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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립보서묵상05 | 빌2:1~4
인간은 경쟁해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해서 성장하는 존재입니다.
청소년시절에 재미있게 읽었던 동화들이 있었는데요.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
장자크 상페의 일러스트로 더 유명한
르네 고시니의 [꼬마 니콜라],
조각 작가로 알려진 트리나 파울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등이네요.
아이들 동화라고 하기에는
매우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었던 이 책들 중에서
특히[꽃들에게 희망을]은
제게 많은 충격과 생각을 선사했는데요.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줄무늬 애벌레는
그저 먹기만 하며 의미없이
몸을 불리며 사는 자신이 한심했습니다.
그래서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하려고 길을 떠나죠.
그런데 저만치 애벌레의 커다란 기둥을 보게 되었습니다.
많은 애벌레들이 힘겹게 그 기둥을 오르고 있었죠.
다른 애벌레를 밟고 더 높이, 더 많이 오르는 애벌레들로 말미암아
그곳은 애벌레 기둥이 되어버렸습니다.
줄무늬 애벌레는 그곳에 뭔가가 있을 것 같아 그곳을 오르죠.
그곳에서는 서로 밟아야 앞서고,
이겨야 오르는 경쟁만 있었습니다.
그렇게 죽을 힘을 다해 올랐지만
정작 그곳에는 아무것도 있지 않았죠.
반면, 줄무늬애벌레의 친구인 노랑 애벌레는
스스로 자신에게 주어진 실을 뽑아 고치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는 그 속에서 노란 나비가 되어 날게 되죠.
이 책은 제게 중요한 생각을 두 가지를 주었는데요.
그 첫번째는,
다른 사람들을 이기고 1등이 되는 경쟁이
나의 인생에 성장을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이미 주어진 하나님의 은사를
꽃피우는 것으로 성장한다는 생각이었고요.
다른 하나는,
그렇게 결실을 맺은 나비는 그것이 끝이 아니라
꽃들에게 희망을 주는 존재가 되어야 하듯이
나의 인생의 결과는
다른 이들에게 희망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청소년시절에 애늙은이같은 생각을 한 걸까요?^^
암튼 이 책이 제게 준 충격은 매우 컸습니다.
생각의 전환이라는 것을 시작한 시기이기도 했죠.
요한복음21장에는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나타나신 장면이 나옵니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라고 물으신 그 장면이죠.
아시는대로 베드로는 주님께 사랑의 고백을 다시금 합니다.
그런데 20절이하에 재미있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그렇게 주님의 부르심을 다시 받은 베드로가
예수님 뒤에 따라오는 제자 요한을 보았습니다.
오래전부터 베드로에게 요한은 라이벌이었죠.
수제자는 베드로인데, 사랑은 늘 요한이 받았으니 눈에 걸릴만 합니다.
게다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셨을 때
득달같이 도망했던 그와는 달리
요한은 예수님의 가족 곁에 있었으니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었을 겁니다.
또, 이렇게 자신은 혼자 살려고 갈릴리에 와 있는데
찾아오신 예수님 뒤로 요한이 따라왔으니
은근히 옛 경쟁심이 올라오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죠.
"주님, 이 사람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요한을 위하는 척 말은 했지만
기실 이 말의 내심에는 경쟁심이 숨어있었음에 틀림없습니다.
그런 베드로에게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시죠.
"내가 올 때까지 그가 살아 있기를 내가 바란다고 한들, 그것이 너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 너는 나를 따라라!"
한마디로 말하지만 "너나 잘해라!"라는 말이 되죠.
심리학자 아들러의 사상을 담은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을 보면,
타인과의 과제를 버리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말은 다른 이들의 평가나 기대에 연연하지 말고,
자신에게 주어진 길,
자신이 받은 사명에 집중하라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경쟁심으로 살아가려고 합니다.
또 그 경쟁심이 나를 성장시킨다고 착각하며 살죠.
그러나 우리는 경쟁심으로 성장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우리는 내 안에 주어진 사명으로 성장하는 존재죠.
나에게 주신 하나님의 사명이 있음을 믿는 것이 믿음의 삶이고,
그 사명을 꽃피우는 것이 신앙의 삶이며,
그 결과가 다른 이들에게 유익을 주며, 희망이 되는 것이 제자의 삶입니다.
경쟁심이나 허영이 나를 높여주지 않습니다.
낮아지면 높아집니다.
겸손히 내게 주신 은사를 하나씩 만들어가며,
남을 낫게 여기고, 사랑하는 인생이 높아집니다.
그래서 남에게 희망이 되고, 남을 살리는 인생이 귀한 인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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