면서 선을 그었는데요.
이제는 땅은 보지 않고 목표점을 보는 거죠.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선이 똑바르게 그어지더라고요.
그러고 보면 우리는 늘 땅을 보았던 것 같아요.
땅에 물이 부어지고, 땅에 선이 그어지니까요.
우리는 일이 벌어지는 곳에 주로 집중하죠.
어쩌면 그것이 현실인지도 몰라요.
지금 당장 벌어지는 일, 지금 당장 내 상태, 현실에 초점을 맞추죠.
그러다 보니 들쑥날쑥하고, 갈피를 잡지 못할 때가 많아요.
땅을 보기 때문이죠.
잘 모르겠으면 땅이 아니라 하늘을 보세요.
목표점을 바라보면 갈 길이 보일지도 몰라요.
오늘, 하나님은 예레미야에게 이스라엘이 실패하는 이유를 말씀해 주시죠.
그것은 ‘목표점을 잃었다’입니다.
다시 말하면 이스라엘이 땅만 바라본다는 뜻이죠.
자기에게만 국한하고, 우물 안에만 관심을 보이다 보니 삶이 삐뚤어지는 겁니다.
선이 삐뚤어지는 것도 모르고 들입다 물을 부어대는 것처럼 말입니다.
바울 선생은 이렇게 말했죠.
빌 3:14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께서 위로부터 부르신 그 부르심의 상을 받으려고, 목표점을 바라보고 달려가고 있습니다.
땅을 바라보지 마세요.
우리는 땅에서만 사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하늘의 소망을 품고 사는 사람들이죠.
오늘만 바라보지 마세요.
우리는 오늘만 사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죽음 너머 역사하시는 그분의 미래를 기대하며 사는 사람들이에요.
나만 바라보지 마세요.
나를 가장 잘 아는 이는 내가 아니라 그분입니다.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하시고, 나를 위해 죽으신 이는 그분이죠.
그러니 나보다 그분을 더 바라보세요.
거기서 오히려 해답을 찾으세요.
그분만이 우리의 이정표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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